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경남고등학교 서준원은 프로의 지도자라면 누구나 탐을 낼 투수였다. 사이드암으로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었고,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집요한 싸움닭 기질은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했던 기백이었다. 롯데의 2019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의 주인공은 일찌감치 결정되어 있었다.
당장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고, 당시 코칭스태프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3경기에 나갔다. 많은 패전도 있었지만, 롯데 팬들은 특급 사이드암으로 성장할 수 있는 투수에 투자하는 세금이라 여겼다. 그러나 지금까지 환급을 받은 적은 없었다. 높아지는 기대치에 선수가 부응을 못 했다. 확고한 자기 자리도 사라졌다. 기대는 뒤이어 입단한 후배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준비는 계속 되고 있었다. 10㎏ 넘게 혹독하게 감량을 했다. 전체적인 몸의 스피드를 키우기 위한 사투였다. 생각도 많이 바꿨다. 그냥 빠르게, 빠르게 가는 게 아닌 돌아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지난 3년의 경험에서 많이 배웠다. 팔을 내리며 구속 미련을 버렸고, 대신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그런 서준원은 11일 저녁 임경완 투수코치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14일 선발로 내정되었으니 준비를 해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그날 밤부터, 서준원은 뭔가가 끓어오르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아내와 이야기를 하며, 투지를 불태우며, 14일 선발 등판만 벼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서준원은 “(특별히 다른) 준비를 했다기보다는 진짜 딱 생각을 하나 했다. 19살 때, 20살 때 그때 마음가짐처럼, 그냥 ‘내가 서준원이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 생각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여기서 뭔가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혼자 혹은 아내와 이야기하면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이야기를 한 게 있었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다시 다잡은 것 같다. 혼자 사기를 올릴 수 있는 말들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그라운드에서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14일 광주 KIA전에서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경제적인 투구를 했다. 쉽게쉽게 이닝을 잡아나갔다. 팀 타선의 지원을 초반에 받은 결과 시즌 첫 선발승을 거뒀다. 임시로 나선 선발 등판에서 5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기대를 웃돌았고, 향후 중용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투구 내용 또한 인상적이었다. 때로는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다가도, 때로는 140㎞대 초반의 패스트볼과 130㎞대 후반의 투심을 섞었다. 항상 빠른 이미지만 있었던 서준원이 패스트볼로 완급조절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졌다. 무엇보다 시원시원했다. 서준원은 “코스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고 했다. 말은 쉽지만 그간 해왔던 노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근래 들어 팔 각도를 다소 내렸지만, 때로는 또 올려서 구속을 조절하는 등 강약 조절도 잘 이뤄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타자들의 방망이가 더 잘 나온 것 같다는 게 서준원의 생각이다. 이런 성공이 경험은 추후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아직 만 22세. 최고 유망주는 아직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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