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퓨처스리그에서 후배들을 보며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자리가 탄탄한 1군 선수들과 달리 퓨처스 선수들은 한 발만 후퇴하면 바로 은퇴로 쓰러질 수도 있으니까. 그 아픔을 겪고 나서 뒤늦게 그 현실을 알게 되면 그 친구들도 얼마나 힘들겠어.”

화려하지 않은 선수 생활. 그러나 리그 최고급 강견과 외야 수비력으로 5개 팀을 거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소박하게나마 FA(프리에이전트) 계약도 성공했고 선수 생활 후반부에는 자기 관리와 인품으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됐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그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제 2의 야구 인생을 바라본다. 1999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한 뒤 삼성-한화-두산-LG를 거쳐 롯데에서 은퇴하게 된 임재철(39)이 주인공이다.

임재철이 한 팀의 풀타임 주전으로 뛴 시기는 그리 많지 않다. 두산에 있던 2005년 타율 0.310 3홈런 30타점 10도루로 2번 타자 노릇을 하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이바지한 것과 제대 첫해인 2009년 타율 0.281 6홈런 50타점 11도루를 기록한 것이 임재철의 풀타임 주전 경력. 그러나 뛰어난 수비력과 선구안, 작전 수행 능력을 갖췄고 무엇보다 젊은 선수 못지않은 체력과 자기 관리로 현장의 인정을 받았다.

2014년 시즌이 끝난 후 LG의 코치 제의 대신 현역 생활 연장을 원했던 임재철은 LG의 배려 속에 롯데로 이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영입한 이종운 전 감독의 입지가 줄어들고 성적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지난 6월10일 kt전 이후 1군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조원우 신임 감독 체제로 바뀐 롯데는 임재철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국내 마무리 훈련과 납회에서 어느 선수 못지않게 열심히 했던 임재철은 큰 충격과 고민에 빠졌다.

“몇 년 전인가 '최고령 야수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 마음만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이 내려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들더라. 타 팀에서 선수 요청? 내가 (이)승엽이처럼 잘하는 선수도 아니고 뭐.” 덤덤한 듯 이야기하려던 임재철의 목소리는 순간 순간 먹먹하게 들렸다.

“좋은 기억이 많아 다행이다. 신인 때 첫 타석. 그 첫 타석에서 정민태 선배를 상대로 타점을 올렸던 경기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두산에서 있었던 10년 가까운 시간도 행복했다. 좋은 팀에 있었던 덕분에 포스트시즌에도 자주 나갔고. 2013년 LG와 플레이오프에서 오랜만에 활약했던 경기도 기억난다. 아쉬움 한편으로 좋은 기억을 품고 은퇴하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현역 시절 임재철은 '지도자로도 대성할 선수'라는 평을 많이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관리와 야구를 준비하는 자세가 본보기였기 때문이다. 그를 많이 따르던 후배 민병헌(두산)은 “임재철 선배는 자기 관리의 화신”이라고 밝혔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김현수는 “임재철 선배를 보며 야구에 대해 많이 배운다”고 이야기했다. 지도자로 다음을 준비하는 임재철에게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라고 물어보았다.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는 이에게는 언젠가 기회가 온다. 그냥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스스로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프로 야구에서는 언젠가 반드시 좋은 기회가 온다. 그래서 선수들은 항상 제대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코치는 선수가 정말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선수가 제대로 준비하며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살릴 수 있게 돕고 싶다.”

'만으로 40세까지는 현역으로 뛰고 싶다'던 임재철이었으나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2015년 시즌을 마쳤다. 선수 유니폼과 원하는 작별은 아니었으나 임재철은 그 가운데서도 느낀 점이 많았던 것 같았다. 그는 스스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후배들을 많이 봤기 때문인지 이야기를 덧붙였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을 보며 때로는 안타까웠다. 재능 있는 선수들도 있는데 1군 선수들과 달리 퓨처스리그 선수들은 한 걸음 삐끗하면 그대로 쓰러질 수 있다. 그래서 '더 야구에 매달리고 절실하게 해야 할 텐데'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은 선배의 이야기가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 그 말이 옳았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이미 그 아픔에 부딪혔을 때다. 큰 파도와 부딪히기 전 쓰러지지 않고 버티면서 뛰는 선수들이 많았으면 한다.”

[영상] 2013년 두산-LG 플레이오프 3차전 임재철 활약상 ⓒ 영상편집 정지은.

[사진] 임재철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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