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SKY캐슬'에서 곽미향과 한서진,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한 염정아.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연예팀 에디터] 두 달 넘게 사람들에 회자된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이 20부를 마무리했다. 매회 화제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오랜만에 세대를 초월해 시청자의 관심을 얻은 'SKY캐슬'에서 우리는 이 땅의 수많은 문제와 마주쳤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SKY캐슬'의 거주민들이었지만, 각 캐릭터들은 마치 옆집에서, 혹은 각자의 집이나 학교에서 마주하는 엄마, 아빠, 학생, 선생님의 얼굴을 보여줬다. 'SKY캐슬'을 떠나보내는 지금, 염정아가 남기는 잔향은 꽤 오래 지속되리라 예감한다. 염정아가 연기한 한서진은 이 땅의 교육 현실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온전히 외면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서진은 평소에는 진주목걸이가 잘 어울리는 우아한 사모님의 외양으로, 어떤 돌발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처하며 딸을 전교 1등으로 길러낸 '워너비맘'이었다. 누구나 범접할 수 없을 것 같던 한서진이 우리의 마음 속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은 그가 수가 틀리면 "아갈머리 찢어버릴라"라며 상대의 기를 눌러 버리는 곽미향이었기 때문이다. 

부속물을 팔며 술주정이나 하는 아버지를 둔 곽미향이 학창시절부터 살아남는 방법은 그랬다. 초라하게 동정을 받기 보다, 자신을 챙겨주는 친구에게 "아갈머리 찢어버릴라"라고 쏘아붙이는 그의 모습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우리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강준상(정준호)과 결혼해 신분상승을 도모하는 마음이 먼저였든, 뱃속의 강예서(김혜윤)를 살리기 위해서였든, 한서진으로 완벽히 신분세탁을 하고 엄마 모임에서 가장 먼저 숟가락을 들 수 있는 서열 1위의 '1등 사모님'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극 초반, 자신이 곽미향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친구 이수임(이태란)을 협박하거나 진진희(오나라)를 괴롭힐 때 한서진은 '막장 드라마'의 악독한 주인공처럼 보였다. 한서진으로 살아가기 위한 완벽한 거짓말이 들통이 난 뒤, 여전히 폭주하는 듯 보였으나, 마음 깊이 갈등하다 결국 유출된 시험지를 스스로 경찰서로 들고 갔다. 곽미향에서 한서진으로 '페이스오프'한 듯 보였지만, 실은 그 안에 잠자고 있던 곽미향이 다시 꿈틀거리고 튀어나온 셈이다.

한서진(곽미향)은 '서울의대 합격률 100%'의 고액 코디 김주영(김서형)과 완벽히 대척점에 있는 작가 이수임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캐릭터다. 한서진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를 일류대에 보내려 했다는 점에서 딸 케이(조미녀)를 영재로 키운 김주영과 쌍둥이처럼 보였다. 

한서진과 김주영은 아이의 성적을 자신의 성과인 양 여긴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같았다. 마지막 회에서 김주영이 감옥에 갇혀서도 김혜나(김보라)를 자신이 혼자 살해한 것이 아니라며 "어머니와 전 똑같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반면, 한서진 안에 잠자고 있던 곽미향은 이수임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어한 욕망이 가득했다. 고등학교 시절,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함께 보며 이수임과 곽미향은 키팅 선생님 말처럼 세상에 맞추지 말고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자고 다짐했었다. 세상에 맞추지 말고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곽미향이 세상에 맞추며 한서진이 되었지만, 김주영과 이수임이 낸 삶의 균열로 다시 곽미향으로 돌아갔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교육자로, 학생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한서진과 곽미향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는 한서진으로 살아갈까, 곽미향으로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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