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L의 FA 설명회에 참석한 김선형 ⓒ KBL
▲ KBL의 FA 설명회에 참석한 김선형 ⓒ KBL

[스포티비뉴스=신사, 맹봉주 기자] 보통의 FA(자유계약) 선수들과 달랐다.

프로선수의 가치는 연봉으로 매겨진다. FA가 된 선수들의 우선순위도 당연히 돈이다.

하지만 이를 언론에 대놓고 얘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12일 KBL센터에서 열린 FA 설명회. FA 자격을 얻은 프로농구 47명의 선수 중 17명이 참석했다.

대어급이라 평가되는 선수들, 주목은 덜 받지만 준척급으로 분류되는 선수 등 여러 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중 연봉을 가장 먼저 입에 꺼낸 경우는 없었다. 김선형(34, 188cm)을 제외하면 말이다.

최소 두 팀 이상 경쟁이 붙은 대어급 선수들은 "가장 중요한 건 우승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아직 주전으로 확실히 눈도장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출전시간"을 언급한다.

연봉의 중요성을 밝히면서도 그게 다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돈을 '자신의 가치'나 '팀이 날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등으로 에둘러 표현하기도 한다.

김선형은 달랐다. 1순위는 연봉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매해 여름마다 수많은 FA 선수들과 인터뷰했지만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돈 얘기를 한 선수는 흔치 않았다.

"작년 연봉 협상 때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당시 다음 시즌 MVP에 오르고 연봉킹 찍겠다고 말했습니다. 연봉킹은 저의 포부였어요. SK에 선전포고를 한 거죠. 우승하고 MVP 받을테니 최고연봉자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SK가 최고연봉자로)만들어 줄지 기다려보겠습니다. 일단 정확히 연봉부터 정해져야 구체적인 계약기간이나 다른 조건들을 생각할 거 같아요."

과거 SK와 연봉협상을 하며 느낀 서운함과 현재 본인 기량에 대한 자신감이 섞여있는 발언이었다.

지난해 김선형은 SK와 연봉협상에서 이견을 보였다. 결국 연봉조정 신청까지 갔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김선형은 SK와 서로 생각하는 연봉 액수가 달라 진통을 겪은 경험이 있었다. 그때의 서운한 감정은 오래 남았다.

김선형의 자신감은 올 시즌 성적표에서 잘 드러난다. 정규리그서 평균 13.3득점 5.3어시스트 1.3스틸로 SK가 1위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선 더 빛을 발했다. 경기당 17.4득점 3.2리바운드 6.8어시스트 1.2스틸로 챔프전 MVP까지 선정됐다.

1988년생으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노쇠화는 보이지 않는다. 김선형 스스로 "20대 후반 같다"며 몸 상태에 강한 확신이 있다.

코트 밖 존재감도 크다. 개성강한 선수가 많은 SK에서 김선형은 베테랑으로써 팀을 하나로 이끌고 있다. SK 전희철 감독도 사령탑 데뷔 시즌부터 우승한 비결로 김선형의 리더십을 꼽았다.

SK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선수도 김선형이다. 엄청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시원한 플레이로 데뷔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프로농구 선수 중 팬서비스가 손꼽힐 정도로 좋은 점도 인기 요인이다.

▲ 김선형은 우승과 함께 파이널 MVP 트로피까지 손에 넣었다 ⓒ 곽혜미 기자
▲ 김선형은 우승과 함께 파이널 MVP 트로피까지 손에 넣었다 ⓒ 곽혜미 기자

김선형은 2011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SK에 지명된 후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SK에서 우승과 정규리그 MVP에 오르는 등 숱한 영광의 시간을 보냈다. 당연히 팀에 대한 애착이 크다.

그럼에도 이번만큼은 냉정하다. FA는 선수가 갑이 되는 흔치 않은 기회(물론 스타급 선수들에 한해서다).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히 내려한다.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제 퍼포먼스가 떨어지지 않는 한 이 생각은 유효할 거예요. 지금은 제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프로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SK가 제게 잘해주긴 했지만, 그간 연봉협상 과정에서 아쉬운 점들도 있습니다."

이제 SK가 응답할 차례다.

일단 SK는 김선형과 재계약 의지가 강하다. 이미 김선형에게 먼저 연락도 했다.

SK 관계자는 "우승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하겠다. 김선형은 당연히 잡아야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우승 축승회에 직접 참석한 SK 최태원 회장 역시 김선형의 FA에 대해 "잡아야죠. (김선형이)어딜 간다고"라며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김선형은 지난 시즌 보수 총액 5억 2000만 원(연봉 3억 8500만 원, 인센티브 1억 3500만원)을 받았다. 지난 시즌 연봉킹은 보수 총액 7억 5000만 원(연봉 5억 2500만 원, 인센티브 2억 2500만 원)에 전주 KCC와 5년 계약한 송교창이었다.

이번 FA 시장은 역대급이란 평가를 받는다. 김선형 포함 이정현, 이승현, 두경민까지 정규리그 MVP 출신만 4명이다. 전성현, 허웅의 가치는 이들 못지않다.

올 시즌 연봉킹은 지난 시즌 송교창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김선형의 잔류 여부는 SK의 배팅 액수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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