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선발투수가 정말 좋은 공을 던지고 있어서."
KIA 타이거즈 베테랑 중심타자 최형우(39)는 지난 7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상대 선발투수를 공략하느라 애를 먹었다. 최고 시속 152㎞, 평균 시속 149㎞에 이르는 묵직한 강속구를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꽂아 넣으면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적재적소에 섞어 던졌다. FA 계약으로만 147억원을 벌어들인 노련한 강타자 최형우를 괴롭힌 두산 영건은 2018년 1차지명 출신 기대주 곽빈(23)이었다.
곽빈은 이날 등판 전까지는 매우 평범한 성적을 낸 투수였다. 17경기에서 3승7패, 83⅓이닝,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했다. 두산 내부에서는 곽빈을 "공 자체는 팀에서 가장 좋은 편"이라고 호평했지만, 삼진 78개를 잡는 동안 볼넷이 46개에 이를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하지 못했다. 좋은 공을 활용하지 못하니 선수도 팀도 답답한 시간만 흘렀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곽빈은 KIA 강타선을 상대로 7이닝 7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을 기록했다(팀은 연장 10회 4-5 끝내기 패). 후반기 시작과 함께 오른 손바닥 타박상으로 이탈했다가 복귀한 첫 경기였는데도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안타를 맞든 안 맞든 자기 공을 믿고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던진 게 주효했다. 이날 호투 덕분에 시즌 평균자책점은 4.08까지 떨어졌다.
곽빈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6회말 2사 3루 위기에서 최형우에게 중견수 왼쪽 적시타를 내줘 선취점을 뺏겼다. 최형우는 앞선 2회말 첫 타석에서도 중견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 곽빈에게만 2안타를 기록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최형우는 선취점 상황과 관련해 "정말 좋은 공을 던지고 있어서 어떻게든 짧게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운이 좋았다. 바가지 안타니까"라고 이야기했다.
곽빈의 대반전투는 당연히 사령탑의 눈에도 띄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0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최근 달라진 곽빈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부상으로 빠지기 전 2경기도 좋았다. 예전에는 밸런스에 따라 공을 놓는 게 왔다 갔다 했다. 최근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공을 자신 있게 던진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런 곽빈이 기특했는지 더그아웃에서 마주치자 "이제 고생 끝났다. 끝났지?"라고 말하며 웃었고, 곽빈은 "네"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곽빈은 스스로 달라진 점을 꼽아달라 하자 "쉬기도 했지만, 나 자신을 조금 믿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제구를 잡으려고 스트라이크를 넣으려 하는 것을 안 좋아하신다. 어차피 투수들은 다 볼넷을 주는데, 그냥 맞든 말든 더 세게 던지려 하고, 2볼이 되면 더 세게 던지려 하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부터 마인드를 바꾸니까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금은 깨닫고 나니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던 전반기가 더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곽빈은 "비유를 해보자면 그때는 계속 승부를 안 하고, 나 혼자 방어를 했던 것 같다. 남은 경기는 방어 말고 승부를 하려 한다. 못 던져도 되고, 많이 맞아도 되니까 계속 공격적으로 던지려 한다. 내가 승리를 못 챙겨도 되니까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두산은 11일 현재 43승52패2무로 6위다. 5위 KIA 타이거즈와는 4.5경기차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한 브랜든 와델이 첫 등판에서 호평을 들은 가운데 로버트 스탁, 최원준, 이영하, 곽빈까지 5명이 남은 시즌 단단하게 선발 마운드를 다져야 한다.
곽빈은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다른 형들이나 외국인 투수들은 다 잘하니까. 투수끼리 뭉쳐서 같이 야수 형들 안 힘들게 도와주면서 하면 무조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곧 가을이 오니까"라며 올해도 가을 마운드에 설 수 있길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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