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삼성 라이온즈와 이학주가 3년 동행을 끝냈다. 삼성과 롯데 자이언츠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학주 트레이드 소식을 알렸다. 삼성은 이학주를 내줬고, 롯데는 투수 최하늘과 2023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삼성에 남겼다.
삼성 이학주 트레이드는 시기 문제였을 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학주에게 관심을 둔 많은 구단이 있었다. SK 와이번스(현재 SSG 랜더스)가 이학주 데뷔 시즌에 그를 노렸다. 당시에는 트레이드 카드로 가치가 가장 높을 때였다. 삼성은 필승조 또는 SSG 거포형 타자를 카드로 원했다. SK는 카드를 맞춰보기 위해 노력했으나, 삼성이 원하는 선수는 줄 수가 없었고 트레이드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이후에도 트레이드 이야기는 잠잠해지지 않았다. 유격수 또는 내야진이 약한 팀이 이학주를 노린다는 이야기가 야구계에 많았다. 아직은 부족한 팀 주전 유격수를 다른 포지션으로 바꾸고 이학주를 주전 유격수로 영입해 수비를 강화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2020년에도 여전히 이학주 트레이드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트레이드 매물로 가치는 조금씩 떨어졌다. 야구 내외적으로 이학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2020년 시즌 시작 전, 연봉 협상에서 큰 잡음이 있었다. 스프링캠프에 지각 합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5월에 문을 열었다. 이학주에게 준비할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5월 타율 0.218로 부진했다. 6월 23경기에서 타율 0.315를 기록하며 부활하는 듯했으나 7월 다시 0.190으로 부진했다. 8월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했고 1군에서 더 볼 수 없었다.
당시 부임 첫해를 보내고 있던 허삼영 감독은 "이학주 수비력이 필요하다며 1군에 불렀다. 타격에서 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의 없어 보이는 스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응이 늦고 타이밍이 안 좋아 100% 스윙이 안 된다. 본인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며 그를 감쌌다.
삼성은 신인이었던 백업 김지찬 활약으로 시즌을 끝까지 풀어갔다. 김지찬이 우세하는 듯한 모양새였지만, 이학주에 대한 기대는 여전했다. 2021년에도 주전 유격수는 이학주였다. 그러나 경기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성장한 김지찬이 자리를 채웠다. 경기력을 되돌리지 못한 이학주는 2021년에도 그저 그런 성적, 타율 0.206, 출루율 0.276, 장타율 0.335, 4홈런 20타점에 그쳤다. 삼성은 정규 시즌 2위,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뤘으나 이학주는 함께 기뻐하지 못했다.
2019년 이학주는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2, 출루율 0.332, 장타율 0.369, 7홈런 36타점, 15도루를 기록했다. 빼어난 클러치히터라고 보기는 어려웠으나, 끝내기 안타 또는 홈런을 한 시즌에 3개를 터뜨릴 정도로 스타성이 있었다. 삼성 주전 포수 강민호는 "우리 팀 끝내기 장인"이라며 이학주를 칭찬한 적도 있다.
2019년 김한수 감독 계약 만료와 함께 허삼영 감독이 부임했다. 이학주는 2020년, 2021년 삼성에서 뛴 3년 가운데 2년을 허삼영 감독과 보냈다. 허 감독은 2019년 이학주 활약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학주는 2019년의 경기력을 2020년과 2021년에 보여주지 못했다. 허 감독은 이학주의 부활을 기다리며, 기회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톱니바퀴가 맞지 않았다. 허삼영 감독이 이학주가 필요할 때, 이학주의 경기 감각이 좋지 않았다. 2021년에는 개막전 주전 유격수로 이학주를 기용했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안정적인 플레이를 원했다. 그러나 실책성 플레이를 보여주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도쿄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지각 사건이 터졌다. 구단은 내규에 따라 이학주를 1군에서 말소했다. 재정비해서 시즌 후반기를 풀어가야 하는 감독은 분위기 단속을 위해 정확한 규정을 적용해 징계할 수밖에 없었다.
1군에서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는 김지찬의 실책이 늘면서 이학주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다시 이학주를 콜업했다. 그러나 타격감은 좋지 않았다. 꾸준히 기회를 주기 어려웠다. 대타와 선발 출전을 오갔다. 경기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끝내 8월 타율 0.086, 9월 타율 0.111을 기록하고 시즌을 마쳤다. 2년 동안 꾸준히 박자가 어긋난 셈이다.
오프 시즌 내내 이학주 트레이드는 뜨거운 화두였다.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롯데를 포함해 수도권 구단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학주 트레이드 성사는 롯데 손으로 만들어졌다. 삼성과 줄다리기가 있었으나, 끝내 롯데가 이학주를 품었다. 이학주와 2년을 보낸 허 감독은 좋은 컨디션의 이학주를 기용해본 경험도 많이 가져보지 못한 채 그를 보내게 됐다.
스포티비뉴스와 통화에서 허 감독은 "이학주는 정말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다. 팀 융화를 비롯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옆에서 감독이 잘 도와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떠나는 선수에게 사과 인사를 보냈다.
이어 "이학주가 롯데에 가서 본인이 해야 하는 몫을 잘 해내리라 믿는다. 자기가 가진 색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선수다. 잘하리라 믿고 있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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