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소형준(왼쪽)이 6월 24일 수원 LG전을 앞두고 이날 시구자로 나오는 배구선수 표승주에게 투구를 가르쳐주고 있다. ⓒkt 위즈
▲ kt 소형준(왼쪽)이 6월 24일 수원 LG전을 앞두고 이날 시구자로 나오는 배구선수 표승주에게 투구를 가르쳐주고 있다. ⓒkt 위즈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kt 위즈 우완투수 소형준(21)은 요새 등판이 없는 날이 더 분주하게 느껴지곤 한다. 막내 선발투수에게 주어지는 ‘숨은 미션’ 시구자 레슨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하면서 프로야구 각 구단은 올 시즌부터 시구 이벤트를 대폭 늘리고 있다. 물론 지난 2년 동안에도 횟수는 적었지만, 중요한 날에는 시구자가 나와 야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단, 차이는 있다. 시구 전 원포인트 레슨이다. 야구공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구단 대표선수는 플레이볼을 앞두고 잠시 시구자에게 투구 교육을 진행한다. 코로나19 시국에는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축소됐던 시구자 레슨도 올 시즌부터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주로 막내 선발투수가 맡는 원포인트 교육. kt에선 ‘2001년생 막둥이’ 소형준이 이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그만큼 시구와 관련된 후일담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소형준이다.

▲ kt 소형준(오른쪽)이 6월 22일 수원 NC전을 앞두고 이날 시구자로 나오는 축구선수 이강인에게 공 던지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kt 위즈
▲ kt 소형준(오른쪽)이 6월 22일 수원 NC전을 앞두고 이날 시구자로 나오는 축구선수 이강인에게 공 던지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kt 위즈

최근 만난 소형준은 “시구자 교육은 보통 막내가 맡곤 한다. 우리는 2년 후배인 박영현(19)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불펜투수라 경기 직전 짬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1군 매니저님들이 내게 이를 부탁하시곤 한다”면서 “그런데 점점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 정도면 구단에서 시급을 주지 않으시려나 모르겠다”며 농담을 던졌다.

소형준은 최근에도 홈구장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계속해 시구자 도우미로 나섰다. 지난달 22일 NC 다이노스전에선 축구선수이자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강인(21·마요르카)을 도왔고, 이틀 뒤 LG 트윈스와 홈경기에선 배구선수 표승주(30·IBK기업은행)의 일일 선생님이 됐다.

소형준은 “아무래도 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감각이 뛰어나다.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습득력이 빠르다고 할 수 있다.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kt가 진행하는 스포츠 마케팅 플랫폼 ‘오대장’을 통해 친해진 친구 이강인과 관련된 이야기도 풀어냈다. 소형준은 “(이)강인이는 연습할 때는 곧잘 투구를 따라 하더니 막상 마운드로 올라가서는 엉뚱한 곳으로 공을 던지더라. 이유를 물어봤더니 ‘포수 뒤가 뻥 뚫려있으니까 긴장이 됐다. 그래서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시구를 하고 내려왔다’고 웃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구자 원포인트 레슨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정말 효과는 있을까.

질문을 던지자 소형준은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많은 것을 알려주기는 쉽지 않다. 큰 테두리만 가르쳐준다고 보면 된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쪽 다리와 왼팔을 함께 뻗고, 또 글러브가 포수 방향으로 향하도록 시구자에게 알려드린다. 이것만 잘해도 소위 ‘패대기 시구’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구 교육을 통해 스포츠 스타부터 연예인 그리고 일반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소형준은 앞으로 초청하고 싶은 시구자도 꺼내놓았다. 탁구선수 신유빈(18)이다.

소형준은 “오대장을 통해 (신)유빈이와 친해졌다. 가끔 연락도 하는 사이가 됐다”면서 “하루는 유빈이가 내 원정 등판 날 몰래 찾아왔더라. 그런데 내가 신경 쓸까 봐 이를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에는 꼭 홈경기를 오라’고 했다. 또, 기회가 되면 시구자로 초청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쉬는 날에도 시구자들을 챙기느라 바쁜 소형준이지만, 본업은 누구보다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올 시즌 벌써 9승을 챙기면서 생애 첫 10승을 눈앞으로 뒀다.

소형준은 “지난해 7승을 기록했는데 벌써 9승을 챙겼다.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10승을 하면 어떨지 속으로 생각은 해봤다”면서 “일단 당장 욕심을 내기보다는 지금 감각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고 한다. 후반기 체력 저하 문제를 대비해 관리를 잘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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