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정이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 최민정이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선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최민정 ⓒ연합뉴스
▲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선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최민정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이성필 기자] 두 번의 눈물은 없었다. '얼음 공주' 최민정(성남시청)에게는 한번으로 충분했다. 

최민정은 16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2분17초81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금메달이 쇼트트랙 마지막 날 온 것이다. 

준비를 제대로 했음을 레이스로 알린 최민정이었다. 준준결선에서 압도적인 1위로 준결선에 올랐다. 후미에서 한 번에 치고 올라와 상대를 제압했다. 장위팅(중국)이 관중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딱히 도움 되지는 않았다. 전광판 이상으로 손을 들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준결선에서는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킴 부탱(캐나다), 수잔 슐팅(네덜란드) 등 강적들을 모두 피하는 행운을 얻었다. 한위퉁, 장위팅(이상 중국)이 있었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레이스를 제어했다. 

힘을 아낀 최민정은 4바퀴를 남기는 순간까지 5위로 관망했다. 이후 2바퀴를 남기고 아웃 코스로 거침없이 추월하는 노련한 경기 운영을 하며 1위로 올라왔다. 후미에 있는 것이 전혀 걱정되지 않았던 최민정이다. 2분16초831로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저우양(중국)이 세웠던 2분16초993을 역사속으로 보냈다. 

이제 남은 것은 결선, 대표팀 동생으로 1500m 시즌 랭킹 1위 이유빈에 500m 금메달 폰타나, 슐팅, 한네 데스멧과의 진검 승부였다. 선두로 바로 나와 레이스를 주도했다. 한위퉁이 갑자기 선두로 나와 힘을 뺏지만, 절대 말려들지 않았다. 

3바퀴를 남기고 속도를 내며 선두에서 자리를 뺏기지 않은 최민정은 막판 폰타나가 다가왔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완벽한 레이스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계주 3000m에서 폭풍 레이스로 금메달에 기여했던 최민정은 1500m 역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화려한 올림픽 데뷔에 성공했다. 

베이징으로 오기까지의 시간은 알려진 그대로 기쁨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월드컵 시리즈 초반 부상으로 이탈해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보기 좋게 극복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정신 소모의 연속이었다. '절친'으로 생각했던 라이벌 심석희가 재판 과정에서 평창 올림픽 당시 심석희와 김아랑을 험담한 메시지가 공개됐다. 심석희를 성폭행, 코치와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라 더 충격이었다. 

최민정은 심석희 측에 사과를 요구하며 마음을 다쳤다. 그렇지만, 월드컵 시리즈 후반부에 복귀해 능력을 과시하며 '역시 최민정'이라는 수식어를 어울리게 해줬다. 

흐름을 타며 베이징에 온 최민정은 혼성 계주를 이끌었지만, 박장혁이 넘어져 결선에 가지 못했고 500m에서는 코너를 돌다가 얼음 조각에 걸려 미끄러지는 불운을 겪었다. 

감정적으로 견디기 힘들었던 최민정은 1000m에서 역주를 펼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슐탱과 스케이트 날 반개의 반개 차이라고 할 정도로 아쉬웠다. 눈물을 펑펑 쏟는 최민정을 두고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은메달도 기뻐 감동, 자신 스스로 이룬 성과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유종의 미'는 1500m였다. 평창에서 자신을 빛나게 해줬던 종목이었다. 최민정은 평창에서 500m 결선을 2위로 통과해 은메달을 기록하는 것 같았지만, 실격 판정을 받았고 1000m 불운이 겹친 것이 누적, 눈물을 쏟고 말았다. 

4년 뒤 베이징의 눈물은 기쁨이었고 3000m 계주 은메달 후에는 환하게 웃었다. 이후 마지막 남은 1500m에서 메달을 넣으며 통산 5번째 메달을 보유한 최고의 스케이터로 올라섰다. "대한민국은 쇼트트랙이라는 말을 증명하겠다. 책임감을 갖고 나서겠다"라는 말을 확실하게 실천한 최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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