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준한 성장세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는 KIA 이의리 ⓒKIA타이거즈
▲ 꾸준한 성장세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는 KIA 이의리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말 그대로 가뭄의 단비였다. 불펜이 어려운 KIA 팀 사정의 고민을 깨끗하게 지워냈고, 앞으로의 투구에 대한 기대치까지 한껏 끌어올렸다. 오죽했으면 상대 팀 감독까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에이스 양현종이나 외국인 투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2년차 이의리(20)가 그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었다.

이의리는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을 거의 완벽한 경기 내용으로 마무리했다. 피안타는 단 2개였던 반면, 탈삼진은 10개나 됐다. 폭발력과 제구의 안정감 모두가 뛰어난, 근래 보기 드문 젊은 투수의 완성도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3㎞까지 찍혔고, 커브와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존을 폭격했다.

아군인 김종국 KIA 감독은 말할 것도 없고, 적장이었던 래리 서튼 롯데 감독마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투구였다. 서튼 감독은 14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이의리가 제구와 구위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인정하면서 “변화구도 넣었다 뺐다 했고, 몸쪽 플레이트도 잘 활용했다”고 말했다. 김종국 감독은 “이의리가 너무 초반에 상대 타선을 잘 막아줬다”면서 “커브 제구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지난해 신인상을 수상한 이의리는 큰 2년차 징크스 없이 묵묵하게 나아가고 있다. 시즌 22경기에 나가 119⅓이닝을 던지며 7승8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부침이 없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시즌을 놓고 보면 무난하게 상승세를 이어 가는 양상이다. 강력한 패스트볼이 재차 증명되고 있고,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 제구력에서도 오름세를 보인다. 무엇보다 아픈 곳 없이 지난해의 출장 수와 이닝 소화를 가뿐하게 뛰어넘다는 게 긍정적이다.

관심은 이의리의 관리 방안이다. 잘 던지고 있지만 2년차 투수다. 갑작스레 이닝 수가 불어나면 몸에 탈이 날 수도 있다.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사실 현재까지의 페이스도 김종국 감독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김 감독은 시즌 전 이의리의 투구 이닝에 대해 ‘지난해보다는 조금 더 많이, 대신 너무 늘어나지는 않게’라는 대원칙을 세웠다. 올해까지만 관리가 되면 내년부터는 풀타임으로 달려 나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다만 이의리의 자가진단이나,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나, 또 경기력에서 몸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급한 팀 사정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은 계속 로테이션을 소화할 전망이다. 김 감독은 “2년차라 규정이닝까지는 생각은 안 했다. 120~140이닝 사이를 생각했다”면서도 “지금은 팔 상태나 특별한 부상이 없기 때문에 로테이션상 조금 더 지켜볼 것 같다. 이대로 가면 규정이닝은 넘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멈춘다는 계획이지만, 이의리는 “그냥 안 아프고 끝까지 던지는 게 좋다”고 은근히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144이닝 소화는 무난할 전망이고, 그렇다면 KIA의 2년차 투수 역사 순위표에서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

KBO리그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유구한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다. 그러나 고졸 2년차 투수, 만 20세 이하 투수가 140이닝 이상을 소화한 기록은 사실 많지는 않다. 김진우 김상진 문희수, 한기주까지 네 명 정도가 이 기록을 가지고 있다. 

큰 화제 속에 입단한 한기주는 데뷔 첫 해인 2006년 선발과 불펜에서 44경기에 나가 140⅔이닝을 던졌다. 10승과 8홀드를 동시에 수확하기도 했다. 역시 고교 최대어 타이틀과 함께 KIA에 입단한 김진우는 데뷔 시즌인 2002년 188이이닝, 이듬해인 2003년 169⅓이닝을 소화했다. 2002년에는 12승, 2003년에는 11승을 거뒀다. 

현재 이닝 페이스라면 이의리는 한기주와 김진우의 사이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래 타이거즈의 대표 에이스였던 윤석민은 첫 2년은 불펜에서의 중요한 임무에 방점이 찍혀 있었고, 양현종도 선발로 본격적으로 뻗어나간 건 3년차부터였다. 오히려 김진우 한기주 윤석민 양현종처럼 선발과 불펜을 오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의리는 더 수월하게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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