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광속구', 진정한 '취향 저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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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젊은 투수들, 혹은 지난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투수들은 건강한 몸 상태를 갖췄다면 1월 하순 쯤 불펜피칭에 돌입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2월에 접어들며 자체 청백전 등을 통해 자신들의 구위와 제구력을 검사 받는데 현 시점에서 140km대 후반의 빠르기를 보여주는 투수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 프리에이전트(FA)로 한화에 합류한 우완 송은범(31)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1군 실적이 일천한 젊은 투수들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2차 전지훈련에서도 젊은 투수들이 좋은 활약 혹은 가능성을 보여줘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것이다. 젊은 투수들이 시즌 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당연히 희소식. 그런데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안정된 로케이션이 아닌 빠른 공을 앞세워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검증되지 않은 젊은 투수들이 각 구단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취향을 저격해 시즌 개막 후에도 제대로 된 기회를 얻어 야구 인생에 꽃을 피울 수 있을 지 여부다.
사실 몇 km의 공을 던졌는지, 최고 구속이 얼마나 되는지는 리그에서 검증된 투수가 아닌 이상 무조건 장밋빛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1군에서의 기회가 적거나 없던 투수가 눈도장을 받기 위해 오버 페이스를 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30대 투수는 20대 시절 친정팀 캠프를 치를 때 손쉽게 140km대 후반, 150km의 공을 던지며 기대를 모았으나 정작 시즌 들어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방출되었다. 젊은 나이에 은퇴 위기로 몰렸으나 다른 팀의 입단 테스트를 치르고 뒤늦게 제 실력을 보여주며 주축 투수가 된 그는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갓 입단하거나 1군에서 보여준 것이 없는 투수는 심하면 마무리 훈련부터 힘껏 던지고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캠프 초반 불펜 피칭 돌입과 함께 무섭게 페이스를 올리는 투수들도 있고요. 프로 선수인 만큼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빠르게 페이스를 올리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정작 정말 중요한 시즌 때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거든요. 부상 위험도 커져서 정말 야구 인생에 중요한 순간을 허송세월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베테랑은 “캠프 연습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세게 던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던지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속 150km이 넘는 공을 캠프 연습경기서부터 던지면 당연히 비시즌 주목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타자를 세워 놓고 던지는 라이브피칭이나 연습경기에서 무조건 빨리 던지는 것이 아니라 코너워크 제구, 볼카운트와 주자 상황에 따른 바람직한 구종 선택 등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실전에서 잘 던지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을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이 캠프에서 가장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캠프 초반부터 빠른 공을 연신 던지면 자연스럽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지도자들은 투수의 가장 중요한 기본기로 스피드가 아닌 제구력을 우선시한다. 덩치 큰 파워피처 유망주를 선호하던 김응용 전 한화 감독도 “제구가 잡혀야 1군에서 제대로 출장 기회를 줄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불세출의 투수였던 선동열 전 KIA 감독도 “현대 야구에서는 150km 이상의 공도 노려치고 파울커트로 괴롭히는 정교한 타자들이 많아졌다. 스피드는 능사가 아니다”라며 제구력의 중요성을 자주 이야기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빠른 공을 던지는 것. 코칭스태프와 팬의 관심을 보다 일찍 불러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만약 이것이 힘 잔뜩 들어간 오버페이스라면. 그리고 코너워크를 위한 노력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진정한 '감독 취향 저격'은 아닐 것이다.
[사진] 불펜투구를 준비 중인 두산 투수들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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