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만 감독대행 ⓒ 삼성 라이온즈
▲ 박진만 감독대행 ⓒ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성윤 기자] '번트요? 저 강민혼데요?"

한때 야구팬들 사이에서 유행어로 잡은 '번·저·강(번트요? 저 강민혼데요?)'는 홈런 타자인 강민호는 번트 상황에서도 강공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한 게임 광고 모델이 된 강민호가 광고 속에서 하는 대사다. 그만큼 강민호는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고, 번트로 아웃카운트를 낭비하기보다는 그에게 강공 기회를 주는게 팀에 이득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022년 강민호의 공격 생산성은 좋지 않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 0.46이다. WAR에서 1은 어디서든 흔히 트레이드로 영입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그보다 못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 게 강민호다.

7월까지 삼성을 이끌었던 허삼영 감독은 강민호에게 희생번트 사인을 내지 않았다. 그를 중심 타선으로 기용하는 믿음의 야구를 펼쳤다. 그러나 타격 부진이 있었고, 강민호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허 감독 자진사퇴 후 대행으로 1군을 이끌고 있는 박진만 감독대행의 야구는 허 감독과 색깔이 다르다. 상대 전적을 꼼꼼하게 살펴 타순 배치에 신경 쓰고 있다. 상대 전적에서 약하고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과감한 타순 배치를 한다. 강민호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올해 처음으로 8번 타순에 배치됐다. 박 감독은 "투수와 상대성을 고려한 타순"이라고 밝혔다.

번트 상황 강공의 대명사였던 강민호는 하위 타순에서 경기를 맞이했다. 더구나 번트 상황에서 번트 사인이 나왔고 희생번트를 했다. 삼성이 4-0으로 앞선 3회초 김재성 중전 안타, 강한울 번트안타가 나와 무사 1, 2루가 됐다. 타석에 강민호가 나섰다. 강민호는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올 시즌 강민호의 첫 희생번트다. 강민호 최근 희생번트 시도는 2020년인데 이는 실패했다. 김한수 감독 재임 시절인 2019년 세 차례 시도했고 두 번 성공시켰다. 그만큼 '번·저·강'의 희생번트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이후 현란한 작전 야구가 펼쳐졌다. 오선진이 투수 맞고 굴절되는 1타점 내야안타를 쳤다. 이어 김지찬이 타석에 나서 1루수 앞 기습번트 안타를 기록하며 타점을 하나 더 올렸다. 4-0이었던 경기는 단숨에 6-0이 됐다. 삼성은 3회초 사실상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후 삼성은 추가 득점에 성공했고, 주축 선수들을 한 명씩 교체했다. 그동안 많이 뛰며 쉬지 못한 오재일과 피렐라가 교체로 나갔다. 

박 감독은 3일 두산에 1-3으로 진 다음 "분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며 "1군은 전쟁터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고 말했다. 언행일치의 화신처럼 바로 말한 바를 실천했다. 박 감독대행은 삼성 차기 감독 후보 가운데 하나다. 박 대행이 추구하는 야구가 조금씩 야구장에서 나타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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