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간단히 처리했다. 전광판엔 직구 최고 구속이 157km(전력분석팀 스피트 건156km)까지 찍혔다.
그러나 구속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첫 시범경기라는 점, 아직 개막까지 보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157km의 스피드는 놀라운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소득을 얻은 등판이었다는 것이 이대진 투수 코치의 평가다.
한승혁은 이날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단 1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만 1개를 잡아내는 위력적이고도 깔끔한 투구를 했다.
제구가 늘 불안해 문제였던 그에게 의미 있는 1이닝이었다. 비단 이날의 등판만이 아니었다. 한승혁은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에 4차례(5이닝) 등판해 단 1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 해 1군 무대에선 33.1이닝을 던지는 동안 20개나 볼넷을 내줬다. 그 사이 폭투가 8개나 기록됐을 만큼 안정감이 떨어졌다. 2군에선 더 안 좋았다. 16이닝서 볼넷이 12개나 나왔다.
그러나 최근의 한승혁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불안했던 모습이 점차 줄어들며 안정감이 쌓이고 있다.
하루 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할 수 있다. 이대진 코치는 "3년 전 부터 공들여 왔던 부분들이 쌓이며 점차 효과를 내고 있다. 투구폼이 전체적으로 불안했었는데 이제 한결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투구 밸런스가 잡히면서 예측하기 어려웠던 공에 제구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14일 경기 전 불펜 투구에선 합격점을 받지 못했던 한승혁이다. 그러나 실전 마운드에 올라선 직구만 14개를 던져 두산 타선을 막아냈다. 원래 힘이 있던 볼 끝에 제구가 더해지니 굳이 다른 변화구를 섞을 필요가 없었다.
이 코치는 "안 좋은 감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안정감 있는 투구가 점차 자신의 것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승혁은 KIA 불펜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다. 전체적으로 연령대가 높거나 안정감이 떨어지는 선수들로 구성된 것이 KIA 불펜의 특징이다. 한승혁 처럼 젊고 힘 있는 투수가 안정감을 더해 마운드에 설 수 있다면 KIA 마운드는 그야말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 코치는 "승혁이가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연습경기 부터 이어 온 상승세가 시즌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다. 성실하게 노력해 온 만큼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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