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2군으로 내려가 경기력 조정의 시간을 갖는 정해영 ⓒKIA타이거즈
▲ 17일 2군으로 내려가 경기력 조정의 시간을 갖는 정해영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KIA는 올 시즌의 상당 기간을 5할 승률 고지전에 소모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및 부진으로 구성원들이 상당수 바뀌었고, 경기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 구성원들의 운영 패턴도 지난해와 많이 달라졌다. 

팀 부동의 마무리이자, KBO리그 역대 최연소 100세이브 달성자인 정해영(24·KIA)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KIA는 불펜 선수층이 나름 두꺼웠다. 그리고 타선에 힘도 있었다. 정해영의 임무는 9회 팀의 리드를 지키고 경기의 문을 닫는 것이었다.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정해영은 31세이브를 기록했고, 등판 경기의 91.4%는 팀의 리드를 지켰다. 평균자책점도 2.49로 좋았다. 남부럽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9회에만 등판해 1이닝만 막는 선수가 아니었다. 장현식의 FA 이적, 기대주 조상우의 부진, 곽도규의 수술 이탈 등으로 불펜의 구멍이 뚫렸다. 정해영은 더 다양한 상황에 나가야 했다. 조금 더 일찍 나가는 경기도 많아졌고, 더 오래 마운드를 지키는 일도 많아졌다. 실제 정해영은 지난해 시즌 전체를 통틀어 아웃카운트 4개 이상을 책임진 경기가 5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시즌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9경기가 그랬다.

9회에 나와 1이닝을 막아도 팀 타선이 점수를 못 내 연장으로 흘러가고, 경기는 잡아야 하니 정해영이 연장 10회까지 책임지는 사례도 늘어났다. 불펜 문제뿐만 아니라 타선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였다. 정해영은 올해 2이닝 소화 경기도 세 차례나 됐는데 이런 상황에 나온 것들이었다. 6월 8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2이닝 동안 44개의 공을 던지며 기어이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 전반기 막판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는 정해영은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KIA타이거즈
▲ 전반기 막판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는 정해영은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KIA타이거즈

물론 빠르게 승부가 안 되다보니 ‘셀프 혹사’ 측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불펜의 마지막 보루로서 충분한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그런 정해영의 책임감을 칭찬했다. 하지만 전반기 막판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구위가 떨어지고, 피안타율이 급증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승부하다 보니 오히려 경기만 꼬이는 일이 많아졌다.

결국 정해영은 1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최근 경기력으로는 마무리를 맡기기 어렵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이 있었다. 구위도 떨어지고, 구속도 떨어졌다. 검진 결과도 그렇고, 선수 자신의 말로도 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밸런스 문제일 수도 있고,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겟지만 체력 문제를 간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것은 체력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코칭스태프도 복기를 해봐야 할 부분이다. 풀타임 마무리가 된 이후로 투구 수만 보면 가장 부하가 심한 시즌이었다. 정해영의 2022년 투구 수는 914개, 2023년은 780개, 부상이 있었던 지난해는 840개였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949개의 공을 던졌다. 

▲ 올 시즌 초중반 부하가 있었던 정해영은 구위 재정비가 관건이다 ⓒ곽혜미 기자
▲ 올 시즌 초중반 부하가 있었던 정해영은 구위 재정비가 관건이다 ⓒ곽혜미 기자

불펜 투수들은 3년 이상 생생한 구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쩌면 5년 이상 쉼 없이 달려온 정해영에게도 한 번은 고비가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정해영은 2020년 입단한 이후 올해까지 311이닝을 던지며 147세이브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게 활약한 마무리 중 하나였다. 국지적으로는 몰라도 경력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큰 부침이 없었던 선수였다. 남들이 벌써 겪었을 문제가 지금 찾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정해영의 1군 복귀 과제로 경기력 재정비는 물론 심리적인 부분에서의 재무장도 제시했다. 마무리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열정을 다시 살려 돌아오길 바랐다.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내부에서 봤을 때 뭔가의 결여가 있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팀에서 정해영의 임무를 대신할 선수가 마땅치 않은 것도 있고, 열악해진 불펜 상황에서 정해영은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선수다. 순위 싸움이 급한 상황에서 정해영을 2군에 내린 것도 지금이 정비를 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점이 있다. 이번 2군행이 올해 남은 시즌은 물론 정해영의 야구 경력에 어떤 터닝포인트가 될지 주목된다. 

▲ KIA 정해영 ⓒKIA타이거즈
▲ KIA 정해영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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