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앤서니 알포드(위)와 배정대가 각자 타구를 보고 쫓아가다 크게 충돌했다. ⓒ 연합뉴스
▲ kt 위즈 앤서니 알포드(위)와 배정대가 각자 타구를 보고 쫓아가다 크게 충돌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미식축구를 해서 그런가,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새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28)의 수비 기본기를 지적했다. 알포드는 2017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올해까지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뛴 외야수다. 빅리그 통산 6시즌 동안 102경기에 나섰는데, 좌익수로 50경기, 중견수로 14경기, 우익수로 8경기를 뛰었다. 빅리그에서는 백업 외야수였지만, 이런 경험을 인정해 kt는 대체 외국인 선수치고는 큰 금액인 57만7000달러를 알포드에게 안겼다. 

빅리그에서 외야수로 경험이 적은 것도 아닌데 막상 한국에서 알포드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어딘가 어설펐다. 계약 당시 알포드는 빠른 발과 수비를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타구를 잡으러 달려들 때나 송구할 때 등 수비할 때 모든 동작이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이 감독은 "방망이는 갈수록 괜찮을 것 같은데, 수비는 김태균 수석 코치에게 기본기부터 다시 가르치라고 이야기를 해뒀다. 알포드에게 들어 보니 미국에서 외야 수비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하더라. 어떻게 대시를 해서 어느 발이 앞에 있을 때 잡아야 하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어 "알포드가 미식축구를 같이 하면서 쿼터백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을 던질 때 럭비공을 던지듯이 마지막에 체인지업 던지듯 그런 식으로 던진다. 야구와 미식축구를 같이 하면서 야구의 기본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이며 송구에도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령탑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낸 날 알포드는 결국 사고를 쳤다. 7-1로 크게 앞선 9회말 선두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좌중간 쪽으로 높이 뜬 타구를 날렸다. 수비 범위가 넓은 배정대는 재빨리 타구를 보고 달려들어 넉넉히 뜬공으로 처리할 수 있는 타이밍을 맞췄다. 

문제는 배정대 혼자 타구를 보고 달려든 게 아니었다. 좌익수 알포드 역시 타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두 선수는 콜플레이를 할 새도 없이 세게 충돌해 그라운드에 뒹굴었다. 알포드는 충돌한 뒤 몸이 붕 떠서 떨어졌고, 배정대는 알포드를 피하는 동작을 취하면서 몸통에 얼굴을 부딪히면서 그대로 넘어졌다. 글러브에 들어갈 뻔했던 공은 두 선수가 충돌한 충격에 튕겨 나왔다. 중견수 뜬공이었어야 할 타구가 좌중간 2루타가 된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물론이고 투수 김민수와 그라운드에 있던 야수들, 벤치에 있던 선수단 전부가 깜짝 놀라 잠시 얼어붙었다. 달려드는 쪽이었던 알포드는 툭툭 털고 일어났고, 알포드에 부딪힌 배정대는 흐르는 코피를 닦아내면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알포드는 가슴을 툭툭 치며 배정대에게 자신의 실수라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고, 배정대도 손을 들어 보이며 괜찮다는 신호를 줬다. 

kt 관계자는 "경기가 끝나고 배정대와 알포드 둘 다 몸 상태를 물어봤는데 모두 괜찮다고 하더라.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은 고비를 넘겼어도 알포드가 하루빨리 다른 선수들과 수비 호흡을 맞추고, 기본기도 다시 짚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승리도 승리지만,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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