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토트넘에 한국인 선수는 없다. 10년 동안 토트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던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 FC)이 MLS(메이저리그사커)로 이적했고, 이제 막 유럽 무대에 발을 디딘 유망주 양민혁(19)도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 포츠머스로 임대를 떠났다.

포츠머스는 9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토트넘 홋스퍼로부터 양민혁을 1년 임대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존 무시뉴 감독은 “양민혁은 올해 1월 토트넘에 합류했을 때 매우 높이 평가받은 선수였고, QPR에서의 임대 기간 동안 챔피언십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며 “그의 직선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는 이번 시즌 우리의 목표 달성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토트넘은 2015년 여름 손흥민을 영입하며 국민 구단 반열에 올랐다. 독일 레버쿠젠에서 이적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만 10시즌을 뛰며 리그와 컵대회 통틀어 150골 이상을 기록한 세계적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세월은 야속했다. 손흥민도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었고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에 성공한 뒤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LAFC 유니폼을 입었다. 손흥민의 공백이 채워지기도 전, 양민혁마저 팀을 떠나면서 토트넘에는 일본인 수비수 고타 타카이만 남게 됐다.

양민혁은 여름 복귀 후 프리시즌 명단에 포함됐지만, 토마스 프랑크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레딩, 위컴, 루턴, 아스널, 뉴캐슬과의 프리시즌 일정에서 그는 단 두 경기만 소화했고, 그마저도 후반 교체로 10분 안팎 뛰는 데 그쳤다. 총 출전 시간은 16분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프리미어리그 1군 무대에서 아직은 주전 반열에 오르기는 힘들었고 한번 더 경험을 찾아 임대를 선택했다.

양민혁은 지난 시즌 후반기 QPR에서 6개월을 보내며 챔피언십을 경험했다. 14경기 중 9경기를 선발로 나서 1골 2도움을 기록, 거친 잉글랜드 2부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량을 증명했다. 특히 더비 카운티전에서의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와 결정적인 패스는 현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포츠머스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럽이다. 1898년 창단해 프리미어리그 전신인 퍼스트 디비전 우승 2회, FA컵 2회 우승의 기록이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했지만 재정난으로 4부 리그까지 추락했고, 이후 차근차근 승격을 거듭하며 챔피언십 잔류에 성공했다. 올 시즌은 프리미어리 복귀를 노리는 중요한 해로, 양민혁의 합류는 공격 전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양민혁의 축구 여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지난해, 그는 고교생 신분으로 K리그1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었다. 데뷔 시즌 38경기 전 경기 출전, 12골 6도움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K리그를 들썩이게 했다. 폭발적인 스피드, 날카로운 마무리, 그리고 현란한 드리블은 그가 2006년생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그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정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무려 다섯 차례나 수상했고, 7월에는 ‘이달의 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결국 2023년 6월, 준프로 계약에서 정식 프로 계약으로 전환하며 국내 축구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후 유럽 다수 구단의 관심을 받았고, 토트넘이 최종적으로 장기 계약에 성공했다.

이번 임대는 단순히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차원이 아니다. 양민혁의 목표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다. 그는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많이 뛰는 게 목표다. 그래야 최종 명단에 뽑힐 자격이 생긴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손흥민에게서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포츠머스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한다면, 그는 단순한 유망주를 넘어 토트넘 복귀 후 1군 경쟁에 당당히 도전할 수 있다. QPR에서의 경험, 그리고 이번 시즌 포츠머스에서의 활약은 그의 성장 가속화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토트넘에 한국인 선수가 없는 것은 2015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이는 단절이 아니라 잠시 숨 고르기다. 양민혁이 2부리그에서 꾸준히 성장해 돌아온다면, 손흥민이 걸었던 길을 다시 잇는 장면을 볼 날이 머지않을 수 있다.

포츠머스에서의 한 시즌은 양민혁 개인뿐 아니라 한국 축구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젊은 선수가 거친 유럽 무대에서 경쟁하며 성장하는 과정은, 대표팀 세대교체와 월드컵 준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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