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종 감독은 추모했지만 14년 일한 A 씨는 추모 받지 못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전주, 정형근 기자] '스포티비뉴스'는 지난 6월 전북 前스카우트 사망 사건 발생 직후 현장으로 달려갔다. 경찰 관계자, 전북 현대 구단 관계자, 축구계 종사자 등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었다. 두 달여 만에 내사 종결된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끈질기게 취재했다. A 씨가 죽음에 이른 과정과 진실, 이 사건이 남긴 의문점과 사사하는 바를 상세히 밝힌다.

◇전북 前스카우트 사건의 개요 및 결론

1. 전북 前스카우트 사망 사건이 ‘내사 종결’ 된 이유
2. A 씨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나 
3.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자살 장소로 택한 까닭 

# 전북 前스카우트 사망 사건이 ‘내사 종결’ 된 이유

A 씨는 지난 6월 16일 오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발견 당시 목을 맨 채 쓰러져 있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수사의 초점을 A 씨의 ‘타살 여부’에 맞췄다. 수사 진행 도중 한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심정이 비관된 게 있다. 범죄 혐의점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혐의점이 없다면 내사 종결되는 사건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의 사망 전 행적을 추적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통화 내역 조회, 국과수 약물 감정 등을 실시했다. A 씨는 사망 당일에는 음주를 했지만 단속 수치 이하(혈중 알코올 농도 0.05%)였고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범죄 혐의점도 없었다. 사건을 담당한 전주 덕진경찰서는 18일 “A 씨 사건은 자살로 결론이 났다. 생활고를 겪다 신병을 비관한 A 씨가 자살한 것으로 17일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타살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경찰의 수사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 A씨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나 

“생활고나 억울한 일이 해결되지 않아 사망한 것 같다는 아내의 진술이 있다. 심판 매수 사건으로 법원의 판결을 받은 뒤 전북 현대 측에서 보상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으니 본인이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경찰 관계자)

A 씨는 2013년 K리그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돈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지난해 9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북은 2002년부터 14년 동안 전북에서 일한 A 씨를 해임했다. A 씨는 축구계 영구 추방 징계도 받았다. 

축구계에 다시 발을 들일 수 없는 A 씨는 생활고를 겪었다. 다만 A 씨의 생활고는 단순히 ‘직장’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다. A 씨는 2013년 무리한 대출과 잘못된 보증으로 급여를 압류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2년 전부터는 집에 월급을 가져다 준 적도 없다고 한다. 2013년 정도부터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심판 매수 사건으로 징계를 받고 축구계를 떠난 A 씨의 생활고는 더욱 가중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사망 며칠 전부터 축구 관계자 20여 명을 만났다. 그 가운데는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도 있었다. A 씨는 사망 3일 전인 6월 13일 최강희 감독을 만나 생활고를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최강희 감독에게 억울한 점을 해결해 달라고 만난 것 같다”고 밝혔다.  

아내의 진술에 따르면 A 씨는 다음 날인 6월 14일 오후 4시 30분쯤 “최강희 감독을 만나러 가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A 씨는 이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다른 축구 관계자 몇 명을 더 만난 A 씨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강희 감독이 보상책이 없어서 미안하다는 내용을 코치들을 통해서 A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A 씨는 평생 축구만 해 온 사람이다. 심판 매수 사건 이후 축구계에 종사할 수 없게 모든 길이 막혔다. 평생 축구만 한 사람의 길이 막히니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었을 것이라는 유족의 진술이 있다”고 밝혔다.
▲ A 씨는 전북 현대 구단 사무실과 경기장이 연결되는 통로에서 목을 매 숨졌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자살 장소로 택한 까닭

A 씨가 ‘왜’ 축구장에서 사망했다고 생각하는가?

“전북 현대에서 일체 보상책이 없었다. 목을 맨 곳이 전북 현대 축구단 사무실 바로 앞이다.”

전북 현대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있다는 말인가?

“보상책이 없으니 그럴 수 있을 거다.”

이번 수사를 책임진 경찰 관계자의 답이다. 망자는 말이 없다. A 씨의 행적과 사망 전 축구 관계자, 유족에게 한 말을 종합해 나온 결론이다. 

A 씨는 6월 16일 새벽 3시가 지난 시점에 전주월드컵경기장에 홀로 들어갔다. 그는 전북 현대 구단 사무실과 경기장이 이어지는 통로에 섰다. 목을 매기 전까지 계속 고민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을 맨 장소에서 담배를 많이 피웠다. 담배와 라이터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전북 현대 관계자는 “평생 축구만 하며 살아온 분이라 축구장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A 씨는 자신의 억울한 심경을 알리기 위한 장소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택했을까. 아니면 과거의 직장, 익숙한 장소를 골랐을까.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실은 고인만이 알고 있다. 

◇풀리지 않는 의문 2가지

#생활고를 겪은 A 씨는 왜 자비로 심판을 매수했을까

"구단 스카우트가 보고 없이 개인적으로 심판 매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했고 직무를 정지했다. 추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해당 스카우트는 연봉이 1억 원이 넘고, 승리 및 직책 수당까지 합치면 최소 1억 2,000만 원이 된다.”

지난해 5월 심판 매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전북 현대 구단은 ‘개인의 일탈’이라고 밝혔다.

A 씨는 2013년 다섯 차례에 걸쳐 2명의 심판에게 모두 5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A 씨가 심판에게 돈을 건넨 구체적인 시점은 2013년 1월, 4월, 8월, 9월, 10월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2005년 전북 지휘봉을 잡았다.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국가 대표 팀을 맡아 구단을 떠났다. A 씨가 심판에게 청탁을 한 5번 가운데 3번은 최강희 감독이 전북 사령탑에 있을 때와 겹친다. 

유죄 판결 직후 A 씨는 구단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다. 생활고에 허덕인 A 씨는 도대체 왜 심판에게 자비로 돈을 건넸을까. A 씨는 전북 현대를 떠난 지 9개월여 만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심판 매수가 ‘개인 일탈’이라면 A 씨는 왜 전북에 보상을 요구했을까. 

2가지 가정이 가능하다. 전북 구단의 발표처럼 단순히 ‘개인’이 팀을 위하는 마음으로 심판 매수를 했다가 사건이 들통 났다고 생각해 보자. A 씨로서는 “전북 구단을 위해서 한 일이기 때문에 구단이 자신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개연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전북 구단 몰래 진행한 심판 매수가 발각되면 구단과 본인에게 큰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생활고에 시달린 A 씨가 수백만 원을 주고 심판 매수를 했다는 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두 번째 가정이다. 구단이 직접 지시했고 A 씨가 ‘행동대장’으로 나선 경우다. 구단이 지시했다면 A 씨의 행동은 ‘정당성’이 있다. 구단이 지시했기 때문에 심판 매수를 했고 혼자서 모든 사건을 뒤집어쓰고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보상’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전북 최강희 감독은 “A 씨에게 보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생활고에 시달린 A 씨는 전북 구단에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핵심 증인이 망자가 되면서 진실도 같이 묻혔다. 경찰은 "유족이 창구를 A 씨의 남동생으로 일원화했다. 아내하고도 만나지 못하게 했다. 남동생이 보험 계통을 잘 아는 사람 같다. 아내는 통화가 안 된다. 문자로 그렇게 얘기를 해도 전화를 안 받는다"고 답답한 상황을 호소했다. 

◇A 씨의 죽음이 한국 축구에 시사하는 바

#심판 매수 사건이 남긴 참혹한 결말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심판 매수’ 사건으로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이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의 아내와 아들, 형제 등 유족은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한 가정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빌미를 제공한 심판 매수 사건의 결말은 참혹했다. 

전북 구단은 A 씨에 대한 추모를 하지 않았다. A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처음으로 열린 홈경기(6월 21일 강원 FC전)에서 구단은 공식적으로 추모의 뜻을 밝히거나 관련 내용을 표명하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만난 전북 최강희 감독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렸다. 서포터스가 관중석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근조 문구를 건 게 전부였다. 

물론 구단의 ‘심판 매수’와 관련된 사람을 애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전북 구단을 위해 14년 동안 일한 사람의 마지막을 모른 척 지나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북이 애도를 하지 않은 것은 사건이 거듭 언론에 조명되고 공론화되는 것을 구단 측에서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궁색한 변명이자, 비겁한 행동으로 비쳐질 수있다. 그러자 추모가 없던 전북에 언론과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생활고를 겪는 상황에서도 전북 구단을 위해 사비를 들여 심판을 매수한 A 씨는 결국 구단의 애도조차 받지 못했다. A 씨는 14년 간 전북의 황금기를 뒷받침한 공신이다. 축구계에선 최 감독의 오른팔, 최 감독의 그림자로 불리던 인물이다. 축구계에선 유명했던 A 씨의 이름은, 이 기사에서도 실명 거론이 어려울 정도로 역사 속에 함께 묻혔다. ‘심판 매수’의 결말은 잔혹했다.   
▲ 전북의 황금기, K리그에 쌓은 금자탑에 치명적 숙제가 된 A 씨 사건. ⓒ연합뉴스

#대대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K리그

한국 사법부는 철저히 ‘법정증거주의’에 따른다. 사실의 인정은 의혹이 아닌 확실한 증거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심판 매수는 현장에서 ‘현금 거래’로 진행되는 만큼 목격하지 않는 한 발각이 쉽지 않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 

경남 FC와 전북 현대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구단의 명예가 땅바닥까지 실추되는 ‘심판 매수’를 이제는 종결해야 한다. 심판 매수는 단순히 전북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떡값’ 명목으로 심판에게 돈을 지급하는 관행은 K리그에 만연한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벌금 1억 원과 승점 9점 삭감. 심판 매수로 전북이 받은 징계이다. 반대로 말하면 승점 9점을 깎고 벌금 1억 원을 낸다면 심판 매수를 해도 된다는 뜻이 된다. 연맹의 ‘솜방망이 처벌’은 심판 매수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심판 매수와 승부 조작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K리그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목숨의 무게는 잴 수 없다. A 씨의 죽음은 쉽사리 묻힐 일이 아니다. 평생 축구만을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온 A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혹시라도 운 좋게 수사망을 피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국 축구는 머지않은 장래에 또다시 고통스러운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 재발을 막으려면 어떤 마음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며 옷깃을 여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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