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혹한이 지나갔다. 스토브리그 초반부터 주축 선수와 기대했던 유망주들이 빠져나갔으나 트레이드가 아니라면 추가 유출은 당분간 없다. 찬바람 뒤에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가시밭길이다. 

LG는 스토브리그 시작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7일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이진영을 kt에 보냈다. 보호 선수 명단에 팀 내 주전 외야수가 빠졌다. 2라운드에서는 나성용이 삼성에 지명됐다. 슬러거에 목말랐던 LG가 아끼던 거포 유망주였다. FA 포수 정상호를 영입한 뒤에는 보상 선수로 최승준을 내줬다. 올해 오키나와 캠프 MVP였던 기대주도 팀을 떠났다.

외야 교통 정리를 위해 베테랑을 보호 선수 명단에서 뺐다. 투수 유망주는 철저히 지키고, 수비 위치가 확실하지 않은 타자 유망주는 과감히 포기했다. 여기서 드러난 지향점은 '실점을 줄이는 야구'다. 잠실구장 펜스를 앞으로 당길 수 없는 한 거포는 LG에서 가치가 줄어든다.

루이스 히메네스와 재계약은 내야 수비 안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히메네스가 3루수로 투입된 6월 19일 전후로 LG의 팀 DER(수비 효율성 지수)은 차이를 보였다. 6월 18일까지 LG 팀 실책은 50개로 5위였지만 DER은 0.648로 8위. 히메네스는 6월 19일 넥센전부터 3루수로 출전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시즌 종료까지 DER은 0.655로 향상됐다.


프로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LG 내야수의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는 0.496으로 NC와 한화에 이어 3위다. 병살 처리율은 50.6%(251번 가운데 127번)로 1위. 2위 NC보다 2.9%p가 높다. LG 투수들은 뜬공/땅볼 비율이 0.73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땅볼 유도를 가장 잘했다. 시프트 활용 같은 적절한 수비 전략으로 실점을 줄이는 야구에 다가설 수 있다.

대신 LG는 외야수 WAA가 -1.548로 전체 8위에 그쳤다. 같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은 -1.315였다. 베테랑급 선수가 주로 몰린 곳이 LG 외야였다. 경험이 늘어가는 대신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몇 년 전부터 외야수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트레이드로 임훈을 영입했고,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외야수를 위해 상위 지명권을 썼다. 배병옥(kt로 이적)을 2014년 2차 1라운드에, 안익훈과 최민창을 2015년 2차 1, 2라운드에 뽑았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도 대졸 외야수 홍창기를 지명했다. 지난해 전역한 이민재, 올해 경찰청 복무를 마친 이천웅도 있다.

'실점을 줄이는 야구'에 대한 준비는 끝났지만 이것만으로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 여전히 야구 규칙에 적힌 팀의 목적은 '상대보다 많이 득점해 승리하는 것'이다. LG는 지난해 653점을 냈고 이는 전체 9위였다. 홈구장이 같은 두산은 807점을 올렸다. 득실점 마진으로 봐도 LG는 -68점, 두산은 +31점이었다.

방망이로 공격력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없다면 더 효율적인 공격이 필요하다. LG는 지난해 도루자 62회, 주루사 50회, 견제사 9회를 기록했다. 합이 126개, 넥센(135회)과 SK(132회)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LG는 출루율이 0.339로 9위에 그쳤다. 더 많은 주자를 내보내고, 더 많이 들여보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사진] 양상문 감독, 루이스 히메네스, LG 선수단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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