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휴식 시간에 복부 통증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라파엘 나달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휴식 시간에 복부 통증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라파엘 나달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솔직하게 명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확답을 했는데 내일 또 어떤 일이 일어나면 저는 거짓말쟁이가 되기 때문이죠."

'흙신' 라파엘 나달(36, 스페인, 세계 랭킹 4위)이 '부상 투혼' 끝에 윔블던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는 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2022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테일러 프리츠(24, 미국, 세계 랭킹 14위)에게 3-2(3-6 7-5 3-6 7-5 7-6<10-4>)로 역전승했다.

나달은 비록 승자가 됐지만 표정은 좋지 않았다. 2세트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그는 메디컬 타임을 신청했다. 복부 통증을 느낀 나달은 코트를 떠나 긴급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프리츠와 4시간 20분 동안 혈투를 펼친 그는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코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몸은 괜찮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끝까지 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는 라파엘 나달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는 라파엘 나달

나달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닉 키리오스(27, 호주, 세계 랭킹 40위)와 맞붙는다. 키리오스는 이날 단식 8강전에서 크리스티안 가린(26, 칠레, 세계 랭킹 43위)을 3-0(6-4 6-3 7-6<7-5>)으로 물리쳤다.

2014년 윔블던 16강에서 키리오스는 나달을 꺾고 돌풍을 일으켰다. 이들의 상대 전적은 나달이 6승 3패로 우위에 있다. 가장 최근 맞붙은 경기는 지난해 ATP 투어 BNP 파리바 오픈 8강전이다. 이 경기에서는 나달이 2-1(7-6<7-0> 5-7 6-4)로 이겼다.

키리오스와의 경기에 대해 나달은 "우선은 경기할 수 있는 상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닉(키리오스)은 잔디 코트에서 특히 강하다. 올해 잔디 코트 시즌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큰 도전이고 100% 상태여야 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준결승 출전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준결승 출전 여부에 대해 나달은 "모르겠다. 몇 가지 검사를 더 받아야 한다"며 운을 띄운 뒤 "솔직하게 명확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내가 확답을 했는데 내일 또 무슨 일이 일어나면 거짓말쟁이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라파엘 나달이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 도중 메디컬 타임을 신청했다.
▲ 라파엘 나달이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 도중 메디컬 타임을 신청했다.

나달은 올해 두 번째 그랜드슬램 대회인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때도 "이것이 나의 마지막 롤랑가로스가 될 수 있다"며 은퇴할 뜻이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고질적인 발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프랑스 오픈에서는 진통제를 맞고 코트에 섰다. 이번 윔블던을 앞둔 상황에서 나달은 통증을 완화를 위한 치료를 받고 출전을 결정했다.

그러나 나달의 부상은 발뿐만이 아니었다. 프리츠와 대결한 8강전에 앞두고 그는 복부에 테이핑했다. 이미 경기 전부터 복부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달은 "나는 고통을 참거나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경기하는 데 익숙하다. (통증을) 오늘 처음 느낀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오늘은 최악의 날이었다. 그래도 경기를 이길 수 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나달은 복부 통증을 느낀 2세트 후반 이후부터 서브의 위력이 떨어졌다. 또한 장기인 빠른 발을 활용한 코트 커버 능력도 평소와는 달랐고 백핸드의 예리함도 사라졌다. 온갖 주무기를 내려놓은 상황에서 그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나달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경기를) 끝내고 싶었고 그저 싸웠다. 투지와 그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키리오스와 맞붙는 남자 단식 준결승전은 8일 열린다.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나달 측은 남은 시간 치료받은 뒤 준결승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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