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는 노경은의 '야구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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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수레바퀴 돌 듯 예전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선수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이야기했으나 결과보다 과정이 좋았다. 두산 베어스 오른손 투수 노경은(32)의 야구 시계는 다시 돌아간다.
노경은은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7구 5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했다. 최고 구속 151km에 패스트볼-슬라이더-커브-스플리터를 골고루 던졌는데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적극적인 제구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노경은은 마무리 후보로 페넌트레이스 개막을 기다렸다. 김태형 감독이 노경은을 이름 대신 '어이, 마무리'라고 부르며 동기부여에 힘썼고 선수도 적극적으로 대답하며 2015년 시즌을 준비했으나 라이브 배팅에서 김현수(볼티모어)의 타구에 턱을 맞아 수술하는 불운을 겪었다. 치료를 마치고 시즌 도중 복귀했으나 슬럼프에 모친상까지 당하며 온전히 야구에 힘을 쏟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30일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⅔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구원승으로 재기 가능성을 높였다.
김태형 감독은 2012년 당시 두산 지휘봉을 잡았던 김진욱 감독과 다른 접근법으로 노경은의 선발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김진욱 감독도 투수 노경은의 미래 가치에 대해 선발이 아닌 '미래 마무리'로 평가했다. 김진욱 감독은 2012년 두산 마무리로 뉴욕 양키스의 중간 계투로 활약한 스캇 프록터를 선택하면서도 “프록터와 작별할 경우 우리 팀 마무리는 노경은일 것이다”며 노경은의 구위를 높이 샀다.
그러나 노경은은 2012시즌 초반 셋업맨으로 불안한 투구를 펼쳐 그해 6월 6일 잠실 SK전에서 선발로 등판했다. 자기 공이 얼마나 좋은지 선발로 뛰며 느껴 보라는 코칭스태프의 배려였으나 여기서 노경은은 6이닝 1실점 쾌투로 김진욱 감독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그리고 노경은은 2012년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2위, 국내 투수 1위)으로 두산 투수진 신데렐라가 됐다. 2013년에도 노경은은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하며 두산 선발진의 기둥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투수 코치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노경은은 2014년 멘탈이 흔들리며 3승 15패 평균자책점 9.03으로 부진했다. 송일수 감독이 1년 만에 경질된 뒤 노경은을 잘 알고 있는 김태형 감독이 부임했다. 김진욱 감독이 노경은을 어머니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김태형 감독은 “30대 투수가 됐으니 스스로 역경을 헤쳐 가야지”라며 아버지의 눈길로 노경은의 재기를 바랐다.
그러나 턱 골절상 이후 노경은은 제 공을 확실히 믿지 못하고 흔들렸다. 여러 가지를 시험했으나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2014년의 실패를 반복할 뻔했다. 김태형 감독은 어머니의 병환으로 흔들렸던 노경은을 최대한 배려했고 최악의 경우 2016년 시즌을 위해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남은 시즌을 조정 기간으로 줄 생각까지 했다.

노경은의 자리였던 마무리 보직에는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왼손 이현승이 자리 잡았다. 페넌트레이스가 끝난 뒤 한국시리즈 막판 호투로 가능성을 보이며 팀 우승에 힘을 보탠 노경은은 5선발 후보로 2016년 시즌 개막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선발 보직 준비 지시를 스프링캠프에서 받았기 때문에 좀 더 여유롭게 몸을 만들어 놓았다.
“별로 긴장 안 해요. 저 이제 (프로)14년째 투수잖아요. 이제 마음이 편해집니다”며 시범경기를 기다린 노경은은 앞선 두 차례 경기에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투구했으나 실투를 공략당하며 홈런 세 개를 허용했다. 19일 KIA전에서도 1회 김원섭에게 우월 투런 홈런을 맞으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노경은의 마음가짐은 예전과 달랐다. 유망주의 틀을 깨지 못하던 시절의 노경은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공을 던지다 더 공략당하기 일쑤였다. 그는 “예전에는 승계 주자가 있을 때 등판하거나 내가 실점했을 때 '또 맞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특히 계투로 등판할 때는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스스로 어려워했던 것 같다”며 자신을 돌아봤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노경은은 기록에 관계없이 자신이 던져야 할 공을 던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한 시범경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슬슬 제 페이스도 찾아갔다. 시범경기지만 오랜만에 기록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대해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웃은 노경은은 “올 시즌 성적은 하늘에 맡겨 보겠다”고 말했다. 아들이 마음 같이 야구를 하지 못할 때마다 속으로 늘 걱정하고 응원하던 어머니가 계신 바로 그 하늘이다.
[사진] 노경은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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