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기 포지션별 최고 선수 등극을 눈앞에 둔 강재민(왼쪽)과 정은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정은원(21·한화)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도는 순간, 마음을 졸였던 한화 더그아웃은 비로소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정은원은 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6-0으로 앞선 9회 1사 만루에서 우익수 옆으로 흐르는 3타점 싹쓸이 적시타를 치며 마지막에 웃었다.

정은원은 오는 7월 23일 개막되는 2020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좌절이 클 법한 상황이다. 정은원은 올 시즌 리그 2루수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대표팀 엔트리 ‘데드라인’을 넘겼다. 그러나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정은원을 선택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주전 2루수로 유력한 박민우(NC)의 경험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나의 동기부여가 사라진 상황. 어린 선수로서는 이겨내기 쉽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지만 정은원은 그라운드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가속도가 더 붙는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400에 이르고, 멀티히트 경기가 5번이나 된다. 9일 경기에서도 2루타 하나와 9회 3타점 적시타를 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시프트가 워낙 복잡한 한화지만,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과시했다.

태극마크가 꼭 ‘최고 선수’를 증명하는 건 아니다. ‘현 시점’ 올해 리그 최고 2루수는 정은원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정은원은 리그 2루수 중 가장 높은 OPS(출루율+장타율)을 기록 중이고, 가장 높은 가중출루율(wOBA)을 기록 중이다. 가장 성실하게 경기에 나섰음은 물론이다. 또한 리그에서 가장 투수를 괴롭히는 선수 중 하나다. 정은원의 타석당 투구 수는 4.52개로 리그 1위다. 안정된 수비, 두 자릿수 도루는 덤이다.

한화에는 이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선수가 있다. 이날 경기에는 휴식을 취했지만, 리그 최고 불펜 요원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이드암 강재민(24)이다.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뛰어난 활약으로 필승조에 이름을 올린 강재민은 올해 33경기에서 42⅓이닝을 던지며 2승3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1.06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리그에서 3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2위가 LG 마무리 고우석인데 1.55다. 단연 최고 중간 투수다.

기본적인 땅볼 유도 능력을 갖춘 데다 장타를 억제하는 데 굉장히 능한 선수로 긴박한 상황에서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올해 4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 중 피홈런이 하나도 없는 선수는 오직 강재민뿐이다.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스태미너는 덤이다. 이 때문에 대표팀 선발 당시 가장 논란이 된 선수이기도 했다. 실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단기전에 임하는 대표팀 마운드 구상 전략에서 탈락했다고 봐야 한다.

두 선수는 탈락의 아픔을 딛고 계속해서 전진을 거듭하고 있다. 태극마크는 달지 못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전반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이제 두 선수는 자신의 보직에서 전반기 최고 선수가 될 준비를 마쳤다. 이름 두 자는 적어둔 상태고, 남은 8경기에서 마지막 한 글자만 새기면 된다. 그리고 부상자가 생긴다면, 대표팀 엔트리는 아직 바뀔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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