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정철원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정철원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안타 맞을 걱정은 있는데, 체력 떨어질 걱정은 없습니다."

두산 베어스 필승조 정철원(23)은 안산공고 시절 '고무 팔'로 불렸다. 나오는 경기마다 선발투수 임무를 맡았는데,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는 스태미나와 함께 어린 선수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직구 구속이 140㎞ 안팎이었는데도 두산이 2018년 신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지명한 배경이다. 

어린 시절부터 돋보인 장점이 프로에 와서 갑자기 사라질 리 없다. 정철원은 무려 5년을 기다린 끝에 오른 1군 무대에서 원 없이 공을 던지고 있다. 올 시즌 37경기에 등판했는데, 멀티 이닝 등판이 18경기에 이른다. 5월 정식 선수로 등록돼 1군에 합류했는데, 경기 수는 팀 내 불펜 3위, 이닝은 2위다. 

최근 필승조 박치국(24)이 팔꿈치가 불편에 자리를 비우면서 정철원은 경기마다 2인분을 해내고 있다. 아무리 어린 투수라도 지칠 법한데, 정철원은 오히려 자신이 중요할 때 쓰이는 상황을 즐기고 있다. 

정철원은 "고등학교 때부터 공을 많이 던져봤다. 감독님께서 직접 칭찬을 하시거나 관리하란 말은 안 하시는데, 관리해 주려 하시는 것을 경기를 하면서 느낀다. 많이 던진다고 힘이 떨어질 것 같진 않다. 안타 맞을 걱정은 있는데, 체력 떨어질 걱정은 없다"며 젊은 선수다운 패기를 보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정철원에게 계속 멀티 이닝을 맡기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그래도 5강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는데, 필승 카드를 아낄 수도 없는 노릇이다. 6위 두산은 최근 상승세를 타며 5위 KIA에 3.5경기차까지 따라붙었다. KIA와 이번 주말 원정 3연전이 5강 싸움의 분수령이었는데 5일은 5-3, 6일은 7-4로 역전승하며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정철원은 이 2경기에서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줬다. 

김 감독은 "선발이 5이닝 만에 내려오면 고민이 된다. 선발이 6회까지만 던져주면 (김)명신이, (정)철원이, (홍)건희까지 가면 되는데 지금 (박)치국이가 없어서 고민이 된다. 선발이 6회 1아웃 이렇게 내려오면 철원이가 5타자를 책임지는 상황이 나온다. (최)승용이도 쓸 수 있는데, 가장 급한 불을 끌 때는 철원이가 먼저"라고 이야기했다. 

가을 승부처가 오면 김 감독은 그 시기에 가장 좋은 투수를 중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게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용찬(현 NC), 이현승, 이형범, 이영하, 홍건희, 이승진, 박치국 등이 그랬다. 정철원은 이들의 계보를 이어 또 한번 두산의 가을 기적을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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