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완 이현호는 올해 두산 베어스 마운드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활약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감독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혼내는지 아는데 그동안 못해서 죄송했죠. (이)용찬이 형이 빠진 게 팀에는 마이너스지만, 나는 좋은 기회잖아요. 안 놓치려고 악착같이 던지고 있어요."

두산 베어스 좌완 이현호(27)가 프로 데뷔 9년 만에 1군 붙박이로 버틸 기회를 잡았다. 이현호는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 2라운드 11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기대주였다. 두산은 이현호를 차기 왼손 선발감으로 보고 기대를 걸었지만, 이현호는 1군에 정착하지 못하고 꽤 오랜 시간 방황했다. 

이현호는 올해 개막 엔트리에 든 뒤로 한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추격조로 안정감을 보여주다 지난달 15일 선발 이용찬이 햄스트링 미세 손상으로 이탈한 뒤로는 대체 선발투수로 뛰고 있다. 이현호는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달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4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지난달 28일 잠실 롯데전은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까지 챙겼다. 시즌 9경기 성적은 1승 17이닝 평균자책점 2.12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 "잘하는 선수가 착한 선수"라는 농담을 던졌다. 요즘 착한 선수로 이현호가 거론되니 "이현호는 진작에 더 착해졌어야지. 2015년부터 착했어야 해"라고 답하며 껄껄 웃었다. 김태형 감독식 칭찬이었다. 

이현호는 "감독님께서 예외적으로 (함)덕주 빼면 선수들에게 애정 표현을 잘 안 하신다. 칭찬을 해주셨다니 기분 좋다. 솔직히 예전부터 잘했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유독 감독님께서 나는 엄하게 대하신다. 무서운데 잘하라고,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혼내시는 걸 잘 안다. 지난 몇 년 동안 못해서 죄송했는데, 이제라도 잘해서 (기대를)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마음가짐의 변화가 마운드에서 결과로 나오고 있다. 이현호는 "단장님과 감독님께서 '너 그러다 잘린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진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경각심이 들었다. 형들이 방출되는 걸 많이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 두산 베어스 이현호 ⓒ 곽혜미 기자
이어 "지금 엄청나게 바뀐 건 없는데 생각보다 잘되고 있다. 구위는 더 안 좋아졌다. 투구 폼을 바꾸면서 제구력이 좋아진 대신 구위는 떨어졌다. 그런데 쉽게 맞아 나가던 공들이 아웃카운트가 되고, 안정적으로 버티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쫓기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강박도 없어졌다. 그냥 타자한테 치라는 마음으로 던진다. 그런 마음가짐의 차이가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원형 두산 투수 코치와 지난해 2군에서 함께한 정재훈 두산 불펜 코치의 도움이 컸다. 이현호는 "지금 투구 폼을 완성할 때는 김원형 코치님의 도움이 컸다. 정재훈 코치님께서는 지난해 2군에 있을 때 내가 야구의 끈을 놓지 않게 잡아주시고 폼도 바꿔주셨다. 폼을 완성한 건 이번 스프링캠프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정재훈 코치님께서 지난해부터 잡아주신 게 크다. 아직 시즌을 얼마 안 치르긴 했지만, 예전과 달라진 걸 스스로 느낄 정도라 두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이현호는 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한다. 이용찬의 복귀가 임박해 앞으로 1경기, 많으면 2경기 정도 더 선발 기회가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보직과 상관없이 지금처럼 1군 투수로 남아 있는 게 올 시즌 최우선 목표다. 이현호는 "(이)용찬이 형이 복귀해서 다시 추격조로 가도 서운한 건 없다. 나는 2군에 있으면 마음을 자꾸 내려놓는 편이다. 나를 잘 안다. 1군에 계속 있어야 긴장하고 안 내려가려고 노력하는 걸 안다. 초반에 편한 상황에 자주 나가고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기회를 주시니까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수비나 견제가 약한 편인데, 그런 상황에서 멘탈이 흔들리지 않도록 수비와 견제 연습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자리에 욕심내지 않고 기회마다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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