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신원철 기자] 지난해 5월 3일 텍사스-시애틀 경기. 3루수 애드리안 벨트레가 2루수의 송구를 받아 2루를 터치한 뒤 1루에 던져 병살타를 완성했다. 벨트레는 동료들을 보며 보란 듯이 가슴을 두드렸고, 해설자는 "4-5-3 병살타가 만들어졌다"며 웃었다. 왼쪽을 비워두는 수비 시프트가 만든 장면이다. 올해 나온 최신 빌 제임스 핸드북에 따르면 2010시즌 2464회였던 시프트 활용은 지난 시즌 1만 3296회까지 늘어났다. 5배다.

26일(이하 한국시간) 취임한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첫날부터 홍역을 치렀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시프트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비난이 쏟아지자 "타자들이 시프트에 대응하는 법을 보여준다면 굳이 변화를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한걸음 물러나 수습에 들어갔다.

'MLB네트워크'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해롤드 레이놀즈는 1988년부터 1990년까지 3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차지한 2루수다. 그는 지난해 7월 방송에서 "수비 시프트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금지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시프트가 타격 성향에 맞춰 발전한 것처럼 이를 깨기 위한 기술(혹은 전술)도 발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레이놀즈는 두 가지 방법으로 시프트를 깰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28일 방송에서 "왜 프로선수들이 시프트 반대 쪽으로 타구를 보내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첫 번째는 상식대로 '밀어치기'다. 캔자스시티 마이크 무스태커스는 지난해 오클랜드와 와일드카드게임에서 타격 습관을 버렸다(영상은 디비전시리즈 2차전). 밀어친 안타 35개, 당겨친 안타 533개로 전형적인 '풀 히터'인 무스태커스도 이날만큼은 밀어치기에 집중했다. 3회 안타는 좌익수 앞에 떨어졌다. 5회와 7회에는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타구는 여전히 좌익수를 향했다.

'밀어치기'가 타석에서 낼 수 있는 해답이라면, 주자들은 베이스 위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사례가 있다. 피츠버그 앤드류 맥커친과 이케 데이비스가 보여준 '견제 유도' 플레이다. 3루주자 맥커친은 3루수 데이비드 라이트가 베이스를 완전히 버려둔 것을 확인했고,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1루에 견제하는 순간 곧바로 홈을 노렸다. 무사히 득점 성공, 피츠버그는 1-1 균형을 깨는 데 성공했다.

MLB.com 칼럼니스트 린제이 베라는 28일 칼럼에서 "(시프트가 빈번해지면서) 늘 당겨치던 타자들도 밀어치기 시작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스프레이 히터'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며 "시프트는 밀려나게 될 것(the shift will shift away)"이라고 주장했다.

만프레드 커미셔너의 아이디어 밑에는 '득점 저하'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마운드 높이를 낮추고 공인구 반발력을 높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여기서 나왔다. 시프트 금지 규정은 준비 단계 전에 폐기 처리될 가능성이 크지만, 메이저리그 인기 회복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타고투저'를 향한 인위적인 수단이 가미될 여지가 생겼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투수들이 진화할 차례다. 


[사진]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게임, 무스태커스 타석 ⓒ SPOTV NEWS
[동영상] 'MLB투나잇', 경기 중 나온 시프트 사례 ⓒ SPOTV NEWS, 편집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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