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왼쪽)이 이병헌을 지켜보고 있다. ⓒ 두산 베어스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왼쪽)이 이병헌을 지켜보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구대성 선배 느낌이 나지 않나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이번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좌완 이병헌(20)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4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에서 이병헌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며 "이승엽 감독이 이병헌을 왼손 불펜으로 중요하게 쓸 계획을 하고 있더라. 지금 공도 좋아 보이고 기대가 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라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이병헌의 불펜 피칭을 다 지켜본 뒤 "왼손 투수는 다 유심히 보고 있는데, 이병헌은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아주 중요한 임무를 해줘야 하니까 선수에게 부담감을 주려 한다. 지금 팀에 왼손 투수가 조금 부족한 상황이라 이병헌이 잘해 줘야 한다. 지금 왼손 불펜 중에서는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있다. 좋은 컨디션에서 좋은 임무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대성불패' 구대성을 언급했다. 구대성은 1993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에 1차지명으로 입단해 2010년까지 한화 원클럽맨으로 뛰었다. 통산 569경기에서 67승, 214세이브, 18홀드, 1128⅔이닝, 1221탈삼진,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한 KBO리그 레전드 왼손 투수다. 이 감독과는 2002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건 동료였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는 구대성은 지난 1일 스프링캠프 훈련 첫날 훈련장을 방문해 한동안 이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앞날을 응원해줬다.    

이 감독은 2017년 은퇴를 앞두고 KBO리그 최고 투수로 구대성을 꼽기도 했다. 이 감독은 KBO리그 역대 최다인 467홈런을 친 '국민타자'인데 구대성 앞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구대성 상대로 통산 타율 0.118(51타수 6안타), 1홈런에 그쳤다. 이 감독은 자신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았던 구대성의 모습을 어린 이병헌에게서 발견하자 흡족해했다. 

이 감독은 "이병헌에게서 구대성 선배의 느낌이 난다. 실전을 해보고, 시즌 들어가서 해봐야 아는 문제지만, 지금까지는 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병헌은 서울고 2학년 시절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3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받는 바람에 잠시 위기가 있긴 했지만, 두산은 이병헌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2022년 1차지명 카드를 썼다. 

고등학교 때까지 이병헌은 구위는 좋지만, 제구력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으로 통했다. 두산에 입단해 재활을 마치고 지난 시즌 막바지 실전 점검을 할 때 내부에서 "구위가 워낙 좋아 제구가 되지 않아도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팔이 건강해졌고, 지난해 1군에서 9경기에 등판해 쌓은 경험은 올해를 준비하는 자양분이 됐다. 이병헌은 올봄을 잘 보내고 정규시즌에 필승조로 활약하며 "구대성 선배 느낌이 난다"는 이 감독의 평가를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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