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미 로맥은 5시즌을 뛰며 SSG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뿐만 아니라 KBO리그 역사에 남을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5)이 정들었던 KBO리그에서의 여정을 끝내고 고국인 캐나다로 돌아간다.

최근 은퇴를 발표한 로맥은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로맥은 2017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뒤 올해까지 1군 통산 626경기에서 타율 0.273, 155홈런, 409타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하기도 했다. 

유니폼 대신 흰 셔츠를 입고 취재진과 만난 로맥은 “야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셔츠를 입은 건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 같다”면서 야구를 끝내고 일반인의 생활로 돌아가는 상징이 있다고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로맥은 이번 주 출국 예정이다. 다음은 로맥과 일문일답.

▲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작년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감정적으로, 멘탈적으로 힘든 게 있었다. 둘째를 3월에 가졌는데 8개월 동안 떨어져 있다는 것도 컸던 것 같다. 아이들을 와이프에게 맡겨두는 게 힘들었다. 올해 들어오면서 마지막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 돌아가면 어떤 제2의 삶을 준비하고 있나

일단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남편의 역할에 충실할 예정이다.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고 있지만, 여행을 최대한 덜 하는 방향으로 캐나다에 돌아가 정착할 생각이다. 

▲ 유독 기억에 남는 동료 선수들은 누구인가?

한 명을 딱 집어 감사하기보다는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내가 팀을 생각하고, 선수들 하나하나 진정성 있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줬다. 그 당시 베테랑 선수, 김강민 박재상 박정권 채병용 나주환 등 베테랑 선수들이 잘해줬다. 그 그룹들이 많이 생각난다.

▲ 기억에 남는 날이 있다면?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1점 리드에서 1루에 서 있었는데, 9회 김광현이 불펜에서 뛰어나왔을 때 놀랐고 소름이 돋았다. 9회 말을 정말 잘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국 10개월 시즌이 정말 길다. 다 같이 엄청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남는다. 스페셜한 팀이었다. 그 기억이 많이 남는다.

▲ 2019년 올스타전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때도 기억이 남는다. 투표를 굉장히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 가족들이 직접 창원에 와서 기억에 남는다. 그때 당시 영상과 사진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게 팬서비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맥아더 장군 퍼포먼스도 재밌었다. 홍보팀과 마케팅팀이 하라고 강요했는데(웃음), 팬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감사하다. 

▲ 로맥은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뽑았다 ⓒ곽혜미 기자

▲ 5년 동안 한국 야구를 어떻게 느꼈나

여기 오게 된 것을 항상 감사하고 있다. 내가 필요했던 다른 스타일의 야구를 눈뜨게 했다. 미국에서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는데, 한국에 온 게 너무 좋았고 한국 구장의 분위기가 너무 재밌었다. 작년에 상황 때문에 KBO리그가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본인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보완해야 할 점은?) 한국 투수들의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개선해야 할 부분은 정신적, 멘탈적인 부분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마인드가 있었으면 좋겠다. 힐만 감독도 과정을 많이 중요하게 생각했다. 동료들에게 조언을 해줬던 게 경기 준비를 열심히 하되, 과정에 집중하고 본인이 결정할 수 없는 결과는 놓아주라고 이야기했다.

▲ SSG에서의 5년이 로맥에 야구인생에서 어떻게 기억될까

5년이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야구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인천 커뮤니티에서 쌓아온 평생 갈 우정이 감사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하는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인생을 변화시킨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나머지 9개 구단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투수와 타자는?

더스틴 니퍼트가 생각난다. 이승엽도 역사적인 선수였고, 마지막으로 KIA의 최형우도 엄청난 타자였던 것 같다.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2018년인 것 같은데. 강백호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와서 경기 뛰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스트레스 없이 자신감 있게 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순진하게 야구를 사랑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계속 높은 레벨의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5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목표들이나 큰 그림들이 있었을 텐데, 얼마나 달성했다고 생각하나? 아쉬운 부분은?

안착할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봤다. 둘째로는 5시즌 뛰면서 세 번 플레이오프에 갔다. 이기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였는데 달성한 것 같다. 팀이든 커뮤니티든 선한 영향력을 남기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었다. 목표로 다 이룬 것 같고, 후회는 없다. (최다 홈런 기록은?) 건강하고 깰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건 개인적인 목표고 이기적인 목표다. 그 목표만을 위해 내년에 돌아온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해 외국인 5년 연속 20홈런(우즈 이후 두 번째) 기록을 갖게 돼 자랑스럽다. 

▲ 향후 지도자 등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있나

결국 그쪽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은 한다. 아직은 숨고르기를 하는 시간이다. 결정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야구가 나의 인생이었고, 아직도 열정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야구 세대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155개의 홈런을 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은?

2018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제이크 브리검을 상대로 친 3점 홈런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그때 3점 차이로 지고 있었고, 실책으로 인해 타석에 들어서게 됐는데 좋은 공 들어와서 홈런 쳤던 기억이 난다. 내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홈런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 뒤로 게임 상황이 재밌게 전개돼 더 기억에 남는다.  

▲ 로맥은 캐나다로 돌아가 제2의 야구인생을 설계할 예정이다 ⓒ곽혜미 기자

▲ 가장 어려웠던 투수 세 명을 뽑는다면?

첫 번째로는 양현종이다. 처음 한국에 와서 1년 반 동안 양현종의 공을 잘 쳤던 것 같은데, 그 뒤로는 공략을 잘 못했다. 직구가 좋고, 몸쪽 높은 코스에 공략을 당했다. 메이저리그로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뻤다(웃음). 두 번째는 조상우다. 조상우를 상대했을 때 155의 힘 있는 직구를 던지는 선수다.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계속 슬라이더만 던져서 대처가 안 됐던 것 같다. 왜 직구만 노렸는지는 지금 생각하고 있다(웃음). 마지막으로 한화 정우람이다. 85마일 던지는데 100마일처럼 느껴진다. 심판들이 몸쪽을 이만큼 더 잡아주는 느낌이 있었다(웃음). 배트 들고 아무 것도 못해보고 들어왔던 기억만 난다. 몸쪽 노리고 들어가면, 바깥쪽 체인지업에 항상 당했다. 항상 나보다 한수 앞을 내다보는 느낌이었다. 잘 친 기억이 없다.

▲ 올해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는데

박종훈 문승원이 복귀하면 잘할 것이다. 한유섬이 부상에서 돌아와서 엄청난 성적을 거뒀는데 계속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의 경험을 인상 깊게 남겨주셔서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경기장에 걸려 있는 내 유니폼, 팬들이 보내주셨던 선물, 아이들 선물, 편지가 너무 감사하다.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를 만큼 감사하다. 평생 감사함을 간직하겠다. 처음에는 송도에 처음 갔을 때 첫 1~2년은 사인해달라거나 사진 찍어달라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뒤로는 한 명의 주민처럼 ‘어 제이미 안녕’이라고 인사를 해주셨다. 이쪽 주민이 됐구나 생각했다. 음식점이나 카페에서도 느껴졌다. 편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제2의 고향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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