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4·토론토)은 경기 후 변명을 대지 않았다. 실제 경기의 실패는 류현진의 지분이 가장 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토론토의 치명적인 약점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대권을 노리는 팀이라면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이다.
류현진은 9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보스턴과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⅔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맞는 등 고전한 끝에 7실점했다. 7자책점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토론토 이적 후에는 가장 많은 실점이기도 하다.
볼넷도 적었지만 탈삼진도 하나밖에 없었다. 최근 류현진에 호되게 당한 보스턴 타선은 전략을 달리했다. 장타를 노리기보다는 류현진의 공을 철저하게 콘택트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인플레이타구를 많이 만들려는 의도가 경기 곳곳에서 보였다. 류현진의 제구도 좋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강한 보스턴 타자들의 능력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 대해 “저번 경기보다 제구, 스피드가 부족했다. 실투도 타자들이 놓치지 않고 잘 연결한 게 오늘 많은 안타를 맞은 원인이다. 초반에 실점을 많이 한 것이 아쉽다”면서 “다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다만 2회 수비가 도와주지 못한 부분도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 류현진 등판 경기 때마다 불안한 수비를 자주 보여줬던 루르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안일한 수비가 첫 실점의 빌미가 됐다.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2회 선두 데버스에게 내야안타를 맞았다. 여기서 마르티네스에게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했다. 그런데 구리엘 주니어의 대처가 다소 미숙했다. 빨리 쫓아가지도 못했고, 공을 한 번에 잡지 못했다.
3루까지 가는 데는 여유가 있었던 데버스가 3루 주루코치의 시그널을 받고 다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구리엘 주니어는 급히 홈으로 던졌으나 송구까지 빗나가며 1점을 허용했다. 문제는 그 사이 마르티네스가 3루까지 가며 위기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다음에 안타를 연이어 맞아 이는 자책점으로 기록됐으나 2회 흐름이 구리엘 주니어의 수비 탓에 미묘하게 깨졌다는 건 분명했다. 2회 3실점을 한 류현진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고, 3회 1실점에 이어 4회에는 두 번째 투수인 머피까지 무너지며 추가 3실점했다.
안타를 맞은 류현진이 실점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맞지만, 올해 수비가 유독 약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이닝이었다. 구리엘 주니어는 좋은 어깨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 등판 경기에서도 미숙한 모습이 여러 차례 드러났다.
‘스탯캐스트’가 집계한 OAA(평균보다 얼마나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느냐를 환산한 수치)에서 구리엘 주니어는 -8을 기록하고 있다. 타구 속도, 타구 비거리, 수비수의 이동 거리, 심지어 타자의 속도까지 모두 고려해 평균을 내는 이 수치에서 구리엘 주니어는 다른 평균적인 외야수에 비해 아웃카운트를 8개나 잡아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수비가 불안한 다른 선수들도 많다. 수비가 가장 중요한 유격수 포지션을 맡는 보 비솃의 OAA 역시 -8로 최하위권이다. 3루수 캐번 비지오는 -6이다. 평균보다 더 좋은 수비를 펼친 선수는 마커스 시미언(+7)과 산티아고 에스피날(+4), 두 명뿐이다.
이런 토론토의 팀 OAA는 -11로 리그 22위에 머물고 있다. 그마나 시즌 중반 27위까지 처졌던 수비가 조금 나아진 수준이다. 리그 선두인 샌프란시스코는 +28, 휴스턴은 +25, 탬파베이는 +21로 역시 수비가 강한 팀이 승부처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토론토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 수치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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