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태인(왼쪽)-오재일. ⓒ 삼성 라이온즈
▲ 원태인(왼쪽)-오재일. ⓒ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성윤 기자] "봉인했던 걸 다시 꺼냈는데…."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체인지업 투수다. 낙폭이 크고 포심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오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타자들이 고전했다. 그러나 올 시즌 체인지업이 잘 통하지 않았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타자들이 분석해서 덤볐다. 원태인은 새로운 파훼법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원태인을 도운 건 천적이다. 지금은 천적이 아닌 주장이다. 오재일이 원태인을 깨웠다. 오재일은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시절 원태인을 폭격했던 타자다. 천적이 2021년을 앞두고 FA(자유 계약 선수) 자격을 얻어 삼성과 계약을 했다. 원태인이 한숨 돌릴 수 있는 계약이었다.

천적은 올 시즌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태인을 도왔다. 기술적인 조언이었다.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던지던 원태인은 투구 메뉴에 컷 패스트볼을 추가했다. 구종 추가 하나가 원태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원태인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돼 시즌 5승을 챙겼다. 두산전에서 늘 고전하며 최다 6이닝 투구에 그쳤던 원태인은 이날 데뷔 후 처음으로 7이닝 투구에 성공했다.

원태인은 이날 호투 배경 가운데 하나로 컷 패스트볼 투구를 꼽았다. 그는 "최근 (강)민호형이 체인지업을 줄이고 슬라이더 사인을 많이 낸다. 컷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자신이 있다. 타자들은 이제 내 체인지업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나도 거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재일이 형이 두산 시절 내가 컷 패스트볼을 잠깠 썼었다. 그때 좋았는데, 요즘 왜 안 던지냐고 물었다. 이야기를 듣고 봉인시킨 걸 다시 꺼냈다. 민호 형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해서 비중을 많이 높였는데 효과가 있었고, 자신감도 붙었다"고 밝혔다. 원태인을 상대 타자로 가장 잘 공략했던 천적 오재일이 원태인의 각성을 도운 셈이다.

이날 원태인 호투로 삼성 박진만 감독 대행은 대행 첫 승리를 챙겼다. 원태인은 "감독님께서 오시고 이기지 못했다. 오늘(4일) 꼭 승리를 내 힘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그럴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며 박 대행 첫 승 승리투수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시즌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원태인은 이제 5승을 챙겼다. 두 자릿수 승리까지 갈 길이 멀다. 원태인은 "10승 정말 하고 싶었다. 반타작해야 한다. 그래서 잘 모르겠다. 10승을 참 하고 싶었는데, 시즌을 치르다 보니 생각보다 안 풀리는 날이 많았다. 10승을 하면 좋겠다. 내가 그만큼 한다면, 팀도 그만큼 이긴다고 생각한다. 욕심은 갖고 있지만, 크게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대한 열심히 매 경기를 던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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