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안재석이 끝내기 승리 상황이 병살 플레이로 정리되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두산 베어스 안재석이 끝내기 승리 상황이 병살 플레이로 정리되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대참사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두산 베어스가 끝내기 승리 기회를 허무하게 날린 것으로도 모자라 뼈아픈 패배를 떠안았다.  

두산은 18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연장 12회 4시간 44분 혈투 끝에 2-5로 졌다. 17일 SSG와 주중 3연전 첫 경기도 연장 12회까지 4시간 48분을 치러 9-9로 비겼는데, 이틀 동안 24이닝, 9시간 32분을 뛰어 얻은 결과가 1무1패였다. 

패배 과정이 큰 내상을 남겼다. 두산은 0-2로 끌려가던 경기를 6회말 무사 1, 3루에서 강승호가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날 때 한 점, 8회말 1사 3루에서 나온 강승호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해 2-2 균형을 맞췄다. 연이틀 SSG를 괴롭히며 분위기를 탔다.

두산은 연장 11회말 끝내기 승리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김재호가 바뀐 투수 장지훈에게 중전 안타를 뺏으며 흔들어놨다. 정수빈이 투수 앞 번트 안타로 무사 1, 2루로 연결했고, 허경민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를 만들었다. 이어 대타 안재석이 자동고의4구를 얻어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끝내기 기회에서 조수행이 좌익수 앞으로 얕은 타구를 보냈다. 주자들의 타구 판단이 중요한 상황. 3루주자 김재호는 태그업 준비를 하면서 계속해서 타구에 집중했다. 그리고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한 좌익수 오태곤이 타구를 놓친 걸 정확히 인지하자마자 3루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곧장 홈으로 전력질주했다. 김재호가 뛰기 시작한 시점은 3루심이 좌익수가 타구를 놓쳤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양팔을 뻗기도 전이었다. 3루심의 콜이 나온 시점보다 조금 더 빨리 김주찬 3루 작전 코치의 팔이 돌아가기도 했다.

2루주자 정수빈은 애매한 타구에 일단 2루 근처에 붙어 있었다. 희생플라이가 되면 2루에서 무조건 살아야 하기에 신중했는데, 3루심의 콜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유격수 박성한이 빠르게 좌익수 오태곤이 던진 공을 받아 길목을 지키고 있어 정수빈이 콜을 확인하고 3루로 바로 뛰었어도 태그아웃될 확률이 높았다. 

그러면 1루주자 안재석은 2루를 밟았어야 했다. 그래야 조수행의 안타와 김재호의 득점이 인정되고, 정수빈이 아웃되더라도 2사 1, 2루가 되면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안재석이 2루 근처까지 다 왔다가 별안간 1루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재석은 3루심의 콜을 확인하고 2루로 바로 뛰었으면 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타구 판단이 어려웠어도 심판의 콜만 제대로 확인했다면,  또 1, 3루 코치를 확인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타자주자 조수행, 유재신 1루 주루코치, 더그아웃에 있던 주장 김재환까지 뛰쳐나와 안재석에게 2루로 돌아가라고 손짓했을 때는 SSG 야수들도 눈치를 챈 상태였다. 유격수 박성한이 상황을 인지하고 정수빈을 태그아웃하자마자 재빨리 뛰어 2루를 밟았다. 안재석은 2루와 1루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었다. 결국 조수행의 끝내기 안타일 뻔했던 타구는 좌익수 땅볼로 기록됐다. 

두산은 허망하게 승리를 놓친 뒤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했다. 12회초 1사 1, 3루에서 케빈 크론의 타구를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처리하고 한 점만 내주는 게 최선이었는데, 우익수 조수행이 타구를 놓친 뒤 마치 끝내기 안타를 허용한 듯 다음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크론의 2타점 적시 3루타가 됐고, 1사 1, 3루에서 이재원이 유격수 야수선택으로 출루할 때 한 점을 더 내줘 2-5로 패했다. 

지난 일은 잊고 다시 시작하는 게 최선이지만, 두산은 여러모로 큰 충격 속에 3연패에 빠졌다. 이제 막 백업에서 탈피하려는 선수들의 실수라 잔상을 빨리 지우는 게 중요하다. 두산은 급격히 가라앉은 분위기를 수습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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