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IA에서 방출된 임창용(42)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마운드 위에서 '뱀직구'로 천하를 호령하던 레전드 투수도 차가운 현실 앞에선 여느 선수와 다름없었다.
임창용은 25일 통화에서 "어제(24일) 구단에서 '팀의 방향'이라면서 방출 사실을 알려주더라"면서 "나로선 KIA에서 선수생활의 끝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구단의 방침이 그러하다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런 일이라 좀 당황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출 통보를 받은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임창용은 한국야구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5년 광주진흥고를 졸업한 뒤 해태에 입단해 올해까지 24년간 프로무대에서 활약했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오가며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KBO리그에서만 통산 130승(86패)을 기록해 역대 개인통산 최다승 7위에 자리 잡고 있을 뿐 아니라 개인통산 258세이브로 오승환(277세이브)에 이어 역대 2위에 랭크돼 있다. 통산 홀드 19개, 통산 평균자책점 3.45. KBO리그에서 개인통산 100승과 200세이브를 함께 넘긴 주인공은 전 LG 투수 김용수(126승-227세이브)와 단 2명뿐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일본프로야구(238경기 11승13패 128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09)와 메이저리그(6경기, 평균자책점 5.40)까지 경험한 그는 지난달 18일 대구 삼성전 등판으로 한·미·일 1000경기 출장이라는 최초의 이정표를 작성하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임창용은 KIA에서 선발과 중간, 마무리로 전천후 출격하며 37경기에 등판해 5승5패 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42를 기록했다. 6월 7일 kt전에서는 역대 최고령(42세 30일) 세이브 기록을 세우는 등 전반기에 불펜으로 뛰다 후반기에 선발로 전환했다. 11년 만에 선발로 변신하면서 다소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갈수록 투구수를 늘리며 구멍난 KIA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았다.
선수생활 내내 우여곡절도 많았다. 고향팀 해태에서 출발한 임창용은 1998년 12월에 양준혁 곽채진 황두성에 현금 20억원을 얹는 3대1 트레이드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2007년까지 삼성에서 뛰다 해외무대에 진출한 그는 2014년 삼성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2015년 해외원정도박 파문 속에 삼성에서 방출돼 2016년부터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마지막 꿈은 예전부터 ‘선수 생활 마무리는 고향 팀 KIA에서 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은퇴한다면 자신의 꿈대로 처음 시작했던 고향 팀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모양새는 그가 꿈꿔온 마지막 그림이 아니었다.
" KIA에서 은퇴식 같은 걸 바란 것도 아니었다. 은퇴식을 해준다고 해도 내가 사양했을 것이다. 그냥 고향 팀에서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소박한 꿈만 가지고 있었다. 구단에서 나에게 선택권이라도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구단 방침은 이런데 은퇴를 하겠느냐', '지도자 연수를 다녀오겠느냐', '다른 구단에서라도 더 뛰고 싶으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겠다'면서 나에게 의사라도 물어봤다면 나 스스로 고민을 하고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만 솔직히 그게 좀 섭섭하다. 갑자기 방출 통보를 받으니 지금으로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임창용은 씁쓸하게 웃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집과 가족이 있지만 "지금은 광주에서 정리를 해야 할 것도 있어 당분간은 이곳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공을 내려놓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선수생활을 더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런 식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지는 않다"고 호소했다.
"사실 이 나이에 내가 팀 옮겨서 어떡하겠나 싶긴 하다. 그렇지만 그냥 마지막 기회만 왔으면 좋겠다. 구단에 민폐 안 끼치고 나 스스로 '이제는 그만 던져야겠다'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말이다. 에이전트에게 일단 내가 뛸 수 있는 팀을 알아봐달라고는 했다. 그런데 날 불러주는 팀이 있을지 모르겠다. 불러줄 팀이 있을까?"
전성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임창용은 올 시즌 최고구속이 146~148㎞ 가량 나올 정도로 아직 공에 힘이 있다. 타고난 유연성에 훈련과 야구만큼은 철저한 프로이기에 지금까지 강속구를 뿌리고 있는지 모른다.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 많은 팀이 투수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운드가 약한 팀이라면 얼마든지 임창용에게 관심을 둘 수 있다. 관리만 조금 해준다면 선발로도 가능하고, 불펜에서 1~2년 이상은 충분히 활용 가능한 자원이다.그러나 그를 영입하려는 팀도 결국 나이와 함께 몸값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임창용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불러만 주는 팀이 있다면 연봉 없이도 갈 수 있다. 지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연봉 많이 달라고 욕심을 부리겠는가. 계약만 해주면 고마울 따름이다. 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싶다. 나중에 은퇴식 같은 것도 정말 필요 없다. 그냥 이렇게 그만두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미련이 남는다. 선수생활을 나 스스로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만 온다면 만족할 것이다."
한때 실점 없이 철벽 방어를 이어가면서 ‘미스터 제로’라는 별명을 얻은 임창용은 이제 팀을 구할 가능성이 ‘제로’가 될 때까지 전력투구를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팀의 승리를 수없이 마무리해온 그가 과연 자신의 선수생활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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