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좋은 투구 내용으로 SSG 불펜의 엔진 중 하나로 대활약하고 있는 김민 ⓒSSG랜더스
▲ 최근 좋은 투구 내용으로 SSG 불펜의 엔진 중 하나로 대활약하고 있는 김민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사직, 김태우 기자] 경력을 보내면서 자신을 삼진 잡는 투수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실제 전문 영역도 아니었다. 그런데 상황이 상황이었다.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그것도 상대가 팀에서 오랜 기간 키운 선발 자원이었다. 팬들이 보낸 선수를 얼마나 아쉬워하는지 알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김민(26·SSG)은 삼진으로 가치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무의식적으로 바뀐 스타일은 역시 실패였다. 시즌 시작은 좋았다. “잘 데려왔다”고 모두가 환호했다. 그러나 4월 들어 흔들렸다. 반대로 자신과 트레이드를 통해 맞교환된 오원석(24·KT)은 잘 나갔다.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갔다. 그럴수록 경기력은 더 흔들렸다. 5월 22일 두산과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맞으며 시즌 평균자책점에 치명타를 맞았다. 평균자책점은 5.31까지 올라갔다. 비난은 어깨를 짓눌렀다.

힘들어하고 있던 그때 귀중한 조언이 있었다. 어쩌면 ‘귀인’이었다. 팀 선배이자 주장이자 투수진의 정신적 지주인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김민의 투구를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김민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움직임 좋은 투심패스트볼이 장점인 선수다. 땅볼을 잘 유도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삼진을 잡으려는 투구를 하고 있었다. 붙잡고 조언을 했다. “너는 땅볼 투수인데 왜 자꾸 삼진을 잡으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김민은 그때 마음을 다잡았다. 잠시 잊었던 자신의 원래 영역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마음을 먹은 뒤 투구 내용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6월부터 기막힌 반전이 찾아왔다. 김민은 6월 1일부터 8월 7일까지 20경기에 나가 19⅔이닝을 던졌다. 이 20경기 중 17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37의 호투를 펼쳤다. 김민에 대한 모두의 신뢰가 점차 회복되는 시기였다.

▲ 5월까지의 부진을 이긴 김민은 6월 이후 21경기에서 18경기나 무실점을 기록했다 ⓒSSG랜더스
▲ 5월까지의 부진을 이긴 김민은 6월 이후 21경기에서 18경기나 무실점을 기록했다 ⓒSSG랜더스

김민은 “(만루홈런을 맞은 뒤로) 솔직히 기록은 보지 않았다. 무실점을 해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필승조를 하다가 필승조 상황에 안 올라가기도 했다. 연습도 많이 하고, 하나하나 해보자고 했다. 그러니까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고 최근 경기 내용을 담담하게 돌아봤다. 평균자책점, 트레이드 상대와 기록 비교는 하지 않기로 했다. 오직 매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요즘은 “3구 안에 승부를 하자”는 생각을 한다. 삼진은 사실상 포기다. 안타를 맞든, 그렇지 않든 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승부를 하고자 한다. 8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중요한 상황에서 팀 리드를 지키는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1-0으로 앞선 5회 2사 만루에 오른 김민은 삼진보다는 맞혀 잡겠다는 생각으로 투구를 했고, 고승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절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6회까지 처리했고, 1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덧 평균자책점은 3.40까지 내려왔다. 7월 8일 이후 한 달째 실점이 없다. 하지만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김민은 “만족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그래서 앞으로 남은 일정을 더 냉정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준한다. 팀에 기여할 기회가 더 남아 있다는 것을 아는 김민은 차라리 다행으로 생각하는 눈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 어려웠던 시기 김광현의 조언은 김민의 올 시즌 물줄기를 바꿨다 ⓒSSG랜더스
▲ 어려웠던 시기 김광현의 조언은 김민의 올 시즌 물줄기를 바꿨다 ⓒSSG랜더스

SSG는 불펜 필승조인 이로운과 노경은이 이미 전반기부터 많은 이닝을 던졌다. 두 선수가 잘 버티고는 있지만 이닝 소화 페이스는 불안불안하다. 여기에 선발 로테이션이 부상 및 부진으로 자꾸 펑크가 난다. 4~6회를 넘어가는 게 불안하다. 여기서 이숭용 SSG 감독이 지목하는 키플레이어가 바로 김민이다. 구위도 회복했고, 노경은 이로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투구 이닝도 적어 멀티이닝 릴리버로 활용하기 제격이다. 김민도 이 임무를 반긴다. 그는 멀티이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원래 멀티이닝 가는 선수”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민은 “선발도 해봤고 KT에서 멀티이닝도 많이 해 봤다”고 말하면서 “감독님과 경헌호 코치님이 관리를 너무 잘해주셨다. 힘든 것도 없고 오히려 조금 더 편하게 던지는 것 같다. 아픈 곳도 없다. 작년에 그렇게 던졌는데 올해는 보니 그렇게 많이 안 던졌더라. 3연투도 한 번밖에 없었고 멀티이닝도 덜했다. 후반기에 더 잘할 것 같다. 나도 기대가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발과 불펜을 비교할 때, 불펜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많은 경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김민이 그 가능성을 잡고자 달려나가고 있다.

▲ 남은 시즌 SSG 불펜의 키플레이어로 손꼽히는 김민 ⓒSSG랜더스
▲ 남은 시즌 SSG 불펜의 키플레이어로 손꼽히는 김민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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