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의 오프시즌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김도영(19)이라는 화려한 신인에 쏠렸다. 그런데 김도영의 이름과 한몸처럼 붙어 나오는 이름도 있었다. 팀의 주전 유격수인 박찬호(27)는 본의 아니게 매일 이름이 소환되어야 했다.
포지션이 같았다. 김도영은 아마추어 시절 ‘초고교급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험과 적응이야 필요하겠지만 모든 이들은 그가 차세대 KIA의 주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기존 주전 유격수인 박찬호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경기에 두 명의 유격수가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개막 2연전에서 자신이 한 뼘 더 커 있음을 과시했다. 두 경기에서 5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볼넷 두 개를 골랐다. 단순히 안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타구질이 기대할 만큼 좋았다. 김종국 KIA 감독조차 “박찬호의 컨디션이 제일 좋고, 타이밍도 제일 좋다”면서 “앞에 찬스가 걸리기를 바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온갖 위기설이 떠돌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자리를 지켰다. 김도영은 개막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다. 하지만 유격수가 아닌 3루수였다. KIA의 2·3루 간에는 여전히 박찬호가 자리를 지켰다.
이미 수비와 주루는 증명이 된 선수다. 공격이 문제였는데 시범경기에서 좋은 페이스를 과시했다. 결국 KIA도 ‘박찬호 or 김도영’이 아닌, ‘박찬호 and 김도영’을 선택했다. 박찬호의 최근 좋은 감, 김도영에 대한 구단의 전략적 기대치를 봤을 때 이런 공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찬호는 이미 1군 통산 562경기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다. 지난 3년은 모두 130경기 이상 나간 팀의 주전 내야수였다. 이제는 후배들을 보듬을 수 있는 시야도 생겼다. 광주에서 열린 LG와 개막 2연전에서 자신의 오른쪽에 선 김도영을 계속 격려하고 또 조언한 것은 박찬호의 몫이었다. 개막 2연전 성적 이외에도 빛난 장면이었다.
타구가 내야에 뜨면 적극적인 지시로 수비 간격을 유지하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콜플레이로 수비진을 이끌었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잘했다고 박수도 치면서 신인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애썼다. 공수 교대 시간에는 김도영에게 다가가 뭔가의 말을 하기도 하고, 양발과 손뼉을 맞추는 그들만의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첫 1군 경기에서 많은 것이 낯설고 외로웠을 김도영에게는 의미가 큰 몸짓이었다.
경쟁이 아닌, 공존의 가능성은 확인했다. 김도영이 당분간 적응기를 가진다고 가정했을 때 박찬호는 김도영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위기 속에서 더 성장한 박찬호가 그 공존의 중심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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