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이제는 본인에게 확신이 생긴 거죠."
스스로 확신을 갖고 1군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선수 본인과 구단이 느끼기에는 꽤 긴 시간이었겠지만, 어쨌든 10년 동안 흘린 땀은 헛되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에서 주전이 돼야 조금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던 김인태(28)는 드디어 올해 그 꿈을 이뤘다. '두산 주전 우익수' 김인태의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김인태는 올 시즌 20경기에서 타율 0.338(77타수 26안타), 1홈런, 10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팀 내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타율 2위, 타점은 1위다. 4번타자 김재환(9타점)보다도 더 많은 타점을 책임지며 팀이 시즌 초반 12승8패로 2위를 달리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두산은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한 김인태의 가능성을 믿고 지금까지 기다렸다. 김인태는 백업 외야수 경쟁을 펼치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거나 유니폼을 벗으며 하나둘 떨어져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김인태는 올해를 맞이하면서 "10년 동안 데리고 있었던 팀에 고맙다. 솔직히 10년이나 됐는지 몰랐다. 10년도 못 하는 선수도 많은데 새삼 오래됐다는 생각이 든다. 한 팀에서 10년 있는 것도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6년 100억원에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한 박건우의 빈자리를 놓칠 수 없었다. 지난해 1군에서 데뷔 이래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133경기) 뛰면서 자신감도 어느 정도 붙어 있었다. 박건우의 보상선수로 합류한 강진성이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지만, 김인태는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공수에서 우위를 증명하며 주전 우익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올해 김인태에게서 발견한 새로운 점은 딱 하나, 자신감이다. 김 감독은 "기술적인 것은 사실 그대로다. 자신감이다. 지난해 경기를 많이 뛰었으니까 이제는 본인에게 확신이 있는 것이다. 본인이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게 좋아진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인태의 생각도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해 프로 입단 후 제일 많은 경기에 나갔는데, 많이 나가면서 경험한 게 올 시즌 도움이 된 것 같다.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확실히 자신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그게 가장 크다"고 했다.
이어 "2스트라이크 전에는 자신 있게 돌리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콘택트에 집중하려 한다. 그런 생각은 꾸준히 했는데, 올해는 생각하고 있는 것을 대처하는 점에서 지난해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페르난데스는 2019년(197안타)과 2020년(199안타) 2년 연속 리그 최다 안타왕을 차지할 정도로 타격 기술이 빼어나다. 페르난데스는 그런 자신의 노하우를 동료들에게 잘 알려주는 편이다.
좌타자인 김인태는 올해 페르난데스가 강조한 대로 왼쪽으로 강한 타구를 보내는 데 집중해 훈련한 성과를 보고 있다. 그는 "페르난데스가 처음 (팀에) 왔을 때 치는 기술을 보고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다. 페르난데스가 봤을 때 내가 안 좋으면 통역 형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올 시즌 초반에는 유난히 타구를 왼쪽으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강하게 하더라. 코치님께서도 같은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왼쪽으로 타구를 보내려 생각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기대와 믿음 속에 성장한 김인태는 이제 사령탑이 라인업을 짤 때 편하게 이름을 적는 선수가 됐다. 김 감독은 26일 잠실에서 NC 다이노스를 8-4로 제압하기 전까지 1점차 승부가 잦은 상황과 관련해 "김인태와 허경민 빼고는 지금 감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5점 내기가 힘들다. 투수들이 부담이 갈 수 있다"며 걱정했다. 그래서인지 김인태는 이날 더 힘을 내 5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승리를 이끌었다.
10년이란 시간이 길어도 두산은 포기하지 않고 민병헌(은퇴), 박건우를 잇는 또 한명의 주전 우익수를 키워냈다. 두산은 이제 김인태가 앞으로 4~5년 동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이 맛에 키워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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