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파울을 치고 식빵 욕을 하더라고요."
한화 이글스 좌완 에이스 류현진(37)은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나섰다가 친구이자 국내 최고 몸값 타자인 양의지(37)의 반응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문제 장면은 4회말에 나왔다. 류현진은 양의지에게 초구 커브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자 한번 더 커브를 던졌다. 낮게 잘 떨어지는 커브였는데, 양의지가 일단 배트를 갖다 대면서 파울로 커트했다. 양의지는 타이밍은 맞았는데 파울이 된 게 아쉬웠던 건지 크게 "식빵"을 외쳤다. 마운드 위에 서 있던 류현진은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고, 멋쩍었던 양의지도 같이 웃었다. 볼카운트 0-2로 유리한 상황을 만든 류현진은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친구를 돌려세웠다.
양의지는 사실 류현진과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었다. 양의지는 지난 2월 류현진이 국내 복귀를 선언하기 전까지 KBO리그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야구선수였다. 양의지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4+2년 총액 152억원에 FA 계약을 하면서 KBO 역대 최고액 기록을 세웠다. 류현진이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면서 양의지는 2위로 밀려나긴 했지만, 국내 야구선수 몸값 투타 1위의 맞대결이기에 눈길이 갔다.
11일 경기 전까지 분위기는 양의지와 두산이 더 좋았다. 양의지는 10일 한화전에서 역전 3점 홈런으로 7-4 승리와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반대로 한화는 5연패 수렁에 빠졌는데, 그 출발선에 류현진이 있었다. 류현진이 지난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⅓이닝 81구 9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9실점으로 무너지면서 류현진 본인과 한화 모두 큰 충격에 빠졌다. 류현진은 올 시즌 3경기를 치르면서 승리 없이 2패만 떠안았던 만큼 빨리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이 클 법했다.
양의지는 류현진과 맞대결을 앞두고 "(류)현진이는 우선 메이저리그를 다녀온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다시 와서 또 내가 같이 경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열심히 해보려 한다. 현진이도 많이 답답한 것 같기도 한데, 지금 현진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팀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 팀이 지금 잘해야 할 것 같다. (승패 마진) 마이너스를 빨리 플러스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결과는 류현진의 완승이었다. 류현진은 6이닝 94구 1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3-0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의 5연패를 끊으면서 개인 통산 99번째 승리를 힘겹게 챙겼다. 2012년 9월 2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7이닝 1실점) 이후 무려 4216일 만에 거둔 선발승이었다.
양의지는 이날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양의지뿐만 아니라 두산 타자 전원이 류현진의 공에 길을 헤맸다. 종아리 타박상으로 경기 도중 교체된 장승현을 대신해 교체 출전한 김기연이 5회 첫 타석에서 친 안타가 유일했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두산은 팀 안타 1개에 그쳤다. 두산 타선은 한화에 2연승을 거둔 이틀 동안 18안타로 12점을 뽑았기에 이날 침묵은 더더욱 충격이 컸다. 그만큼 류현진이 두산 타선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놨다고 볼 수 있다.
에이스가 각성해서일까. 류현진은 이날 1회부터 6회까지 전력투구를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 148㎞, 평균 구속 145㎞를 찍었다. 게다가 이날은 변화구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체인지업과 커브 모두 두산 타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한 구종이었는데, 특히 커브는 마구처럼 느껴질 정도로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뺏었다. 커브 19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16개에 이르렀다.


류현진은 양의지가 4회 커브에 파울을 치고 황당해했던 것과 관련해 "파울을 치고 식빵 욕을 하더라. 그래서 웃었다. 타이밍은 맞았는데 파울이 되니 그랬던 것 같다. 같이 웃었다"며 "커브 제구가 잘됐다. 그러다 보니까 카운트를 잡을 때 유용하게 활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 생존을 위해 더 느린 커브를 자주 활용하기 시작했다. 직구 구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빅리그 강타자들과 싸워 나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느린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으면서 이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류현진이 토미존 수술을 받고 빅리그에 복귀한 직후에는 직구 구속이 예전만큼 올라오지 않아 커브가 더더욱 중요한 구종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이었던 지난해 류현진이 느린 커브를 던졌을 때 미국과 캐나다 현지에서는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메이저리그 피칭 애널리스트인 롭 프리드먼은 류현진이 지난해 8월 2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경기에서 커브를 던지는 영상을 편집해 자신의 SNS에 게재하면서 "미친 시속 70마일(112㎞) 커브"라고 평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낮게 뚝 떨어지면서 헛스윙을 끌어내는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국내로 돌아와서는 시속 90㎞대까지 떨어지는 아주 느린 커브를 구사하기도 했다. 마구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한화 투수 문동주는 "나는 그렇게 못 던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90㎞대 커브를 던진다는 것은 진짜 밸런스가 엄청나게 중요한 것이다. 근데 (류현진 선배는) 90㎞대 커브를 던지고 또 다음 공을 스트라이크를 던지더라.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다. 느린 커브가 들어갔기 때문에 그다음 공이 150㎞대가 나오지 않아도 타자는 훨씬 더 체감 구속이 빨라질 텐데, 확실히 그런 점을 잘 알고 마운드에서 투구한다는 게 느껴졌다. 완급 조절도 진짜 잘하시고 대단한 것 같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류현진은 커브와 체인지업 등 이런저런 이유를 다 떠나서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고 처음으로 직접 팀에 승리를 안길 수 있어 감사했다. 그는 "늦은 감이 있지만, 많이 늦었다. 그동안 계속해서 한 이닝에 집중적으로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오늘(11일)은 다행히 넘긴 것 같다"고 답하며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이어 "나 때문에 연패가 시작됐다. 경기 전에 호텔 사우나에서 수석코치님을 만나서 '내가 잘못 시작된 것을 꼭 끊겠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정경배 수석코치와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뻐했다.


류현진은 주무기 체인지업이 살아난 것에 가장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류현진은 "한국에 와서 체인지업이 말썽이었는데, 다르게 던져서 잡은 것 같아서 만족한다. 그립은 똑같았고 스로잉을 빠르게 했다. 스피드도 그 전 경기보다 많이 나왔다. 각도 직구랑 비슷하게 가면서 헛스윙이나 범타 유도가 많았다"고 만족했다.
한화 팬들은 류현진만큼이나 간절히 기다려온 승리의 순간을 충분히 즐겼다. 6회 류현진이 투구를 다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류현진!"을 크게 외치며 반겼고, 경기가 다 끝난 뒤에도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외쳤다.
류현진은 "진작에 들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쉬웠다. 경기 끝나고 (팬들의 함성을 들은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요즘 한화 팬분들께서 경기마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찾아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우리 선수들도 그만큼 집중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99승 고지를 밟은 류현진은 이제 개막 전부터 염원했던 100승에 도전한다. 선발 로테이션에 변동이 없다면 류현진은 오는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NC는 12일 현재 시즌 성적 11승5패로 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라 만만치 않은 상대긴 하다.
류현진은 "경기마다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오늘(11일)처럼 선발투수가 할 수 있는 임무를 다 하면 100승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1회부터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항상 똑같이 준비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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