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쓰며 ‘왕조’ 대열에 올라섰다. 이 기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세 차례나 했고, 매년 리그를 선도하는 팀으로 우뚝 서며 질주를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아픔도 있었다. 두산의 우승 경력과 함께 한,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항상 타 팀의 주요 타깃이 되곤 했다. 한꺼번에 FA 선수들이 나오는 통에 두산도 모든 선수를 방어하기 어려웠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 갔고, 이원석 민병헌 양의지 최주환 오재일 이용찬까지 팀의 영광을 함께 했던 주역들이 줄줄이 빠져 나갔다.

그래서 매년 나오는 말이 ‘라스트 댄스’였다. 두산 왕조를 함께 한 선수들을, 팬들은 ‘올해가 이 멤버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지켜봤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시즌 뒤 박건우와 김재환이라는 핵심 야수들이 FA 자격을 얻는 상황에서 또 ‘라스트 댄스’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두산은 그와 별개로 묵묵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시즌 한때 8위까지 처졌던 두산은 막판 뚝심을 과시하며 끝내 정규시즌을 4위로 마무리했다. 워커 로켓, 아리엘 미란다라는 두 외국인 투수가 차례로 이탈한 상황에서 얻은 성과라 더 값졌다. 포스트시즌에는 특유의 DNA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빠진 상황에서 키움을 꺾었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상위 시드인 LG마저 격파했다.

가을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펄펄 날고 있는 가운데, 올해 포스트시즌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간 뒤에서 선배들을 밀었던 선수들이 전면에 나서 경험을 쌓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최원준 곽빈 김민규라는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선발진을 이루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불펜에서도 이영하 홍건희 등 필승조가 힘을 낸다. 이들은 두산이 왕조를 시작할 당시에는 없었던 선수들이다. 선수 명단을 보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눈에 들어온다.

타선에서는 강승호 박계범 양석환이라는 새로운 선수들이 내야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같은 자리에는 김재호 오재원 최주환 오재일이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약해진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묵묵하게 큰 실수 없이 시리즈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벤치에 있는 어린 선수들도 주어진 몫에 최선을 다하며 영웅이 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갈수록 외국인 원투펀치의 공백을 크게 느낄 두산의 올해 가을이 어디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가을의 경험과 팀이 가진 DNA가 다음 세대로 이식되는 듯한 느낌은 긍정적이다. 그 세월을 진두지휘한 김태형 감독도 승부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선수는 빠져나갈 수 있어도, 팀이 가진 문화는 전수되고 이식되는 이상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두산이 올해 FA 시장에서 선전하고, 다음 세대로의 팀 문화 이식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당분간은 춤판이 계속될 수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의 선전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