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지난해 11월 페더급으로 처음 내려갔다가 리카르도 라마스에게 판정패한 디에고 산체스(34, 미국)가 라이트급으로 돌아온다.

아무래도 페더급은 무리였던 모양이다. 산체스는 10년 전 미들급으로 UFC 경력을 시작했다. 2005년 TUF 1 미들급에서 우승하고, 바로 다음 경기부터 웰터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부터는 라이트급과 웰터급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었다.

산체스는 오는 3월 6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197에서 짐 밀러(32, 미국)와 경기한다.

산체스와 밀러는 승리가 절실하다. 두 선수 모두 최근 5경기에서 2승 3패를 기록하고 있다. 산체스도, 밀러도 이전 경기에서 고배를 마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제법 눈길이 가는 매치업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베테랑의 경기가 언더 카드에서도 상당히 앞쪽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UFC는 이 경기가 '파이트 패스 프릴림 카드'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다가올 'UFC 196', 'UFC 197'과 같은, 페이 퍼 뷰(PPV, Pay Per View) 넘버 대회는 북미 지역 기준으로 세 종류의 대진으로 편성된다.

①구매를 따로 해야 볼 수 있는 '메인 카드' ②언더 카드(메인 카드에 앞서 펼쳐지는 경기들) 가운데 폭스스포츠 TV 채널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폭스스포츠 프릴림 카드' ③언더 카드 가운데 UFC 파이트 패스 사이트(www.ufcfightpass.com)에서 볼 수 있는 '파이트 패스 프릴림 카드'로 나뉜다. 대회 진행은 ③→②→① 순이다.

넘버 시리즈 메인 카드의 마지막 경기인 '메인이벤트' 자리는 10체급 타이틀전 가운데 하나, 또는 앤더슨 실바의 복귀전처럼 화제성이 높은 빅매치가 차지한다.

UFC는 인기가 높고 기술이 뛰어난 특급 파이터를 내세워 'PPV 대박'을 노린다. 북미에서 판매되는 PPV 가격은 보통 화질 49.99달러, 고화질 59.99달러다. 시청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끄집어내려면, 매력적인 메인이벤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UFC 196(2월 7일)의 메인이벤트는 파브리시우 베우둠과 케인 벨라스케즈의 헤비급 타이틀전, UFC 197(3월 6일)의 메인이벤트는 하파엘 도스 안요스와 코너 맥그리거의 라이트급 타이틀전이다. PPV 넘버 대회의 메인이벤트는 중량감이 다르다.

'폭스스포츠 프릴림 카드'는 PPV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전채 요리' 성격을 띤다. 물론 폭스스포츠 시청률도 고려해서 인지도 높은 베테랑들을 마지막 경기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기를 우리나라 팬들은 흔히 '언더 카드 메인이벤트'라고 부른다. 지난해 12월 UFC 194에선, 이 두 번째 메인이벤트에 전 WEC 챔피언 유라이야 페이버가 들어갔다.

지난해였다면, 산체스와 밀러의 맞대결은 '폭스스포츠 프릴림 카드'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언더 카드 메인이벤트'도 노려볼 만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UFC가 '파이트 패스 사이트'에 많은 가입자를 '모시기' 위해 꽤 관심도가 높은 경기들을 '파이트 패스 프릴림 카드'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UFC는 지난 3일 UFC 195 '파이트 패스 프릴림 카드' 마지막 경기에 더스틴 포이리에와 조셉 더피의 라이트급 매치를 넣었다. 이 경기는 원래 지난해 10월 'UFC 파이트 나이트 아일랜드 대회'의 메인이벤트였다. 더피의 뇌진탕 증세로 연기됐는데, 2개월 뒤 언더 카드로 내려왔다.

다음 달 7일 UFC 196에서는 WWE 프로 레슬러 출신 CM 펑크에게 공개 도전한 웰터급 신인 미키 갤의 옥타곤 데뷔전을 전면에 내세운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여기서 갤이 이기면 UFC 199로 예정된 CM 펑크의 데뷔전에 출전하게 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놓았다.

세 번째 메인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이 경기들은 'UFC 파이트 패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일종의 매력적인 미끼 상품(loss leader)인 셈이다. UFC 197에선 산체스와 밀러의 라이트급 베테랑 맞대결이 그 구실을 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UFC의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UFC 파이트 패스'는 UFC, 프라이드, 스트라이크포스, WEC 등에서 펼쳐진 경기들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는 사이트다. 처음 가입하면 7일 동안 무료로 이용하고, 이후 매달 9.99달러를 내야 한다.

UFC는 앞으로도 '파이트 패스 프릴림 카드'에 빅매치를 넣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파이트 패스 사업 본부장 에릭 윈터는 "파이트 패스는 2016년부터 '파이트 패스 프릴림 카드'를 대표하는 경기들을 전 세계 구매자들에게 독점적으로 전하겠다"고 밝혔다.

유명 파이터들도 '세 번째' 메인이벤트에서 경기할 수 있다. 환호와 야유를 받으면서 경기하던 이들이 이제 대회장에 관중이 들어차기 전에 싸워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서운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