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NC와 경기에서 1⅔이닝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첫 홀드를 신고한 조정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2009년 9월 29일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롯데 선발투수 조정훈의 포크볼이 타자 눈앞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졌다. 7⅔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뽑았는데 결정구 7개가 모두 포크볼이었다. 7⅔이닝 2실점 승리 투수. 이날 승리는 롯데가 2000년 이후 3,272일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쾌거였다.

그해 조정훈이 던진 이닝은 182⅓이닝. 2008년도 80이닝에 비해 100이닝이 늘었다. 그래서일까. 조정훈은 2010년 팔꿈치 수술대에 올라 긴 잠에 빠졌다. 조정훈의 사례는 '젊은 투수가 급격히 이닝이 증가하면 이듬해 또는 차후 부진이나 부상 위험이 크다'는 버두치 리스트 이론의 대표 예시다.

긴 재활을 마치고 올 시즌 7년 만에 돌아온 조정훈은 26경기에서 4승 2패 8홀드 평균자책점 3.91로 성공적인 복귀를 신고했다. 박진형 손승락과 함께 단단한 뒷문을 구축해 롯데의 3위 도약에 앞장섰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조정훈의 복귀가 큰 힘"이라고 치켜세웠다.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포스트시즌 2차전에서 롯데가 NC를 1-0으로 꺾고 거둔 1,823일 만에 거둔 포스트시즌 승리. 이날 조정훈은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숱한 위기를 넘기고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졌다. 조정훈의 손 끝에서 떠난 포크볼은 8년 전 그 때와 똑같았다. 

조정훈은 7회 1사 2루에서 박진형을 구원 등판했다. 첫 타자는 대타 이호준. 선택은 포크볼이었다. 낙차 큰 포크볼에 이호준의 방망이는 제대로 맞지 않았다.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다음 타자 박민우를 고의4구로 거르면서 맞이한 모창민도 포크볼을 섞어 잡았다. 볼 카운트 1-1에서 포크볼로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유도했고, 시속 146km 패스트볼, 143km 패스트볼을 연달아 던져 3루 땅볼로 막았다.

8회 역시 포크볼로 정리했다. 조정훈은 선두 타자 나성범을 텍사스 안타로 출루시켰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다음 타자 스크럭스는 조정훈의 포크볼을 이겨내지 못했다. 2구 포크볼을 건드렸다가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박석민 역시 포크볼에 방망이를 냈지만 포수 파울 뜬공. 그리고 권희동 역시 포크볼에 당했다. 볼 카운트 2-2에서 포크볼을 맞혔지만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게다가 이날 등판은 전날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등판이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조정훈의 몸 상태를 고려해 정규 시즌에선 철저하게 관리했다. 연투가 두 번뿐이다. 이날 조정훈은 연투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외려 더 강했다. 올가을 다시 춤을 추는 조정훈의 포크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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