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맷 윌리엄스 전 KIA 감독 ⓒ곽혜미 기자
▲ 맷 윌리엄스 전 KIA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실패할 자유가 있다." "리빌딩은 고통스럽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의 말이다. 그는 한화와 3년 계약을 하고 지난 시즌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당장 성적보다는 미래에 무게를 둔 발언을 자주 하곤 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이 오기 전에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해 선수단의 몸집을 확 줄이면서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외부 FA 영입으로 전력 보강을 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으나 결과물은 없었다. 사령탑이 시종일관 한화의 현재를 "리빌딩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화는 리빌딩을 앞세워 2시즌째 고통스러운 성적을 내고 있다. 수베로 감독이 부임하고 치른 212경기에서 71승128패13무 승률 0.357에 그쳤다. 수베로 감독 첫해였던 지난 시즌은 49승83패12무 승률 0.371로 최하위에 머물렀고, 올해도 22승45패1무로 승률 0.328로 꼴찌다. 고통을 감수하는 대신 성적이 오름세를 보여야 하는데, 지난해보다 더 승률이 떨어졌다. 

수베로 감독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외국인 원투펀치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개막하자마자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해 방출하는 바람에 전력 손실이 컸다. 지난 10일에는 팀 내 공격 비중이 큰 4번타자 노시환이 허벅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주장 하주석은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린 여파로 21일 KBO 상벌위원회로부터 10경기 출전 정지 등 징계를 받았다. 

한화는 22일 잠실 LG 트위스전 5-6 패배로 10연패에 빠지면서 KBO리그 최초 불명예 기록까지 떠안았다. 한화는 2020년 18연패(5월 23일 NC전~6월 12일 두산전), 지난해 10연패(6월 19일 SSG전~7월 1일 두산전)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연패를 기록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3년 연속 10연패를 기록한 팀은 한화가 유일하다. 

▲ 수베로 감독 ⓒ곽혜미 기자
▲ 수베로 감독 ⓒ곽혜미 기자

한화가 끝 모를 고통에 빠진 사이 KIA 타이거즈는 반등에 성공했다. KIA는 한화보다 딱 1년 일찍 비슷한 시도를 했던 팀이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맷 윌리엄스 감독과 3년 계약을 했다. 타이거즈 최초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 3루수 출신으로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지휘봉을 잡은 이력이 있었다. KIA는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와 지도자로 빅리그에서 지낸 화려한 경험을 전수해 선진 야구를 보여주길 바랐다. 외국인 감독의 유망주 육성법도 기대를 모은 포인트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동행은 2년 만에 끝났다. 2020년은 73승71패 승률 0.507로 6위에 머물며 가을야구 티켓을 놓쳤고, 지난해는 58승76패10무 승률 0.433로 9위에 머물렀다. 하위권으로 떨어지면서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단과 소통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꾸준히 나왔고, 구단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과 팀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2년 동안 131승147패10무 승률 0.471를 기록하고 한국을 떠났다. 

외국인 감독을 포기하고 올해 김종국 신임 감독을 선임한 KIA는 반등에 성공했다. 올 시즌 35승31패1무 승률 0.530을 기록하며 4위를 달리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 숀 놀린과 로니 윌리엄스 둘 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시즌 내내 교체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은 한화와 비슷하지만, 에이스 양현종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고 2021년 1차지명 기대주 이의리가 프로 2년 만에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 정도로 성장했다. 정해영, 장현식, 전상현 등 젊은 필승조의 활약도 비중이 크다. 

무엇보다 돈을 썼다. 지난겨울 FA 최대어였던 외야수 나성범을 6년 150억원에 데려온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나성범이 중심 타선에 무게감을 더하면서 베테랑 최형우,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FA 시장에서 채우지 못한 부족한 전력은 적극적인 트레이드로 채워 나가고 있다. 키움과 트레이드로 영입한 포수 박동원이 대표 성공 사례다. KIA는 올 시즌 뒤 FA 시장에서도 잠재적 우수 고객이란 말이 나온다. 육성과 투자 둘 다 놓치지 않는 행보다.  

▲ 왼쪽부터 KIA 타이거즈 류지혁, 나성범, 박동원, 김선빈. 나성범은 FA로 영입했고, 류지혁과 박동원은 트레이드로 데려와 부족한 포지션을 채웠다. ⓒ곽혜미 기자
▲ 왼쪽부터 KIA 타이거즈 류지혁, 나성범, 박동원, 김선빈. 나성범은 FA로 영입했고, 류지혁과 박동원은 트레이드로 데려와 부족한 포지션을 채웠다. ⓒ곽혜미 기자

한화가 당장 할 수 있는 투자는 외국인 선수 영입뿐이다. 새 외국인 투수 예프리 라미레즈가 지난 21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또 다른 대체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새 원투펀치가 밥값을 해주면 조금은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수베로 감독은 긴 연패에 빠진 요즘도 선수들에게서 가능한 긍정적인 요소를 찾고 있다. 그는 "불펜은 우리 팀의 강점이다. 김인환과 이진영 등 시즌 초반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팀에 보탬이 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정은원도 3번타자에 잘 어울리고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팀 전력이 다 갖춰졌을 때를 기대하게 된다"고 했다. 수베로 감독의 리빌딩은 고통을 감수한 만큼 큰 보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벌써 128패를 떠안은 한화가 얼마나 더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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