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형 야구선수예요?"
두산 베어스 투수 김명신(29)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김명신은 2018년부터 2020년 6월까지 강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면서 우등생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김명신은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면서 본업인 야구도 조금씩 알려줬다.
하루는 김명신이 본인을 "야구 선수"라고 소개를 하니 아이들이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김명신은 소집해제가 된 뒤에 아이들을 바로 초대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명신은 12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 우등생지역아동센터 아이들 25명을 초대했다. 아이들의 보호자와 인솔 교사들까지 포함하면 40여 명 정도 됐다. 김명신은 이들의 경기 티켓과 간식으로 먹을 햄버거 세트, 그리고 야구공과 야구 모자, 본인이 주인공인 스티커 세트를 준비해 살뜰히 대접했다.
경기를 앞두고 김명신과 마주한 아이들은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복무요원 형이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자 새삼 달라 보이는 눈치였다. 김명신은 체육 수업을 하면서 친해졌던 아이들이 보이자 이름을 다 기억해 부르며 포옹으로 반겨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직접 쓴 손 편지를 모아 김명신에게 전달했다. 아이들은 "저희를 잊은 건 아닐까요?"라고 의문을 품으면서도 김명신과의 만남을 기다리며 정성들여 편지를 썼다는 후문이다.
김명신은 이날 경기장을 찾은 아이들 모두에게 그 자리에서 사인한 야구공을 선물했다. 몇몇 아이들은 모자도 들고나와 사인을 한 번 더 받았고, 휴대전화 케이스에 사인을 받는 아이들도 있었다. 김명신은 아이들이 준비한 응원 플래카드를 들고 함께 사진을 찍은 뒤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김명신은 "내가 야구 선수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야구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 복지관 분들과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기 때문에 구단과 상의해서 야구를 보러 올 수 있는 날을 계속 맞추고 있었다. 오늘(12일) 마침내 기회가 됐는데, 구단에서 앞으로 1년에 한 번씩은 계속 인연을 나갈 수 있게 해보겠다고 하셨다. 그때 가르쳤던 아이들이 많이 있어서 반갑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명신은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며 "애들도 왔는데, 나가면 잘 던져야 할 텐데"라며 걱정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쉽게도 김명신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들의 응원이 통했던 걸까. 두산은 7-1로 완승하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비록 야구선수 김명신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진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승리를 선물하며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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