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귀 시즌 전반기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김광현 ⓒ곽혜미 기자
▲ 복귀 시즌 전반기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김광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는 스프링캠프까지만 하더라도 ‘TOP 3’ 진입을 통한 포스트시즌 진출이 팀의 목표였다. 전력에 구멍이 있는 전반기를 최대한 버티고, 박종훈 문승원이 돌아올 후반기에 승부를 건다는 게 전체적인 기조였다.

그러나 하나의 계약이 모든 구상을 바꿔놨다. 메이저리그 직장폐쇄 여파로 이적시장에서 방황하고 있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김광현(34)과 협상한 끝에 그를 친정팀으로 부르는 데 성공한 것이다. 4년 총액 151억 원이라는 KBO리그 역대 최고액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김광현을 영입한 이후, SSG의 목표는 대권 도전으로 바뀌었다.

김광현 효과는 확실했다. 정상적인 스프링캠프를 치르지 못했고, 시즌 초반 남들보다 컨디션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게 달려 나갔다. 구속은 조금 떨어졌으나 전매특허인 슬라이더를 비롯,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섞으며 타자들로서는 더 치기 어려운 선수가 됐다. 20대와 30대 초반과 다른, ‘김광현 2.0’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런 김광현은 좋은 성적과 함께 전반기 반환점을 돌았다. 시즌 15경기에서 92⅔이닝을 던지며 9승1패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했다. 1.65는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김광현 가세와 함께 SSG는 선발진의 확실한 앵커를 마련했고, 2위 키움과 4.5경기 차 전반기 챔피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은 투수들의 꿈이다. 사례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시즌 성적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전반기 1점대 평균자책점도 특별한 선수에게만 허락된 훈장이었다. 지난 15년 전반기 기록을 봤을 때 이 문턱을 넘은 선수는 거의 없다. 김광현의 전반기가 어떤 식으로는 과소평가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시즌 전체 규정이닝을 소화한 선수를 기준으로 2007년 이후 지난 15년간 전반기를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친 선수는 손에 꼽는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가 1.60을 기록했고,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이 1.57을 기록했다. 그 뒤 2015년 양현종(KIA‧1.77)과 2020년 댄 스트레일리(당시 롯데‧1.95)가 뒤를 이었다. 2020년 구창모(NC)는 전반기 1.55의 성적을 기록했으나 부상 탓에 후반기 2경기 출전에 그쳤고 규정이닝은 채우지 못했다.

국내 선수로는 류현진 양현종 구창모만 달성한 기록에 김광현이 역사를 이었다. 관심은 1점대 평균자책점이 시즌 끝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물론 어려운 난이도의 과제이기는 하지만, 지금 페이스라면 또 도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마지막 달성자는 2010년 류현진이었다. 괴물과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던 류현진은 끝내 1.82라는 압도적인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후 시즌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은 나오지 않았다. 2015년 양현종은 2.44를 기록했고, 2020년 스트레일리는 2.50을 기록했다. 구창모는 1.74로 마무리했으나 93⅓이닝 투구에 그쳤다.

SSG의 수비가 올 시즌 리그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고, 김광현의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2.74)는 데뷔 이후 가장 좋다. 9이닝당 탈삼진 개수나 볼넷 비율은 한국에서의 근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9년과 흡사하지만 피홈런 개수를 극적으로 줄인 덕이다. 잔루율도 좋아지는 등 위기에 강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김광현의 최종 성적이 어느 쯤에서 마무리될지도 화제를 불러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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