▲ 잠실 두산 3연전에서 타선 부진과 불펜 붕괴 공식을 답습하며 충격의 3연패를 당한 KIA ⓒKIA타이거즈
▲ 잠실 두산 3연전에서 타선 부진과 불펜 붕괴 공식을 답습하며 충격의 3연패를 당한 KIA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KIA는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김인태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였다. 심리적인 데미지는 16일이 더 컸다. 두산은 이날 선발인 최승용이 투구 중 손톱이 깨져 2이닝만 던지고 강판됐다. 보통 상대 팀에게는 대단한 호재인 여건이다.

그런데 KIA는 두산 두 번째 투수이자, 갑작스럽게 KBO 1군 데뷔전을 치른 윤태호의 투구에 묶이며 좀처럼 득점을 내지 못했다. 이날 윤태호는 4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KIA 타선을 꽁꽁 묶었다. 사실 최승용이 내려간 이후 넉넉하게 득점을 뽑으며 차근차근 승기를 만들어갔어야 했던 경기였지만, KIA는 결국 윤태호를 공략하지 못하며 패착을 남겼다. 겨우 3-2까지는 갔지만 9회 정해영 조상우가 모두 부진하며 경기를 내줬다.

그런 KIA가 17일에도 상대의 낯선 투구를 공략하지 못하고 끌려갔다. 이날 두산 선발은 2020년 2차 2라운드 지명자인 우완 제환유(25)였다. 올 시즌 전까지는 2023년 1경기를 뛴 게 1군 경력의 전부였다. 올해도 2경기에서 2이닝 소화에 머물렀다. 이날이 개인 경력에서 첫 선발 등판이자, 개인 경력에서 KIA전 첫 출전이었다.

KIA 선발이 외국인 에이스였던 제임스 네일이었으니 대다수가 KIA의 승리에 베팅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주말 3연전 첫 두 경기를 잡은 두산도 어느 정도는 내려놓고 보는 경기였을지 모른다. 그런데 KIA가 제환유를 확실하게 공략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구렁텅이로 들어갔다. 반드시 쳐야 한다는 압박감 탓인지 타자들이 무수한 범타만 만들어냈다.

▲ 1군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KIA 타선을 당황케한 제환유 ⓒ두산베어스
▲ 1군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KIA 타선을 당황케한 제환유 ⓒ두산베어스

KIA는 1회 1사 후 박찬호의 볼넷, 김선빈의 중전 안타로 1사 1,3루를 만든 뒤 최형우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선취점을 뽑았다. 여기까지는 KIA의 흐름대로 갈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나성범 위즈덤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하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제환유는 1회 위기를 넘기면서 긴장을 풀었고, 2회부터는 순항하기 시작했다. 2회부터 5회까지 탈삼진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빗맞은 타구를 잘 유도하면서 KIA 타선에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KIA는 제환유를 상대로 급한 모습만 보여준 채 별다른 득점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2회부터 5회까지 안타는 3회 김선빈의 우전 안타가 전부였다.

제환유는 이날 5이닝 동안 71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잘 던지면서 두산의 마운드 운영을 이끌었다. 지난 사흘 연속 불펜 소모가 많았던 두산도 6회부터 불펜을 가동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여유가 생겼다. 박신지 이영하 홍건희가 차례로 나와 KIA의 도망가는 발걸음을 붙잡았다.

▲ 7이닝 무실점 역투에도 불구하고 승리투수가 돠지 못한 제임스 네일 ⓒKIA타이거즈
▲ 7이닝 무실점 역투에도 불구하고 승리투수가 돠지 못한 제임스 네일 ⓒKIA타이거즈

그럼에도 KIA가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에이스 제임스 네일의 역투 덕분이었다. 네일은 이날 7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외롭게 싸웠다. 위기는 몇 차례 있었지만 뛰어난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실점 없이 버텼다. 동료들의 득점 지원이 없었지만 묵묵히 자기 공을 던졌다.

그런데 네일도 9회까지 모든 경기를 책임질 수는 없었다. 장판파의 장비처럼 두산을 홀로 막아서고 있었던 네일이 8회 퇴각한 뒤, KIA는 곧바로 위기를 맞이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부진했던 마무리 정해영을 2군에 보내는 등 강수를 두며 불펜을 재정비한 KIA였지만, 시작부터 실패했다.

KIA는 1-0으로 앞선 8회 불펜 첫 주자로 이준영이 등판했다. 그러나 강승호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불씨를 남겼다. 케이브의 유격수 뜬공 때도 박찬호가 잡았다가 놓치며 겨우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뭔가 경기장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 8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역전 결승타를 친 조수행 ⓒ두산베어스
▲ 8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역전 결승타를 친 조수행 ⓒ두산베어스

여기서 KIA는 임시 마무리를 맡은 전상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전상현이 마무리이기는 하지만 8회 위기가 있다면 먼저 쓰며 불펜 운영을 유동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상현이 양의지에게 좌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맞고 1사 2,3루에 몰렸다. 안재석을 고의4구로 거르고 만루 작전을 펼쳤으나 오히려 대타 김인태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다. 허무한 순간이었다.

전상현은 류현준을 삼진으로 잡아냈고, 조수행 타석 때 2루 견제를 해 2루 주자 안재석을 잡아내는 듯했다. 원심은 아웃이었다. 그러나 비디오판독 결과 세이프로 정정됐다. 1-1로 8회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KIA의 힘이 또 빠지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결국 조수행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

KIA는 이후 조수행의 2루 도루 때 포수 김태군의 송구가 뜨면서 실책으로 3루 주자의 득점까지 허용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9회 2사 후 김태군이 솔로홈런을 치기는 했지만 이미 승패는 넘어간 뒤였다. 그렇게 KIA는 2-4로 지며 충격적인 잠실 3연패와 함께 원정 12연전 일정을 씁쓸하게 마무리했다. 이날 고척에서 키움에 이긴 KT에 공동 5위를 허용했다.

▲ 8회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1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전상현  ⓒKIA타이거즈
▲ 8회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1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전상현 ⓒKIA타이거즈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