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무려 937억원이 오간 역대급 FA 시장에서 박병호(35) 홀로 조용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겨울 FA 공시된 14명 가운데 11명이 행선지를 확정했다. 외야수들이 시장을 이끌었다. 나성범(KIA, 6년 150억원), 김현수(4+2년 115억원), 김재환(두산, 4년 115억원), 박건우(NC, 6년 100억원), 손아섭(NC, 4년 64억원), 박해민(LG, 4년 60억원) 등 6명이 벌어들인 돈만 604억원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투수 양현종은 KIA와 4년, 103억원에 계약하며 스토브리그를 더더욱 뜨겁게 달궜다. 

대어들이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린 덕에 준척급으로 분류했던 선수들까지 두루두루 훈풍이 불었다. 포수 최재훈(한화, 5년 54억원), 장성우(kt, 4년 42억원), 강민호(삼성, 4년 36억원), 투수 백정현(삼성, 4년 38억원), 내야수 황재균(kt, 4년 60억원) 등이 좋은 대우를 받고 원소속팀에 잔류했다. 

SSG 랜더스는 그들만의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다음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을 선수들을 장기 계약으로 묶어 1년 빨리 집토끼를 단속했다. 투수 박종훈 5년 65억원, 문승원 5년 55억원, 외야수 한유섬 5년 60억원으로 3명에게 180억원을 들였다. SSG가 쓴 돈까지 더하면 올겨울 무려 1117억원이 풀렸다. 

박병호는 훈풍을 전혀 타지 못하고 있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올해 안에 더는 테이블을 차리지 않기로 구단과 선수가 합의한 상태다. 대어급 FA 가운데 해를 넘기는 유일한 선수다. 

자존심이 상할 법한 결과다. 박병호는 통산 홈런 327개로 현역 타자 가운데 역대 4위에 올라 있다. 1위는 SSG 최정(403홈런), 2위는 롯데 이대호(351홈런), 3위는 KIA 최형우(342홈런)다. 2014, 2015년 전성기처럼 한 시즌에 50홈런 이상 치길 바라긴 힘들지만, 지난해와 올해 잦은 부상 속에서도 20홈런 이상 쳐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와 FA C등급답지 않게 큰 보상 금액이 발목을 잡고 있다. C등급 선수가 이적하려면 보상선수 없이 직전 연도 연봉의 150%를 보상금을 원소속팀에 지급해야 하는데, 박병호의 보상금은 22억5000만원에 이른다. 올해 시장에 나온 A등급 선수의 보상금을 300%로 계산해도 넘기기 어려운 큰 금액이다. 

큰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타자란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뚝 떨어진 타율과 출루율이 물음표로 남는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막 복귀한 2018년 시즌은 타율 0.345, 출루율 0.457, 장타율 0.718을 기록했는데, 2019년 시즌부터 타율 3할과 출루율 4할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올해 타율은 0.227까지 떨어졌고, 삼진 141개를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47개밖에 얻지 못했다. 

장단점이 뚜렷한 나이 30대 후반 거포의 시장 가치는 얼마로 책정될까. 박병호가 역대급 돈잔치의 마지막 주인공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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