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황스러운 성적 저하를 보이고 있는 패트릭 코빈
▲ 당황스러운 성적 저하를 보이고 있는 패트릭 코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워렌 스팬상 선정위원회는 2019년 수상자로 패트릭 코빈(33‧워싱턴)의 손을 들어줬다. 최고 좌완에게 주어지는 이 시상을 놓고 논란이 일어난 것은 당연했다. 2019년에는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류현진(35‧토론토)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빈도 2019년 202이닝을 소화하며 14승을 거두는 등 좋은 활약을 한 건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이 3.25로 류현진(2.32)과 꽤 차이가 났다. 결국 238개의 탈삼진과 이닝이 류현진을 제친 원동력으로 풀이됐다.

꼭 워렌 스팬상이 아니더라도 코빈은 좋은 투수였다. 2012년 애리조나에서 데뷔해 2019년까지 205경기(선발 187경기)에서 70승61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한 견실한 좌완이었다. 2019년 시즌을 앞두고는 워싱턴과 6년 총액 1억4000만 달러(약 1830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하기도 했다. 젊었고, 꾸준했다.

그런데 그랬던 코빈이 21세기 최악의 선발투수로 추락할 기미까지 보인다. 2020년부터 시작된 부진이 끝을 모른다. 반등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바닥을 계속 파고 있다.

코빈은 2일(한국시간)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4⅓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5패(4승)를 안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6.49에서 6.57로 더 올랐다. 내셔널리그 투수 중에서는 최다패, 최악의 평균자책점이다.

사실 코빈의 추락은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구속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폭락 수준까지는 아니다. 특별히 큰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볼넷을 특별히 더 많이 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뚝 떨어진 탈삼진 비율, 그리고 치솟은 피안타 비율 등 구위에서 전반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2020년 4.66, 2021년 5.8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코빈은 올해 21세기 최악 기록을 쓰고 있다. MASN의 마크 주커먼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최악 평균자책점(규정이닝)을 기록한 선수는 2005년 호세 리마로 6.99였다.

한국에서도 뛰어 우리에게 익숙한 리마는 휴스턴 소속이었던 1999년 21승을 기록하는 등 올스타 대열까지 오른 투수였다. 그러나 2000년 33경기에서 7승16패 평균자책점 6.65로 부진했다. 보통 6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로테이션에서 탈락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규정이닝을 채우지 않아 역사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마는 당시 196⅓이닝을 소화해 최악의 기록에 이름을 남겼다.

리마는 캔자스시티 소속이었던 2005년에도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168⅔이닝을 던졌으나 평균자책점 6.99를 기록해 기어이 최악의 기록을 썼다. 즉, 21세기 이후 코빈보다 더 최악의 성적을 낸 선발투수는 리마가 유일하다는 이야기가 되고, 좌완으로는 최초임을 의미한다. 코빈은 로테이션에서 빼기도 어려운 선수다. 시즌 막판 어떤 성적으로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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