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첫 7점대 평균자책점 불명예 위기에 놓인 패트릭 코빈
▲ 21세기 첫 7점대 평균자책점 불명예 위기에 놓인 패트릭 코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아주 잘 던지는 것이 어려울까. 아주 못 던지는 것이 더 어려울까. 얼핏 보면 잘 던지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지만, 아예 못 던지며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다. 못 던지면 로스터에서 빠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0년 이후 규정이닝을 소화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총 7명이다.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1.74)를 시작으로 클레이튼 커쇼가 두 차례 달성했고, 잭 그레인키, 제이콥 디그롬, 제이크 아리에타, 로저 클레멘스, 블레이크 스넬도 한 차례씩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적이 있다. 

반대로 평균자책점 7.00 이상을 기록한 선발투수는 아무도 없다. 그 정도 성적이 되기 전에 알아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가장 좋지 않았던 평균자책점은 지금은 고인이 된 호세 리마가 가지고 있다. 리마는 2000년 6.65, 2005년 6.99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는 21세기 들어 첫 7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나올지도 모른다. 워싱턴 좌완 패트릭 코빈(33)이 그 불명예 후보다. 들인 돈을 생각하면 선발 로테이션에 계속 놔둬야 하는데, 성적이 계속 땅을 파고 들어간다.

코빈은 7일(한국시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열린 필라델피아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1회도 채우지 못했다. ⅔이닝 동안 5피안타(2피홈런) 2볼넷이라는 최악의 참사와 함께 6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워싱턴은 이날 코빈의 초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5-11로 졌고, 코빈은 시즌 16패(4승)째를 안았다.

이날 부진으로 코빈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6.57에서 7.02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5월 5일 7.16을 기록한 이후 세 달여 만에 다시 7점대 평균자책점이 됐다. 코빈은 이날까지 110⅓이닝을 소화해 규정이닝을 채우고 있다. 말 그대로 불명예 기록을 쓰기 일보직전이다.

리그 최다패 투수와 최악의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코빈이다. 사실 그럴 만한 투수는 아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269경기(선발 251경기)에서 85승을 거둔 수준급 투수다. 2019년 시즌을 앞두고는 워싱턴과 6년 총액 1억4000만 달러(약 1820억 원)에 계약하기도 했다. 2019년 최고 좌완에 주어지는 워렌 스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내리막이 뚜렷해 보인다. 코빈은 지난해에도 16패를 기록하는 등 최근 3년간 64경기에서 15승38패 평균자책점 5.84에 그치고 있다.

워싱턴도 골치가 아프다. 성적만 보면 당장이라도 로테이션에서 빼야 하지만, 올해 연봉이 약 2340만 달러에 이르는 코빈을 빼기가 어렵다. 불펜으로 가도 잘 던진다는 보장이 없고, 방출을 하자니 남은 연봉이 너무 많이 남았다. 코빈의 최종 성적이 본의 아니게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을 모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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