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타율과 출루율에서 각각 5위에 올라 있는 SSG 박성한 ⓒ곽혜미 기자
▲ 리그 타율과 출루율에서 각각 5위에 올라 있는 SSG 박성한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1년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박성한(24‧SSG)은 SSG 팬들 정도에 알려진 선수였다. 차세대 유격수 후보군 중 하나였다. 그러나 팬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선수였다. 검증된 게 하나도 없었다.

김원형 SSG 감독의 결단 속에 주전 유격수로 나섰지만 시즌 초반 수비에서 불안감을 보여주며 오히려 주전 자리를 잃을 뻔한 시기도 있었다. 타격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해 4월 30일, 박성한의 타율은 0.209였다. 멘도사 라인에 가까웠고, 주전보다는 2군이 더 가까웠다.

하지만 그랬던 선수가 이제는 10개 구단 팬들이 모두 알고, 또 경계하는 선수가 됐다. 불과 1년 사이의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성한의 성장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알 수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한 팀의 주전 자리조차 장담하지 못했던 선수는, 이제 올스타 유격수로 리그 최고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KBO리그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일이다.

박성한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 선발 3번 유격수로 출전해 5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팀의 13-10 역전승에 일조했다. SSG는 이날 초반 대량 실점으로 패색이 짙었으나 7-9로 뒤진 8회 터진 박성한의 싹쓸이 3타점 3루타에 힘입어 경기를 뒤집었고, 결국 연장 승부 끝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박성한은 이날 활약으로 자신의 시즌 타율을 0.331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이정후(키움‧0.341), 피렐라(삼성‧0.340), 이대호(롯데‧0.340), 소크라테스(KIA‧0.331)에 이은 리그 5위 기록이다. 단순히 타율만 높은 게 아니다. 볼넷도 제법 골라 출루율(.403) 또한 리그 5위에 올라있다. 그의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놀라운 타격 성적이다.

지난해 5월 이후로 눈을 넓혀보면 박성한은 194경기에 나가 타율 0.321, 출루율 0.394, OPS(출루율+장타율) 0.800을 기록하고 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에서, 적어도 타율과 출루율은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로 2위와 격차를 넉넉하게 벌렸다. 194경기는 한 시즌 경기 수(144경기)를 훨씬 뛰어넘는 표본이다. 이 정도면 타격은 이제 검증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 “박성한이 야구에 눈을 떴다”라는 현장 관계자들의 칭찬은 수없이 들을 수 있다. “타격에 큰 약점이 없다”는 호평까지 들린다. 우측 타구는 물론 가운데 방향과 좌측 방향에도 골고루 안타 분포도가 새겨지고 있다. 9일 대구 삼성전에서 기록한 3루타 또한 중견수 키를 넘기는 잘 맞은 타구였다. 그냥 나오는 안타가 아니었던 셈이다.

구단의 기대까지 뛰어넘었다. 사실 시즌 전 구단 코칭스태프 내에서 박성한의 타율 기대치는 사뭇 보수적이었다. 지난해처럼 3할 유격수가 되면 좋겠지만,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임을 고려하면 매번 오를 수는 없는 문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박성한은 그 예상치마저 넉넉하게 초과하고 있다. 스스로 한계를 확장하고 자신을 둘러싼 천장을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저 정도가 최고치겠지"라는 팬들의 틀까지 깨부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타격 페이스가 좀처럼 떨어지고 있지 않은 건 박성한의 훌륭한 ‘기초 체력’을 상징한다. 개인적 가장 큰 목표인 ‘144경기 전 경기 출장’은 비록 불의의 허벅지 부상으로 실패했지만,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에 큰 해가 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올해 SSG를 보는 팬들의 즐거운 설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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