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미국을 지배하는 특급 콤비는 호흡뿐만 아니라 인성이 훌륭하다.

로스앤젤레스(LA)FC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에너자이저 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 시티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LAFC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다.

LAFC의 상승세를 이끄는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 일명 '흥부 듀오'가 또 및났다. 부앙가가 전반 15분 선제골을 작렬했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에는 손흥민이 추가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직접 볼을 몰고 들어간 뒤, 상대 수비가 방심한 틈을 타 골문 구석으로 절묘한 슈팅을 시도했고, 이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전에도 한 골을 추가한 손흥민이다. 박스 안에 상대 수비가 많은 상황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아 다시 한번 구석으로 정확히 찔러넣었다. 본인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었던 이유를 완벽히 설명하는 득점이었다. 

세인트루이스전 멀티골로 손흥민은 MLS 진출 후 8경기에서 8골 3도움을 기록했다. 또한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LAFC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동시에 부앙가와 환상적인 콤비네이션은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손흥민이 합류하기 전까지 부앙가는 LAFC로 활약 중이었다. 그런데 손흥민의 합류는 그의 발 끝을 더욱 빛나게 했다. 두 선수는 서로에게 날카로운 어시스트를 제공하며 단숨에 MLS 최고의 듀오로 떠올랐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두 선수의 이름을 딴 '흥부 듀오'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이는 마치 과거 토트넘 홋스퍼 시절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환상적인 호흡을 연상시킨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케인과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던 바 있다. 두 선수는 눈빛만 마주쳐도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듀오였고, 케인의 호흡을 이제 부앙가가 이어받았다.

그리고 '흥부 듀오'가 단순히 경기력에서만 빛난 것은 아니다. 두 선수는 세인트루이스전에서 환상적인 우정을 선보였다.

당시 후반 22분 LAFC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손흥민이 합류하기 전까지 팀의 전담 키커는 부앙가다. 따라서 이 페널티킥 역시 부앙가가 차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부앙가는 킥을 차는 대신 손흥민에게 공을 건넸다. 멀티골을 넣은 손흥민에게 해트트릭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를 만류하며 부앙가가 찰 것을 지시했다. 부앙가는 이번 시즌 MLS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기 떄문이다. 부앙가는 23골로 현재 득점 2위에 올라 있으며, 1위 리오넬 메시(24골)와는 고작 한 골 차다. 따라서 손흥민은 부앙가의 득점왕 경쟁을 위해 페널티킥을 거부했다. 

이후 비디오판독시스템(VAR) 확인 끝에 LAFC의 페널티킥은 취소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훈훈한 우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부앙가는 경기 후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페널티킥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했으면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내가 메시를 넘어 득점왕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멋진 동료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손흥민 역시 "팀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더 큰 목표를 위해 함께 나아가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두 선수의 엄청난 호흡에 현지 매체도 연일 감탄 중이다. 미국 매체 'MLS 멀티플렉스'는 지난달 30일 "손흥민과 부앙가는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역사상 최고의 공격 듀오인가"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매체는 "손흥민과 부앙가를 보면 역사를 지켜본 것 같다. 두 사람은 2025년 9월, 17골로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손흥민은 앞서 지난 8월, 2,650만 달러의 엄청난 계약을 체결하며 MLS 이적료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첫 8경기에서 8골을 넣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부앙가의 능력을 끌어올린 점이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