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6위에 오른 유영(왼쪽)과 9위 김예림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6위에 오른 유영(왼쪽)과 9위 김예림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베이징 이성필 기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유영(18)과 김예림(19, 이상 수리고)이 환한 미소로 대회를 마감했다.

유영은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나서 기술점수(TES) 74.16점, 예술점수(PCS) 68.59점을 합쳐 142.75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67.78점을 더해 총점 213.09점을 기록, 6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예림은 프리스케이팅에서 134.85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67.78점과 합친 총점 202.98점을 받으며 9위에 올랐다. 이들의 연기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두 명 모두 '톱10'에 성공했다. 특히 유영은 '피겨 여왕' 김연아(32) 이후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선수 중 최고 성적을 냈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 나섰던 최다빈(22, 고려대)은 7위에 올랐다. 유영은 최다빈보다 한 계단 높은 6위를 차지하며 김연아의 뒤를 이었다.

▲ 유영이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 유영이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아를 제외한 한국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유영과 김예림은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와 동행한 곽민정(28)은 13위를 차지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은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출전권 3장을 확보했다. 김연아의 활약에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은 이는 김해진(25)과 박소연(25)이다. 김연아가 '황당한 판정'으로 은메달을 획득할 때 김해진은 16위, 박소연은 21위에 올랐다. 2018년 평창올림픽은 두 명만 싱글 무대에 섰다. 최종 7위에 오른 최다빈, 13위를 기록한 김하늘(20)이었다.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동반 '톱10'을 달성한 것은 유영과 김예림이 처음이다. 이들은 2016년 1월 전국남녀종합선수권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유영은 만 11살의 나이에 우승을 차지했고 김예림은 4위에 올랐다.

▲ 유영이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뒤 두 팔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유영이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뒤 두 팔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유영, 김예림에 임은수(19, 신현고)와 이해인(17, 세화여고)까지 가세해 '포스트 김연아' 경쟁을 펼쳤다. 유영은 베이징 올림픽 1, 2차 선발전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베이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허리 부상을 참고 뛴 김예림은 치열했던 2위 경쟁에서 생존하며 올림픽 출전에 성공했다.

이들의 올림픽 목표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완벽한 경기를 펼치는 '클린 프로그램'을 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채점 기준이 깐깐했고 완벽한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특히 유영은 쇼트와 프리에서 두 번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지만,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다. 분명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유독 유영의 트리플 악셀에 대해서는 엄격한 면이 있었다. 

유영은 "(트리플) 악셀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 그렇지만, 노력하고 연습해서 회전수를 다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김예림도 장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중 첫 점프인 러츠에서 어텐션(!로 표기: 애매모호한 점프 에지) 판정이 지적됐다.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후속 점프가 쿼터 랜딩(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 부족할 경우)이었다.

▲ 김예림이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예림이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예림은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점프가 지적된 것은 처음이다. 그 부분이나 여러 부분에서 아쉬운 것 같다. 그러나 다음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난히 박했던 채점에 유영과 김예림은 개인 최고 점수를 넘지는 못했다. 유영은 "점수가 나온 순간 좀 의아했지만, 그래도 여기에 만족한다. 점수가 기대만큼 아니었어도 기쁘고 좋았다"라며 시원섭섭한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이수경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 겸 국제심판은 "유영이 프리스케이팅에서 시도한 트리플 악셀은 쇼트프로그램과 비교해 더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아쉬움이 크지만 앞날은 밝다. 모두 4년 뒤 이탈리아 밀라노 대회의 꿈을 간직하고 있어 그렇다. 유영의 매니지먼트사인 대홍기획 관계자는 "유영은 4년 뒤 열리는 밀라노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있다. 선수 본인도 밀라노 올림픽을 향해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 김예림이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예림이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예림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 관계자도 "선수 본인은 그렇게 할 의사(2026년 밀라노 올림픽 출전)가 충만하다. 잘하는 것만큼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유영은 김예림에 대해 "어릴 때부터 같이 준비하고 훈련했는데 올림픽에 와서도 잘 끝낸 것 같아 기쁘다. 제 경기가 끝난 뒤 (김)예림 언니가 안아줘서 한 번 더 눈물이 났다"라며 고마움을 전한 뒤, 4년 뒤 밀라노올림픽에 대해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로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 열심히 노력해서 (올림픽 티켓) 3장을 만들겠다"라며 도전 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싱글에 3명이 출전한 국가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일본, 미국이었다. 올림픽 출전권을 얻으려면 직전 세계선수권대회가 중요하다. 즉 2023 세계선수권대회에 2명 이상이 출전해 합산 순위 13위 안에 들어야 3장이 확보된다. 14~28위가 2장, 29위는 1장이다. 

최근 다양한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도전 가능한 과제다. '베이징 효과'로 선수들의 성장 의욕이 더 커진다면 3명 출전이 꿈은 아니다. 그랑프리 시리즈와 파이널, 4대륙선수권, 컵대회 등에서 선전이 이어진다면 한국 여자 피겨는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12년 만에 3명 출전이라는 꿈을 이뤄낼 수도 있다. 

▲ 카밀라 발리예바가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도중 실수하며 빙판에 넘어졌다. ⓒ연합뉴스
▲ 카밀라 발리예바가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도중 실수하며 빙판에 넘어졌다. ⓒ연합뉴스

베이징에서 터진 '발리예바 도핑 파문'으로 인해 피겨 스케이팅 규정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여자 선수들의 경우 올림픽 출전 나이 제한을 높이고 어려운 점프에 얽매이지 않는 제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국가 대표로 많은 대회를 경험한 한 피겨 관계자는 "남자 선수들도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서 매번 실수하는 걸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라며 "어떤 (여자) 선수들은 트리플 악셀만 7년 넘게 연습해서 겨우 한두 개 정도 프로그램에 넣는다. 그런데 4회전 점프를 프리스케이팅에서만 그렇게 많이 뛰는 것은 매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키하라 리카(일본)는 부상으로 이번 올림픽에 불참했다. 트리플 악셀을 뛰는 키히라는 러시아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쿼드러플 점프 훈련에 집중했다. 그러나 훈련의 성과는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부상에 발목이 잡혀 중요한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했다.

▲ 베이징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점수를 기다리는 유영(왼쪽)과 하마다 미에(일본) 코치ⓒ연합뉴스
▲ 베이징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점수를 기다리는 유영(왼쪽)과 하마다 미에(일본) 코치ⓒ연합뉴스

이수경 심판은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어려운 점프 연습도 필요하지만 체력도 완성해서 프로그램 후반부까지 유지하는 점이 중요하다. 또, 큰 부상 없이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김예림의 경우 프리에서 투란도트를 내세웠는데 음악이 후반부 가산점 구간으로 들어가면 더 격정적인 리듬으로 변한다. 그에 맞춰 고난도 연결 점프를 시도해야 하는데 체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스텝, 시퀀스 등 세부 연기가 흔들릴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마크 애덤스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성년 선수들의 나이 제한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에 "충분히 검토할 사안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와 대화가 필요하다"라며 피겨는 물론 다른 종목에서 점점 늘고 있는 같은 사례를 감안해 출전 연령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무리한 기술에 얽매이기보다 건강한 몸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다음 올림픽에서는 도핑 파문이 발생하지 않고 '피겨 스케이팅다운' 경기를 펼치는 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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