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스틸. 제공|유니버설픽쳐스
▲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스틸. 제공|유니버설픽쳐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잠시 잊고 있었다. 역시, 할리우드네 특기가 히어로물만은 아니었다. '쥬라기 월드:도미니언'(JURASSIC WORLD: DOMINION)는 시리즈의 29년을 관통하는 급 다른 블록버스터다. 마무리까지 야심치다.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2018)의 끝이 이번 영화의 출발이다. 이슬라 누블라 섬에서 포획된 공룡들은 결국 세상으로 탈출해버렸다. 재앙인지 축복인지 고심할 겨를도 없이 인류는 공룡과의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위협적인 생명체들과 공존을 위해 보호구역이 만들어지고, 인젠의 라이벌사 바이오신이 관리에 나선다.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쥬라기 월드' 커플 오웬(크리스 프랫)과 함께 복제인간 소녀 메이지(이사벨라 서먼)과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지내며 공룡보호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10대로 성장해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던 메이지는 벨로시랩터 블루의 새끼와 한꺼번에 의심스런 일당에게 납치되고 만다. 

한편 생물학자 엘리(로라 던)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초대형 메뚜기떼를 추적하다 공룡시대 유전자 변이를 확인한다. 의문을 품은 그가 찾아간 이는 '쥬라기 공원' 시절 옛 동료인 고생물학자 앨런(샘 닐). 공원 폐쇄 이후 각자의 삶을 살다 오랜만에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그 진원지를 함께 찾아가기로 한다. 

클레어와 오웬, 그리고 엘리와 앨런이 향한 곳은 같았다. 바로 바이오신. 

1993년 세상에 나온 '쥬라기 파크'는 블록버스터의 기준을 바꾼 작품이었다. 뼈만 겨우 남은 화석을 보며 상상만 하던 거대한 생명체를 살아 숨쉬는 듯 스크린에 구현한 혁신적 비주얼과 압도적인 스케일은 경이로움 자체였다. 거기에 더해진 쫀쫀한 장르적 재미는 역사적 흥행으로 이어졌다. '타이타닉' 이전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이었다.  

3편에 걸친 '쥬라기 파크'가 막을 내린 지 14년 만에, 2015년 '쥬라기 월드'는 다시 공룡의 시대를 열었다. 성공적으로 다시 론칭한 시리즈를 7년 만에 마무리하는 3편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또한 공룡 블록버스터의 기준을 새로 쓴다. 그 속의 공룡들은 더이상 외딴 섬에 갇혀있지 않다. 울타리를 벗어나 전 지구를 누비는 공룡은 새로운 가능성과 숙제를 안기는 존재들. 동시에 29년에 걸쳐진 전설의 시리즈에 이전엔 없던 재미와 긴장을 준다. 쥬라기 '파크'를 벗어난 진정한 쥬라기 '월드'다. 

대륙을 마음껏 누비는 로케이션은 그 자체로 이전의 '쥬라기' 시리즈와 차별화된 재미다.  '쥬라기 월드' 이후 7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콜린 트래보로우 감독은 지금까지 '쥬라기' 시리즈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장소로 관객을 인도하는 걸 콘셉트로 잡았다. 추위와 눈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태평양 북서부부터, 작렬하는 태양 아래 고대 도시가 펼쳐진 듯한 몰타까지, 공룡과 조합하니 모두가 전에 없던 볼거리가 된다. 유난히 공룡들이 내내 갇혀있던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과 비교하면 시원시원한 스케일이 제대로 실감난다. 

▲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스틸. 제공|유니버설픽쳐스​
▲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스틸. 제공|유니버설픽쳐스​

비명과 함께 무시무시한 공룡들에게 쫓기는 쫄깃한 추격/도주신은 '쥬라기'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지만, 특히 공룡 암시장이 있는 아프리카 북부 몰타 분량이 액션의 백미다. 사람 사는 공간에 불쑥 튀어나와 본능대로 질주하는 공룡들, 그리고 그들과 벌이는 전에 없던 추격전은 긴박감과 속도감에 입을 떡 볼리고 지켜보게 된다. 

이 가운데 다채로운 공룡을 등장시켜 '쥬라기' 시리즈 특유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시리즈의 상징 벨로시랩터와 티라노사우르스는 기본. 지구상에서 살았던 가장 큰 육식공룡 기가노토사우르스를 비롯해 갖가지 공룡들을 선보인다. 고생물학자의 자문을 거쳐 크리처 특수효과팀이 만든 공룡만 27종. 이중 10종은 이번 '쥬라기 월드:도미니언'에서 '쥬라기' 시리즈 최초로 선보이는 것들이다. 더 똘똘해진 공룡, 깃털달린 공룡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스틸. 제공|유니버설픽쳐스
▲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스틸. 제공|유니버설픽쳐스

원조 '쥬라기 공원'을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의 만남 자체에 가슴이 벅차오를 법하다. 특히 로라 던과 샘 닐, 그리고 이안 말콤 역 제프 골드브럼까지, 돌아온 '쥬라기 공원' 오리지널 배우들의 활약과 비중이 '쥬라기 월드' 주역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크리스 프랫 뺨친다. 두 시대의 만남을 그저 성사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역할로 예우해 녹아내려는 제작진의 야심이 읽힌다. 주체적으로 변화한 여성 캐릭터의 힘도 확연하다.

다만 이전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다, 20~30년 가까이 지난 옛 시리즈까지 안고 가니 '쥬라기' 시리즈 중에서도 진입장벽이 있는 편. 인간 주역들이 대거 늘어나 수습해야 할 관계며 이야기도 복잡해진 탓에 늘어지는 중간중간이 아쉽기는 하다.

그럼에도 경지에 오른 비주얼과 스케일, 두 시대를 솜씨좋게 버무려낸 이야기, 그리고 영화 역사를 새로 쓴 전설의 마무리를 확인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이 티라노사우르스급 블록버스터는 여전히 압도적인 오락영화다.

6월 1일 개봉. 북미보다 9일 빠른 전세계 최초 개봉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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