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코리안 좀비' 정찬성(35, 코리안좀비MMA)은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 갈까?

정찬성은 지난달 10일(한국 시간) UFC 273에서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에게 4라운드 레퍼리 스톱 TKO로 지고 은퇴를 거론했다.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 것 같았다. 경기를 지면 늘 그렇지만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나는 더 이상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걸 느끼고 있다. 파이터 생활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정찬성은 한국으로 돌아와 상처를 치료했다. 그러나 패배 아픔은 여전하다. 지난 4일 저녁 tvN에서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볼카노프스키와 경기를 떠올리며 또다시 울컥했다.

1라운드부터 작전이 꼬였다고 돌아봤다. 키 167cm 단신의 볼카노프스키의 잽이 예상보다 빨랐고 길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것과 너무 많이 달랐어요. 평소에 볼카노프스키와 비슷한 신장의 선수들과 엄청나게 스파링을 하거든요. 그 선수들한테 단 한 번도 잽을 맞지 않았어요. 1라운드부터 잽을 맞기 시작하고 거기서 무너졌어요."

"1라운드 끝나고 기억은 안 나는데 코치님이랑 얘기하다가 '쟤 진짜 잘하네요'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제가 아는 저 정찬성은 그때 그런 말을 했으면 말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한계를 느낀 좀비는 여전히 눈물이 난다.

"너무 많이 울었어요. 버텼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어요. 아직도…"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사실 지는 걸 생각하고 올라가진 않거든요. 3라운드 끝나고도 코치님이랑 얘기할 때 '해야죠'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것도 제가 잘 기억이 안 나요. 제가 아는 정찬성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그래도 발버둥을 치겠다'는 얘기로밖에 안 들려서…."

"어떻게 제가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아요. 얘한테 안 된다는 걸. 그걸 지금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어요."

정찬성은 사랑하는 격투기를 여기서 그만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계속 경기를 펼치다가 은퇴 후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할까 걱정이다.

"지금 제일 힘든 것 중 하나가, '멈춰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제일 힘들어요."

"나이가 문제는 아니에요. 나이는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아픈 것도 괜찮아요. 수술하고 이런 거는 문제없어요. 대신에 나중에 어딘가 몸이 불편해진다? 예를 들어서 '머리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건 상상도 하기 싫어요. 세 아이의 아빠로서, 격투기를 은퇴하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래도 마음은 격투기와 함께다. 정찬성은 "그만두기에 나는 격투기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머릿속에서 미치겠어요"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정찬성을 응원한다. 아내 박선영 씨는 "엊그제 남편에게 얘기했을 거예요. '어떤 결정을 해도 따르겠지만 나는 네가 사랑하는 일을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고…. 남편이 사랑하는 일을 같이한다는 것 자체가 그냥 저희한테는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아요"라며 응원했다.

정찬성은 2007년 프로로 데뷔해 24전 17승 7패 전적을 쌓았다. 어깨가 빠지고 무릎이 꺾이는 큰 부상을 겪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3년 6개월이나 옥타곤을 떠나 있던 적도 있다.

그때마다 정찬성은 좀비처럼 돌아왔다. 이번에도 코리안 좀비는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설 것인가? 정찬성은 심사숙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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