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와 각각 5년 계약을 맺고 원클럽맨의 길을 선택한 박종훈(왼쪽)과 문승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 선발진의 주축인 박종훈(30)과 문승원(32)은 지난 3일 “한 번 만나자”는 구단 관계자의 연락을 받았다. 올해 나란히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강화SSG랜더스필드에서 재활 중인 두 선수는 갑작스러운 인천의 호출에 어리둥절했다.

만나보니 더 놀랄 만한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구단이 각각 5년 연장 계약을 제안한 것이다. 두 선수는 내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칠 경우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그런데 구단은 발상의 전환으로 두 선수를 먼저 눌러 앉히고자 했다. 박종훈과 문승원 모두 제안서를 받을 때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구단으로서도 위험부담이 분명 있었다. 수술 전, 두 선수는 굳이 기록을 나열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자타 공인 최정상급의 선발투수였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 후 투구 내용은 미래에서 오지 않는 이상 예상이 불가능했다. 팔꿈치 수술이 아무리 정복된 분야로 평가된다고 해도 위험성이 있었다. 하지만 SSG는 항상 성실하고, 팀 투수진의 리더로 활약한 두 선수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 보고 과감하게 베팅했다.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 계약 제시에 놀라면서도 또 고마워했다. 사실 내년에 좋은 활약을 보이면, 그 뒤 FA 시장에 나가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1년 앞선 제안은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문승원은 “내가 구단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박종훈은 “다른 팀에 가면 이런 애정과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성격상 힘들 것 같았다”고 했다.

선수를 믿은 구단의 진심, 그리고 구단에 대한 로열티가 오고 간 협상은 길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답이 빨랐다. 박종훈은 4일 곧바로 구단에 “계약하겠다”고 회신했고 세부 조율을 거쳐 7일 도장을 찍었다. 문승원도 3일 첫 만남에서 긍정적인 뜻을 전달한 뒤, 역시 세부 조율을 마무리하고 13일 사인했다. 

치솟는 FA 가격 속에 SSG는 일단 변수를 먼저 제거하는 우회로를 택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 과정을 주도한 류선규 SSG 단장은 "FA 시장의 과열 조짐을 일찌감치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내부 원클럽맨을 먼저 잡는 쪽을 택했다"고 했다. 내년 시장까지 모두 바라본 전략이었던 셈이다.

점점 돈 앞에 냉정해지고 있는 야구판에 아직은 진심과 충성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상징적인 계약은 SSG에 적어도 5가지 소득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에서도 당분간 울림이 있을 전망이다.

▲ 문승원은 FA 등록일수를 위해 무리하게 복귀를 할 이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곽혜미 기자

1. 시장에 나가면 모른다… 미리 잡고 걱정 덜었다

두 선수가 FA 자격을 얻는 순간 소속팀은 사라진다.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도 없다. 말 그대로 FA가 되면 다시 데려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SSG는 내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박종훈 문승원은 물론 한유섬 오태곤 이태양 이재원 등도 FA 자격을 얻는다. 내부 FA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왔을 때의 고충을 과거 사례에서 누구보다 잘 아는 팀 중 하나가 바로 SSG다. 박종훈 문승원을 다 잡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5년 연장 계약으로 이런 걱정은 덜었다. 박종훈의 만 31세부터 만 35세, 문승원의 만 33세부터 만 37세까지를 모두 한꺼번에 해결했다. 유출 걱정도 없고, 만약 놓쳤을 때 누구를 잡아야 하는지 걱정할 필요도 사라졌다. 가뜩이나 시장 FA 가격이 오르는 것을 뚜렷하게 확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활만 잘 된다면 이번 계약은 저렴한 수준이다. ‘원클럽맨’을 더 확보할 수 있는 길도 닦았다.

2. FA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재활해

올 시즌 중반 팔꿈치 수술을 받은 두 선수의 재활 시계는 내년 6월 1군 복귀에 맞춰져 있다. FA 시즌을 앞두고 개막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다. 자칫 잘못 빨리 복귀하려다 탈이 날 수도 있다. SSG가 올해 내내 가장 걱정했던 지점 중 하나다. 그러나 5년 계약으로 그럴 필요는 없어졌다. SSG도 5년 계약 중 2023년부터의 활약상에 주목한 만큼, 오히려 선수들도 빠른 복귀보다는 ‘완벽한 복귀’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박종훈보다는 문승원 쪽에 더 해당되는 이야기다. 박종훈은 등록일수가 얼마 남지 않은 반면, 문승원은 사실상 5월부터는 풀타임을 뛰어야 등록일수를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승원도 이 점을 고마워했다. 그는 “재활을 더 차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흔까지 뛰고 싶다. 돈도 중요하지만, 야구를 얼마나 오래하느냐도 중요한데 구단에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3. 조금 더 명확해진 팀 연봉 계산, 카드 한도를 정비하다

구단으로서는 2023년 시행 예정인 샐러리캡에 대비해 계산을 간단하게 한 측면이 있다. 우선 박종훈 문승원의 계약은 샐러리캡이 들어가기 전인 2022년 연봉이 가장 많은 구조다. 2023년부터는 연봉이 떨어져 샐러리캡 여유에 도움을 준다. 만약 내년에 FA 계약을 했다면 누리지 못할 효과다. 박종훈은 “구단이 샐러리캡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카드 한도도 정리가 가능해졌다. 연장 계약이 없었다면 1년 내내 두 선수의 계약 규모를 놓고 팀 연봉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반드시 잡긴 잡아야 하는 선수들인데, 유동성이 너무 심한 탓이다. 그러나 2026년까지 연봉 테이블이 명확하게 나온 지금, SSG는 팀 연봉 예상을 하기가 매우 용이해졌다. 

물론 올해 외부 FA들의 몸값이 너무 치솟아 영입을 장담할 수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샐러리캡 한도는 올해 연봉 협상과 내년 옵션 성사 유무까지 다 봐야 나온다. 정확한 기준선은 아직 모른다. 그래도 ‘어디까지는 쓸 수 있다’는 전략은 대략적으로 설 수 있다. 이게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 류선규 단장은 제한된 여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먼저 주목했다 ⓒ조미예 특파원

4. 구단에 대한 로열티는 반드시 보상한다

두 선수의 연장 계약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선수는 구단에 대한 로열티가 대단히 뛰어난 선수들이었다. 모두 이 팀에서 시작해 이 팀에서 성장했다. 또한 이제는 투수진의 리더들이기도 하다. 후배들이 가장 많이 찾아가는 선수들이기도 하고, 또 가장 잘 가르쳐주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성실하고, 야구에 열정적이며, 생활도 모범적이다.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

이런 선수들을 확실하게 대우한다는 것을 이번 계약에서 보여줬다. 어린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될 만하다. 실제 사례가 옆에 있다는 건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SSG 또한 “두 선수 모두 야구실력뿐만 아니라 근면하고 성실한 훈련 태도를 갖춘 노력파 선수들로,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되는 투수 파트 리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5. 팬들에게는 깜짝 선물을… SSG가 오프시즌에 복귀하다

SSG는 이번 오프시즌을 앞두고 본의 아니게 ‘큰손’ 이미지가 붙었다. 아무래도 정용진 구단주의 적극적인 야구단 지원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샐러리캡에 걸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처럼 외부 FA들과 적극적인 접촉을 이어 가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낼 만한 계약을 성사시킴과 동시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팀 연봉 계산도 어느 정도 정리를 마쳤다.

내부에서 미리 한숨을 돌린 SSG는 이제 남은 한도를 계산해 외부 FA도 살펴볼 것이다. 한도 내의 선수가 있다면 영입전에 뛰어드는 것도 가능하다. 올해 분전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렇지, SSG는 엄연히 올해 포스트시즌 탈락 팀이다. 이런 팀들은 오프시즌에 팬들에게 뭔가 희망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하고, 또 시끄러워야 한다. 외부 보강이 되든 안 되든, 이전에는 “샐러리캡에 걸려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여론이 “한숨 돌렸으니 다시 움직일까?”라는 여론으로 바뀐다면 이 또한 구단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소득이다. /SSG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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