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감독 한용덕
초보 감독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 선수와 코치 시절에 생각했던 감독과 막상 사령탑에 오르고 나서 느끼는 감독이라는 자리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10년간 하위권을 맴돌던 팀을 3위로 끌어올린 성과만 놓고 본다면 성공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막상 감독이 되고 나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한 감독은 '체력'을 꼽았다. "가장 힘든 것은 체력 싸움인 것 같더라. 선수들도 체력 싸움이고, 나 또한 그랬다. 정말 준비를 잘 하지 않으면 1년을 나기가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프로야구 감독은 어쩌면 '정신 노동자'에 가깝다. 매일 열리는 경기, 수많은 선수들을 움직이고 관리하면서 겪는 갈등, 경기 전 라인업 결정부터 시작해 수없이 내려야하는 판단들, 여기에 결과론적인 비난들…. 정신적 피로감은 육체적 피로감으로 전이된다.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감독도 결국 체력이 중요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과 판단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병사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도 장수가 가져야할 덕목이다. 한 감독도 그래서인지 "내년 시즌 들어가기 전에는 잘 준비해서 1년 내내 팔팔하게 선수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선수들도 그렇게 잘 준비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감독으로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봤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곽혜미 기자]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초 1사 1루 상황 한화 이성열이 투런포를 날리고 한용덕 감독의 가슴을 치고 있다.
올해 '가을야구 가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소원이 이뤄진 걸 보면 차라리 '우승하게 해달라'고 빌 걸 그랬다. 그래서 "내년엔 그 바위에 '우승하게 해달라'고 빌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한 감독은 "아직은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그건 너무 큰 욕심 같고, 내년은 올해보다 조금 더 잘 갈 수 있는 그런 팀을 만들어달라고 아마 기도할 것 같다"며 웃었다.
감독 취임 이후 한화 선수들에게 늘 '야구를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학(동아대) 시절 무릎 부상에 시달리다 야구를 그만둔 적이 있다. 3년간 아예 야구와 담을 쌓았다. 막노동을 하기도 했고, 트럭운전 조수를 하고, 전기선을 정리하고, 전봇대의 전화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1987년 빙그레에 배팅볼 투수로 들어갔다. 연습생 투수가 됐고, 이후 2004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17년간 통산 120승을 거두는 레전드 투수로 '연습생 신화'를 썼다.
한 감독은 "내가 야구를 순탄하게 해온 게 아니고, 대학교 때 야구를 그만두고 3년 동안 야구를 아예 버리고서 공백기도 좀 있었고, 또 연습생으로 들어와서 어렵게 야구를 시작했다"며 "정말 이게 소중하다는 걸 느끼고서 야구를 하니까 실력이 금방 늘더라. 뭔가 사랑하는 게 있으면 정성도 들이고 더 관심을 갖고 모든 면에서 그렇게 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구를 그만두면 얼마든지 다른 걸 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야구를 버렸는데, 여러 가지 일들을 하다보니까 '야, 그래도 야구할 때가 제일 행복했구나'라고 어느 순간 느껴서, 다시 그 기회가 왔을 때 정말 야구를 좋아했던 것 같다. 좋아해서 그나마 이 정도였지, 실력도 없는 선수가 그래서 이 정도까지 온 것 같다. 소질은 없었는데"라고 덧붙였다.
소질 없는 투수가 통산 120승을 거둘 수 있을까. 겸손이 지나치다. 그러나 한 감독은 "그게 사랑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고, 소질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손사래를 쳤다.

한화는 늘 선수층이 얇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동안 선수 숫자를 많이 확보하며 이 부분을 개선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가 큰 팀 중 하나다. 경쟁을 통한 전력 향상이 어려운 구조가 문제였다. 한 감독도 그래서 지난해 말 사령탑 부임 후 ‘뎁스(depth·선수층) 강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치고 올라와 건강한 경쟁 대열에 합류해야한다.
한 감독은 "처음 감독에 부임하고서 투수와 야수를 놓고 평가했을 때 투수 쪽에 더 자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수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었다"고 돌아보면서 "올 시즌 성적으로도 나와 있지만 투수 쪽에서 어느 정도 세대교체가 좀 많이 이뤄졌다. 그래서 지난 마무리훈련 때부터 야수 쪽에서도 (새로운 전력을) 많이 발굴하려고 했다. 좋은 자원들을 발견했다"며 내년 시즌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19시즌에 눈여겨봐야할 젊은 선수는 누구일까. 한 감독은 투수 김범수를 꼽았다. "선발 구성을 보면 왼손 선발이 꼭 하나 나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김범수는 시속 150㎞를 던질 수 있는 강한 볼도 있고 변화구도 굉장히 좋다. 조금 부족한 부분(제구력과 체인지업)이 있긴 했는데 마무리훈련 가서 중점적으로 훈련하면서 모든 것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선발로 경험만 조금 쌓는다면 충분히 에이스로 거듭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를 좀 하고 있다" 강조했다.
김범수는 2015년 1차지명을 받은 왼손 투수로 2016년 고관절, 2017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지만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55경기(48.1이닝)에 등판해 4승4패, 7홀드, 평균자책점 5.77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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